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병론
황제께서 물으셨다: "천원구실(天元九窒)의 이치는 내가 이미 알았소. 원컨대 기교(氣交)에 대해 듣고자 하오. 무엇을 '실수(失守)'라 하는가?"
기백이 대답하였다: "이는 천지의 기가 승강(升降)하고 천정(遷正)하고 퇴위(退位)하는 것이 각각 경락(經絡)의 이론적 규정이 있음을 가리킵니다. 상하(上下)의 기가 정상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실수'라 합니다. 이로 인해 기교(氣交)가 정상적인 운행 자리를 잃으면 변동이 생기고, 이러한 변동이 규범을 벗어나면 사시(四時)가 질서를 잃고 만물이 변동하여 불안해지며, 이로써 백성들의 질병이 발생합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승강(升降)이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그 까닭을 듣고자 하오. 기교가 변화하는 것을 무엇으로 분명히 알 수 있소?"
기백이 대답하였다: "이 질문이 참으로 깊이 있구나! 폐하께서는 도(道)를 이미 환히 아시나이다. 기교의 변화는 이를 천지 운전(運轉)의 추기(樞機)라 합니다. 어떤 기가 내려가고자 하나 내려가지 못하는 것은 지기(地氣)가 막혀 벌(罰)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운(五運)이 태과(太過)하여 일찍 도래하는 경우가 있어 기교가 나아가지 못합니다. 어떤 기가 올라가고자 하나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중운(中運)의 억제를 받기 때문이며, 내려가고자 하나 내려가지 못하는 것도 중운의 억제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고 내려가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올라가 천위(天位)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으며, 승강이 모두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구분하면 기교의 변화와 그 변동의 차이는 규범이 각각 다르며, 재해에도 경중(輕重)의 구별이 있습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원컨대 기교가 서로 만나고 합하며 승복(勝復)하고 억제되는 이유와, 이로 인해 백성의 질병으로 전변(轉變)하여 경중이 어떠한지 듣고자 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이는 승기(勝氣)가 서로 만나 합하여 억제되고 잠복(潛伏)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진(辰)년과 술(戌)년에는 목기(木氣)가 올라가고자 하나 천주성(天柱星, 금성(金星))의 막힘을 만나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경술(庚戌)년을 만나면 금운(金運)이 일찍 도래하여 중운이 목기를 이기고, 목기가 갑자기 나아가지 못합니다. 목운이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금기가 이를 억누르므로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청량(淸凉)한 기운이 생기고 풍기(風氣)가 드물어지며, 숙살(肅殺)의 기운이 봄에 나타나고 노상(露霜)이 다시 내려 초목이 시듭니다. 백성들은 온역(溫疫)이 일찍 발생하여 인후(咽喉)가 마르고 사지가 창만(脹滿)하며 지체 관절이 모두 아픕니다. 오래되면 울결(鬱結)된 기가 화생(化生)하여 대풍(大風)이 일어나 나무를 뽑고 부러뜨리며 떨어뜨리고 울려 어지럽게 합니다. 백성들은 중풍(中風)과 전신마비(全身痲痹), 수족이 불수(不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己)년과 해(亥)년에는 군화(君火)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천봉성(天蓬星, 수성(水星))의 막힘을 만나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궐음풍목(厥陰風木)이 이미 천정(遷正)하면 소음군화(少陰君火)가 아직 천에 올라가지 못하고, 수운(水運)이 이때 도래합니다. 군화가 올라가고자 하나 중간의 수운에 억제되어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청량하고 한랭(寒冷)한 것이 다시 발생하고, 아침저녁으로 냉기가 생깁니다. 백성들은 양기(陽氣)가 잠복하여 내부에서 번열(煩熱)이 생기고, 심신이 놀라고 두근거리며, 한열(寒熱)이 교대로 발작합니다. 