제36출 간말(看襪)
제36출 - 버선 구경하기
【상조과곡·오소사】〔늙은 여역으로 술집 할머니가 올라와〕역참 언덕 위, 문과 골목은 그윽하고, 양귀비의 비단 버선을 주워 간직했네. 가게를 열어 다시 술을 팔자, 오고 가는 손님 모두가 찾아오네. 그럭저럭 하루를 살아가니, 근심할 것 없네. 노파 왕씨, 줄곧 이 마외파 아래서 조용한 술가게를 열고 살아왔네. 안녹산이 난을 일으킨 이후로 백성들이 도망쳤지. 그때 노파는 역참의 불당에 숨었는데, 배나무 아래에 비단 버선 한 짝이 떨어져 있더군, 양 귀비娘娘께서 흘리신 것이야. 노파가 지금까지 간직해 왔는데, 누가 알았으랴, 이것이 보물이 될 줄은. 지금 곽원수가 적을 무찌르고 서울을 되찾아, 태평성대가 다시 돌아오니, 노파는 여전히 이곳에서 술가게를 열고 있네. 멀고 가까운 곳에서 비단 버선이 있다는 말을 듣고, 모두 가게에 와서 술을 마시며 버선 보기를 청하네. 술값 외에 따로 버선 구경값을 받으니, 장사가 매우 번창하네. 〔웃으며〕나도 덕을 본 셈이지. 오늘 아침 가게를 차려 놓았으니, 곧 손님이 오겠지. 〔잠시 퇴장〕〔작은 선비가 두건을 쓰고 편복을 입고 걸어 나와〕
【중려과곡·주마청】황제의 수레가 서쪽으로 가니, 오래된 역참에 천년의 한이 깊어라. 가인(佳人)이 목숨을 잃은 것을 탄식하니, 푸른 언덕의 청총(青冢)처럼 쓸쓸하고, 자옥(紫玉)처럼 가라앉았구나. 소생 이막(李謩), 이전에 전란으로 길이 막혀 서울을 떠나지 못했네. 지금 점차 태평함을 기쁘게 여기며, 마외파 아래 왕씨 할멈의 술집에 양귀비의 비단 버선 한 짝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이에 가서 보려 하네. 아, 저쪽에 도사(道姑) 한 분이 오시는구나. 〔추한 도사가 올라와〕눈에 가득한 상사(滄桑)가 모두 눈물로 바뀌었고, 공연히 비단 버선만 남아 사람에게 보여주네. 〔서로 만나 인사〕〔작은 선비〕도사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추한 도사〕빈도(貧道)는 금릉(金陵) 여정관(女貞觀)의 관주(觀主)로서, 서울에 와서 장경(藏經)을 청하려 했으나, 전란에 막혀 돌아가지 못했네. 지금 왕씨 할멈의 가게에 양 귀비娘娘의 비단 버선이 있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와서 보려 하네. 〔작은 선비〕역시 버선을 보러 오셨군요, 함께 가시지요. 〔함께 가며〕〔합창〕미인은 한 번 가니 아득히 찾기 어렵고, 상심한 야점(野店)에 남은 비단 조각만 남았네. 잠시 술을 사서 천천히 따라 마시며, 잠시 동안 자세히 살펴보세.
〔작은 선비〕여기가 바로 그곳이니, 그냥 들어가도 되겠습니다. 〔함께 가게에 들어간다〕〔늙은 여역이 맞이하며 올라와〕안에 들어와 앉으십시오. 〔작은 선비와 추한 도사가 앉는다〕〔바깥양반이 올라와〕노인 곽종근(郭從謹), 전란이 평정된 것을 기뻐하며, 화산(華山)에 향을 피우러 가려 하네. 이 마외파 아래를 지나다가 걸음이 피곤해졌구나. 여기에 주막이 있으니, 석 잔 마시고 가리라. 〔가게에 들어가며〕주모, 술 가져오게. 〔늙은 여역〕술이 있습니다. 〔바깥양반이 작은 선비와 추한 도사와 서로 인사한다〕실례합니다. 〔작은 선비가 늙은 여역에게〕왕 할멈, 우리가 여기 온 것은, 한편으로는 술을 마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태진(太真)娘娘의 비단 버선이 있다 하여 빌려 보려 하네. 〔늙은 여역이 웃으며〕비단 버선은 한 짝 있습니다만, 다만 노파가 말이지요, 【전강】깊이 아끼고 보호하여, 겹겹이 싸서 지금까지 간직했네. 향기로운 자국이 줄지 않고, 분칠한 광택이 항상 남아, 먼지 때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려 함이지. 과연 사랑할 만하고 공경할 만하여, 지나는 이들이 보고자 다투어 술을 마시러 오네. 객관께서, 주머니 속 돈을 아끼지 않으신다면, 기꺼이 자세히 살펴보게 해 드리리다.
