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
군주의 화는 남을 믿는 데 있다. 남을 믿으면 곧 남에게 제어당한다. 신하는 군주에게 혈육의 정이 없고, 오직 세력에 얽매여 부득이 군주를 섬길 뿐이다. 그러므로 신하 된 자는 군주의 마음을 살피기를 잠시도 그치지 않는데, 군주는 위에서 태만하고 교만하게 군림하니, 이것이 세상에 군주를 협박하고 시해하는 일이 생기는 까닭이다. 군주가 지나치게 아들을 믿으면 간신이 그 아들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니, 이에 이태가 조왕의 스승이 되어 주부(조무령왕)를 굶겨 죽였다. 군주가 지나치게 아내를 믿으면 간신이 그 아내를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니, 이에 우시가 여희의 스승이 되어 신생을 죽이고 해제를 세웠다. 아내처럼 가깝고 아들처럼 사랑하는 존재조차 믿을 수 없으니, 그 나머지는 더욱 믿을 것이 못 된다.
또한 만승 대국의 군주와 천승 중국의 군주에게는, 후비와 부인 중에서 태자로 세워진 적자가 있어, 그들 중에는 자기 군주가 일찍 죽기를 바라는 자가 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음을 알겠는가? 부부 사이에는 혈육의 정이 없어, 사랑하면 가깝고 사랑하지 않으면 멀어진다. 속담에 "어머니가 예쁘면 그 아들은 아버지가 품에 안는다." 했으니, 반대로 어머니가 추하면 그 아들은 아버지에게 버림받는다. 남자는 쉰 살이 되어도 호색하는 마음이 줄지 않지만, 여자는 서른 살이 되면 아름다움이 쇠퇴한다. 아름다움이 쇠퇴한 여자로 호색심이 줄지 않은 남자를 섬기면, 자신은 소원하고 천대받으며 아들은 후계자가 되지 못할까 의심받으니, 이것이 후비와 부인이 군주의 죽음을 바라는 까닭이다. 오직 어머니가 태후가 되고 아들이 군주가 되어야 명령이 실행되지 않는 것이 없고 금지가 그쳐지지 않는 것이 없으며, 남녀 간의 즐거움은 선군이 살아계실 때보다 줄지 않고, 만승 대국의 권력을 독차지함에 의심이 없으니, 이것이 독약과 목졸림 같은 수단이 사용되는 이유다. 그러므로 《도좌춘추》에 이르기를 "군주가 병으로 죽는 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했다. 군주가 이것을 알지 못하면 화란이 더욱 많아진다. 그러므로 군주의 죽음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자가 많으면 군주는 위태롭다. 이에 왕량은 말을 사랑하고 월왕 구천은 백성을 사랑했으나, 이는 전쟁과 달리기를 위함이었다. 의원은 환자의 상처를 빨고 피를 머금기를 잘하나, 이는 혈육의 정 때문이 아니라 이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레 만드는 자는 수레를 완성하면 남이 부귀해지길 바라고, 목수가 관을 만들면 남이 일찍 죽길 바란다. 이는 수레 만드는 자가 인자하고 목수가 잔혹해서가 아니라, 남이 부귀하지 않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고 남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본래 남을 미워하는 뜻이 아니라 이익이 남의 죽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비, 부인, 태자의 당파가 형성되면 군주의 죽음을 바란다. 군주가 죽지 않으면 그들의 세력이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본래 군주를 미워하는 뜻이 아니라 이익이 군주의 죽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군주의 죽음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자를 각별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해와 달 밖에 무리가 생기면 재해가 안에서 일어나고, 미워하는 자를 방비하나 화는 사랑하는 자로부터 온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증명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으며, 먼 곳의 의견을 듣고 가까운 일을 살펴 안팎의 잘못을 심찰하며, 같은 말과 다른 말을 분별하여 당파의 구분을 알고, 참험과 비교의 방법으로 신하의 진언이 진실한지 고찰하며, 뒤의 상황을 파악하여 앞의 언행과 대조하고, 법에 따라 여러 사람을 다스리며, 여러 가지 상황으로 관찰하여 참고한다. 이렇게 하면 선비는 요행히 상을 받는 일이 없고, 월등한 행위가 없으며, 살육은 반드시 마땅하고 죄는 용서받지 못하니, 간사한 자는 몸을 숨겨 사익을 도모할 곳이 없다.
부역이 많으면 백성은 고달프다. 백성이 고달프면 권세가 일어난다. 권세가 일어나면 부역과 조세를 면제받는 자가 많아지고, 부역과 조세를 면제받는 자가 많아지면 권귀는 부유해진다. 백성을 고달프게 하여 권귀를 부유하게 하고, 권세를 일으켜 신하를 도우니, 이는 천하의 장기적인 이익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역이 적으면 백성은 안정된다. 백성이 안정되면 아래에 큰 권세가 없고, 아래에 큰 권세가 없으면 권세는 소멸되며, 권세가 소멸되면 은덕은 군주에게 돌아간다. 지금 물이 불을 이기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 그러나 가마솥이 그 사이를 막고 있으면, 물은 위에서 끓어 말라가고 불은 아래에서 세차게 타오르니, 물은 그 불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잃는다. 지금 법치는 간사함을 금지하는 데 물이 불을 이기는 것보다 더 명백하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신하가 가마솥과 같은 막는 행위를 하면, 법치의 명백함은 군주의 마음속에만 머물고, 이미 간사함을 금지하는 작용을 잃어버린다. 상고에 전해 내려오는 말과 《춘추》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법을 어기고 역적이 되어 큰 간사한 자가 된 자는 귀한 신하로부터 시작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러나 법령이 방비하는 바와 형벌이 죽이는 바는 항상 천한 자에게 있으니, 이에 백성은 절망하여 하소연할 곳이 없다. 대신들은 서로 결탁하여 군주를 가리고, 일체가 되어, 은밀히 서로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서로 미워하는 척하여 사사로움이 없음을 드러내고, 서로 이목이 되어 군주의 틈을 엿본다. 군주는 가려지고 막혀 소식을 들을 길이 없어, 군주의 이름만 있고 실권은 없으며, 신하가 법령을 독점하여 시행하니, 주 천자가 이와 같았다. 군주가 편벽되게 권세를 신하에게 빌려주면, 상하가 자리를 바꾸게 되니, 이는 군주의 권세를 신하에게 빌려줄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