오래되면 울결이 형성되어 갑자기 폭열(暴熱)이 나타나고, 적색 풍(風)과 종창(腫脹), 예장(翳障)이 화생하여 역병(疫病)이 되고, 온열(溫熱)한 여기(癘氣)가 따뜻하게 발작하며, 적색 장(瘴)이 화역(火疫)으로 전변하여 모두 번조(煩躁)와 갈증을 나타내며, 갈증이 심한 자는 사법(泄法)으로 치료하면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子)년과 오(午)년에는 태음습토(太陰濕土)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천충성(天沖星, 목성(木星))의 막힘을 만나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임자(壬子)년을 만나면 목운이 일찍 도래하여 목기가 중간에서 억제합니다. 천에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풍사(風沙)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때때로 먼지가 일어 하늘이 캄캄해지며, 우수(雨水)와 습기(濕氣)가 정상적으로 운화(運化)되지 못합니다. 백성들은 풍궐(風厥), 구수(口水)가 위로 넘치고, 전신이 마비되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복부가 창만합니다. 오래되면 울복(鬱伏)된 기가 화생하여 황색 진애(塵埃)가 역병으로 변하고, 백성들이 병들어 요절(夭折)하며, 안면과 지체, 복부가 황색으로 변하고 창만(脹滿)과 폐색(閉塞)이 생기며, 습기가 흩어지지 못하고 우수의 운화가 미약해집니다. 그러므로 축(丑)년과 미(未)년에는 소양상화(少陽相火)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천봉성(天蓬星, 수성(水星))의 막힘을 만나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태음습토가 아직 천정하지 않으면 소음군화도 아직 천에 올라가지 못하고, 수운이 이때 도래합니다. 천에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한기(寒氣)가 도리어 포산(布散)되어 겨울처럼 매섭고, 물이 다시 마르고 얼음이 다시 얼며, 온난한 기운이 갑자기 나타나고 한기가 다시 흩어져 한난(寒暖)이 시령(時令)에 맞지 않습니다. 백성들은 양기가 잠복하여 내부에서 번열이 생기고, 심신이 놀라고 두려워하며, 한열이 교대로 다툽니다. 오래되면 울결이 형성되어 갑자기 폭열이 생기고, 적색 풍기(風氣)와 동공예장(瞳孔翳障)이 생겨 울체(鬱滯)된 여기로 전변하고, 이에 복열(伏熱)이 내부에서 번조하여 발작하고, 마비되어 사지궐랭(四肢厥冷)이 생기며, 심하면 출혈(出血)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인(寅)년과 신(申)년에는 양명조금(陽明燥金)이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천영성(天英星, 화성(火星))의 막힘을 만나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무인(戊寅)년을 만나면 화운(火運)이 일찍 도래합니다. 금기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화운이 억제하여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마땅한 비가 내리지 않고 서풍(西風)이 자주 불며, 함지(鹹地)가 말라붙습니다. 백성들은 상반신에 열이 나고, 기천(氣喘)과 해수(咳嗽), 출혈이 생깁니다. 오래되면 울결이 화생하여 백색 진애가 안개처럼 나타나고, 청량한 기운이 생겨 숙살의 기운이 일며, 백성들은 협하(脇下)가 창만하고, 비감(悲感)과 청체(淸涕), 잽싸기(噴嚏), 인후 건조, 수족 피부가 갈라져 메마릅니다. 그러므로 묘(卯)년과 유(酉)년에는 태양한수(太陽寒水)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토기(土氣)가 천내(天內)를 막아 승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양명조금이 아직 천정하지 않으면 태양한수도 아직 천에 올라가지 못하고, 토운(土運)이 이때 도래합니다. 수기가 천에 올라가고자 하나 토운이 억제하여 올라가도 나아가지 못하면, 습하고 열기가 증발하고 한랭(寒冷)이 우수(雨水) 사이에서 생깁니다. 백성들은 설사(泄瀉)가 멈추지 않고, 음식이 소화되지 못합니다. 오래되면 울결이 형성되어 한랭한 기운이 열기를 침범하고, 빙박(氷雹)이 갑자기 내립니다. 백성들은 사지궐역(四肢厥逆), 예역(噦逆)이 생기고, 내부에 열기가 생기며, 외부 기운이 비조(痹阻)되고, 족경(足脛)이 산통(酸痛)하며, 도리어 심계(心悸)와 번열(煩熱)이 발생하고, 갑자기 번조(煩躁)하다가 이내 사지궐랭(四肢厥冷)하게 됩니다."