〔작은 선비〕그것은 당연하지요. 우리가 술값 외에 따로 상금을 드리겠소. 〔늙은 여역〕그러면 노파가 가서 가져오리다. 〔잠시 퇴장〕〔버선을 들고 나와〕옥 같은 발이 신던 것을 멈추어 기름기가 아직 붙어 있고, 비단 보자기에 깊이 싸여 향기가 풍기네. 객관, 비단 버선이 여기 있습니다. 보십시오. 〔작은 선비가 버선을 받아 펴서 추한 도사와 함께 본다〕아, 보십시오, 비단 무늬가 정교하고, 만듦새가 섬세합니다. 광택이 아직 남아 있고, 이상한 향기가 아직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인간 세상의 물건이 아닙니다. 〔추한 도사〕과연 향기가 좋구나! 〔바깥양반은 술을 마시며 돌아보지 않는다〕〔작은 선비가 버선을 들고 일어서서 본다〕
【주운비】보십시오, 얇게 향기로운 솜을 받쳐 마치 한 떼의 신선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옛날 황금 전(黃金殿)에서, 작은 걸음으로 아무도 보지 못했지요. 가엾게도 오늘 술화덕 가에, 함부로 펼쳐졌네. 실밥과 바늘 자국이 모두 슬픔과 원한을 쌓았구나. 애석하다, 절세가인 절세의 원통함이여, 공연히 남겼도다, 천고의 자취 천고에 전함이여. 〔바깥양반이 노하여〕아이고, 나리, 그것을 본들 무엇하겠소! 생각건대 천보(天寶) 황제께서, 오직 귀비(貴妃)娘娘을 총애하여, 아침저녁으로 즐기며, 조정의 기강을 망가뜨렸소. 이로 인해 전란이 사방에서 일어나, 백성들이 고통을 당했소. 늙은이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난리를 만났소. 오늘 이 비단 버선을 보니, 어찌 통한스럽지 않겠소.
【전강】생각건대 그날 한 번 새로 지어, 붉은 연꽃에 닿아 땅에 피어나듯, 여섯 폭 치마 자락에 가려져, 움직일 때마다 군왕(君王)이 먼저 사랑했지. 아, 즐거움이 극에 달하자 재앙이 불러와, 만백성이 해를 입었네. 오늘날 일은 지나가고 사람은 죽어, 한 가지 물건만 공연히 남았네. 내 문득 향기로운 버선을 보고 다시 애통해하며, 뒤집힌 위태로움을 생각하며 눈물을 닦네.
〔늙은 여역〕아, 이 객관께서 비단 버선을 보고 어찌하여 노여워하십니까? 설마 버선 구경값을 내지 않으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바깥양반〕무슨 구경값이라니? 〔늙은 여역〕원래 시골 늙은이라, 구경값이라는 것도 모르시는군. 〔작은 선비〕지엽적인 일이니, 다툴 것 없습니다. 〔추한 도사에게〕도사님도 자세히 보십시오. 〔늙은 여역에게〕제가 한꺼번에 돈을 드리겠습니다. 〔버선을 건넨다〕〔추한 도사가 버선을 받아 보며〕아, 생각건대 태진(太真)娘娘은, 절세의 홍안(紅顔)이었으나, 풍류가 순식간에 사라졌구나. 오늘 이 버선은 남아 있으나, 가인(佳人)은 다시 만나기 어렵구나. 참으로 탄식할 일이로다.
【전강】보십시오, 비취와 붉은색을 아로새겨, 잎과 꽃이 오히려 정교합니다. 두 발의 맑고 고움은 보이지 않고, 외짝 봉(鳳)만 남았구나. 공연히 흘러내려, 한이 끝이 없네. 마외(馬嵬)의 꿈, 경국경성(傾國傾城)의 미모여, 그림자가 무엇에 쓰리오. 남은 비단 조각을 대고 옛 자취를 회상하지 마소서, 번화함은 새벽 바람을 쫓아감을 믿을지니.
〔추한 도사가 버선을 늙은 여역에게 건네며〕할멈, 생각건대 태진(太真)娘娘은 원래 신선이 환생하신 분입니다. 원하건대 이 버선을 저에게 시주(施主)하시어, 금릉(金陵) 여정관(女貞觀)으로 가져가, 신선을 공양하고자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늙은 여역이 웃으며〕노파는 자식도 없이, 남은 평생의 살림살이가 이 버선에 달려 있습니다. 정말 어렵게도 승낙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선비〕소생이 높은 값을 쳐서 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바깥양반〕이런 악취나는 물건을, 무엇에 쓰겠소. 〔늙은 여역〕노파도 팔지 않습니다. 〔바깥양반이 돈을 내며〕술값 여기 있습니다. 〔작은 선비가 돈을 내며〕우리 버선 구경값도 여기 함께 있습니다. 〔늙은 여역이 돈을 받으며〕고맙습니다.
〔작은 선비〕한 번 취한 풍경을 싫어하지 마소서, 〈(포용(鮑溶))〉 〔추한 도사〕여러 비취 구슬이 향기로운 먼지에 떨어졌네. 〈(노륜(盧綸))〉
〔작은 선비〕오직 언덕 기슭 굽은 달만 남았고, 〈(이익(李益))〉 〔바깥양반〕교외에서 시끌벅적 구경꾼을 불러모으네. 〈(송지문(宋之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