황제가 말했다: “올라가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미 그 요지를 완전히 알았습니다. 이제 내려가서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듣고자 하니, 분명히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기백이 말했다: “그대의 질문이 참으로 상세하구나! 이것을 천지간의 정미한 오묘한 이치라 하며, 이 방면의 도리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소. 이른바 올라간 뒤에는 반드시 내려가야 하니, 하늘에 올라간 지 3년이 되면 다음 해에 반드시 내려가고, 내려가 땅속으로 들어가 비로소 좌간기(左間氣)가 되오. 이렇게 올라가고 내려가며 왕래하는 것을 육기(六紀)라 부르오. 그러므로 축년(丑年)과 미년(未年)에는 궐음풍목(厥陰風木)이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효성(地皛星, 금성)의 장애를 만나 승기(勝氣)가 그것을 나아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소음군화(少陰君火)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면 궐음풍목이 내려갈 수 없고, 금운(金運)이 이때에 이르기도 하오. 금운이 이어받아 억제하니 내려가려 하나 이르지 못하고, 억제되어 울결(鬱結)로 변하오. 목기(木氣)가 내려가려 하나 금기가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도 이르지 못하면, 푸른 먼지가 멀리서 보이고 흰 기운이 이어져 오며, 바람이 먼지를 일으켜 하늘이 어두워지고 청량하고 건조한 기운이 운행하여 살상(殺傷)하며, 서리가 다시 내려 살기(殺氣)가 정령을 펼치오.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억제되어 울결이 생기고, 풍기와 조기가 서로 잠복하며, 따뜻한 기운이 도리어 서늘해지고, 초목이 막 움트려 하면 살상하는 서리가 내리며, 겨울잠 자는 벌레가 나타나지 않고, 서늘한 기운이 장부를 손상할까 두려워하오. 그러므로 인년(寅年)과 신년(申年)에는 소음군화가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현성(地玄星, 수성)의 장애를 만나 승기가 그것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병신년(丙申年)과 병인년(丙寅年)을 만나 수운(水運)이 지나쳐 미리 도래하기도 하오. 군화가 내려가려 하나 수운이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도 이르지 못하면, 붉은 구름이 막 나타나려 하는데 검은 기운이 도리어 생기고, 따뜻한 기운이 펼쳐지려 하는데 한랭한 기운이 자주 눈을 내리게 하며, 매서운 기운이 다시 발작하고 하늘 구름이 참담하고 쓸쓸해지오.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잠복하여 울결로 화하고, 한랭한 기운이 이긴 뒤에 다시 열기가 발생하여 붉은 바람이 역병이 되며, 백성들이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번거로우며 두통과 현기증을 앓고, 붉은 기운이 나타나며 온병이 장차 발작하오. 그러므로 묘년(卯年)과 유년(酉年)에는 태음습토(太陰濕土)가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창성(地蒼星, 목성)의 장애를 만나 승기가 그것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소양상화(少陽相火)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면 태음습토가 내려갈 수 없고, 혹은 목운(木運)이 이르기도 하오. 목운이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도 이르지 못하면, 누런 구름이 나타나고 푸른 노을이 드러나며, 울열이 증발하여 발작하고 큰 바람이 일어나며, 안개와 장막이 먼지로 가득 차고 부러지고 손상되는 일이 발생하오.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잠복하여 울결로 화하고, 하늘에 누런 먼지 기운이 나타나며 땅에 습기가 증발하여 퍼지고, 백성들이 사지(四肢)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며, 관절이 아프고, 배가 부르고 흉격이 막히는 병을 앓소. 그러므로 진년(辰年)과 술년(戌年)에는 소양상화가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현성(地玄星, 수성)의 장애를 만나 승기가 그것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수운(水運)이 지나쳐 미리 도래하기도 하오. 수운이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도 이르지 못하면, 붉은 구름이 막 나타나려 하는데 검은 기운이 도리어 생기고, 따뜻한 기운이 발생하려 하는데 냉기가 갑자기 이르며, 심하면 우박이 되오.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잠복하여 울결로 화하고, 냉기 뒤에 다시 열기가 발생하여 붉은 바람이 역병이 되며, 백성들이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번거로우며 두통과 현기증을 앓고, 붉은 기운이 나타나며 열병이 장차 발작하오. 그러므로 기년(己年)과 해년(亥年)에는 양명조금(陽明燥金)이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형성(地彤星, 화성)의 장애를 만나 승기가 그것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태음습토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면 소양상화가 내려갈 수 없고, 화운(火運)이 이때에 이르기도 하오. 화운이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지 못하면, 날씨가 청량하고 살기(殺氣)가 있으며, 붉은 기운이 이에 나타나고 따뜻한 기운이 도리어 발작하오. 백성들이 모두 피로하고, 밤에 누워서 편안하지 못하며, 목구멍이 마르고 물을 마시고 싶어 하며, 번뇌와 열이 마음속에 있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날씨가 청량하다가 따뜻한 기운이 다시 발작하며,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잠복하여 울결로 화하고, 날씨가 청량하며 엷은 한기가 있고, 먼 곳에 흰 기운이 생기오. 백성들이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며, 손발이 뻣뻣하여 능숙하지 못하고, 두 협(脇)이 아프며, 눈이 가득 어두워지오. 그러므로 자년(子年)과 오년(午年)에는 태양한수(太陽寒水)가 땅으로 내려가려 하나 지부성(地阜星, 토성)의 장애와 승기를 만나 내려가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오. 혹은 토운(土運)이 지나쳐 미리 도래하기도 하오. 토운이 이어받아 억제하여 내려가도 들어가지 못하면, 하늘에 검은 기운이 나타나고 어둡고 처참하며, 누런 먼지가 막 내리려 하는데 습기를 흩뿌리고, 한랭한 기운이 정령을 운행하며, 증기와 습기가 또 명령을 내리오. 오래도록 내려가지 못하면 잠복하여 울결로 화하고, 백성들이 심한 사지궐역(四肢厥逆), 사지가 무겁고 게으름, 음위(陰痿)로 힘이 없으며, 하늘이 음기로 가득 차고 증기와 습기가 간헐적으로 발작하오.”
황제가 말했다: “올라가고 내려가며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미 그 종지를 분명히 알았소. 이제 ‘천정(遷正)’에 대해 듣고자 하니, 분명히 알려줄 수 있겠소?”
기백이 말했다: “정당하게 중위(中位)를 주관하는 것을 천정위(遷正位)라 하오. 사천지기(司天之氣)가 천정하지 못하는 것은 전임 사천지기가 이미 교체 시한을 넘겼기 때문이오. 만약 전임 사천지기가 지나쳐 남은 날이 있으면 여전히 천수를 다스리므로 신임 사천지기가 천정하지 못하오. 궐음풍목이 천정하지 못하면 풍기와 온기가 시절에 맞지 않아 화훼가 시들고 떨어지며, 백성들이 소변 임력(淋漓), 목계(目系)가 돌아감, 쥐남, 쉽게 성냄, 소변 색이 붉어짐을 앓소. 풍기가 정령을 펴려 해도 한기가 떠나지 않고, 온기가 바르지 않아 봄철의 정상적인 시절을 잃소. 소음군화가 천정하지 못하면 냉기가 물러나지 않고, 봄철이 추워진 뒤에도 여전히 추우며, 온기가 시절에 맞지 않소. 백성들이 한열(寒熱), 사지 번통(煩痛), 요척 강직(腰脊强直)을 앓소. 목기(木氣)가 비록 여유가 있지만 그 위치가 군화를 넘지 못하오. 태음습토가 천정하지 못하면 구름과 비가 시절을 잃고 만물이 바짝 마르며, 마땅히 자라야 하는데 싹트지 않소. 백성들이 수족 지절(手足肢節)이 붓고 답답하며, 복부 수종(水腫), 흉격이 막혀 음식을 먹지 못하고, 완곡불화(完穀不化)의 설사, 협하(脇下) 창만, 사지를 들어 올리지 못함을 앓소. 우수(雨水)의 기운이 정령을 펴려 해도 열기가 여전히 다스리며, 온열한 기운이 지나치게 왕성하여 윤택하지 못하오. 소양상화가 천정하지 못하면 염열(炎熱)이 작열하여 정령을 펴지 못하고, 화묘가 번성하지 않으며, 혹서(酷暑)가 가을에 나타나고, 살기(殺氣)가 늦게 이르며, 서리가 시절에 맞지 않소. 백성들이 학질, 골증발열(骨蒸發熱), 심계(心悸)와 경외(驚駭)가 심하면 자주 출혈하오. 양명조금이 천정하지 못하면 서열(暑熱)의 기운이 앞에 있고 살기가 뒤에 있으며, 초목이 도리어 번성하오. 백성들이 한열(寒熱), 비색(鼻塞)과 재채기, 피부가 마름, 손톱이 바짝 마름, 심하면 기침과 천식, 호흡 촉박, 슬퍼하며 즐겁지 않음을 앓소. 열기가 비로소 퍼지나 조기(燥氣)가 정령을 펴지 못하고, 청량하고 강급(强急)한 기운이 운행하지 않으며, 폐금(肺金)이 또 병들게 되오. 태양한수가 천정하지 못하면 겨울철의 청량함이 도리어 춥고, 정령이 봄으로 바뀌며, 살상하는 서리가 앞에 있고 한빙(寒氷)이 뒤에 있으며, 양기가 또 와서 다스리고 매서운 기운이 발작하지 않으며, 구름과 안개가 때를 기다리오. 백성들이 온역(溫疫)과 여기(癘氣)가 이르고, 후두 폐색, 인후 건조, 번조(煩躁)와 갈증, 천식하며 소리가 나오. 한기가 조기(燥氣)를 기다리며 여전히 천기를 다스리고, 기후가 정상적인 질서를 잃어 백성들에게 재해를 끼치오.”
황제가 말했다: “천정(遷正) 시간의 빠르고 늦음에 대해서는 이미 그 요지를 알았소. 이제 퇴위(退位)의 상황에 대해 듣고자 하니, 분명히 알려줄 수 있겠소?”
기백(岐伯)이 말하였다: 이른바 퇴위(退位)하지 않는다는 것은 천수(天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천수에 여유가 있어 이를 다시 정사(政事)를 베푼다고 하며, 따라서 다시 천시(天时)를 다스리는 것이라 하니, 곧 천령(天令)이 원래와 같아서 퇴위하지 않는 것입니다. 궐음(厥阴)이 퇴위하지 않으면 큰 바람이 일찍 나타나고, 때에 맞는 비가 내리지 않으며, 습기(湿气)가 화생(化生)하지 못하여 백성들이 온역(瘟疫)에 걸리기 쉽고, 피부에 반점(斑点)이 생기며, 폐사(废弛)하고 해로운 풍사(风邪)가 발생하여 백성들이 모두 사지 관절의 통증, 두목(头目)의 통증, 내열(内热)과 번민(烦闷), 인후(咽喉)의 건조와 갈증을 느낍니다. 소음(少阴)이 퇴위하지 않으면 따뜻한 기운이 봄과 겨울에 발생하고,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일찍 나타나며, 초목이 일찍 자라나서 백성들이 흉격열(胸膈热), 인후 건조, 출혈(出血), 경구(惊恐), 소변 적삽(小便赤涩), 단독(丹毒), 종류(肿瘤), 진자(疹子), 창양(疮疡) 등의 독이 머무르는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태음(太阴)이 퇴위하지 않으면 추위와 더위가 시절에 맞지 않고, 진애(尘埃)가 캄캄하고 어지럽게 자욱하며, 온령(温令)이 물러가지 않아 백성들이 사지 무력(四肢无力), 음식 불하(饮食不下), 설사가 물 쏟아지듯 하며, 임력만민(淋沥满闷), 족경(足胫)의 한랭(寒冷), 음위폐색(阳痿闭塞), 실뇨(失尿) 또는 소변 빈삭(小便频数) 등의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소양(少阳)이 퇴위하지 않으면 열이 봄에 발생하고, 서열(暑热)이 뒤따라 화생하며, 겨울이 따뜻하고 차갑지 않아 흐르는 물이 얼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나와 활동하여 백성들이 기단(气短), 한열(寒热)이 번갈아 발작, 변혈(便血), 상열(上热), 소복(小腹)이 단단하고 창만(胀满)하며, 소변 적열(小便赤热)이 마치 관개(浇灌)하는 듯하고 심하면 출혈하는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양명(阳明)이 퇴위하지 않으면 봄에 청랭(清冷)한 기운이 발생하고, 초목이 늦게 번영하며, 한열이 번갈아 발작하여 백성들이 구토(呕吐), 폭설(暴泻), 음식 불하, 대변 건조, 사지 불능 거거(四肢不能抬举), 눈을 감음, 두현목현(头晕目眩) 등의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황제(黄帝)께서 물으셨다: 천시(天时)의 연도(年份)가 빠르고 늦음은 내가 이미 알았으니, 지기(地气)의 상황을 듣고 싶으니, 나로 하여금 알게 해주겠는가?
기백이 말하였다: 지하(地下)의 천정(迁正), 승(升) 및 퇴위(退位)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대지(大地)가 만물(万物)을 정상적으로 화생(化生)하지 못하고, 만물이 시령(时令)의 화육(化育)을 잃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내가 듣기에 천지(天地)에 육십갑자(六十甲子)와 십간(十天干) 십이지(十二地支)가 있다고 한다. 상하(上下)로 경위(经纬)하여 천지(天地)를 이루고, 기수(气数)에 천이(迁移)와 변화(变化)가 있으니, 만약 그 자리를 잃으면, 나로 하여금 알게 해줄 수 있겠는가?
기백이 말하였다: 실위(失位)하고 천이(迁移)하는 경우는, 비록 세운(岁运)의 정위(正位)를 얻었으나, 정위가 주관하는 주기(主气)를 얻지 못한 것이니, 이렇게 되면 사시(四时)가 절령(节令)에 맞지 않아 대역(大疫)이 발생하게 됩니다. 《현주밀어(玄珠密语)》의 주석에 말하기를: 양년(阳年)에 삼십 년이 있고, 육년(六年)의 천형지년(天刑之年)을 제하면, 모두 이십사 년의 태과(太过)의 해가 있고, 이 육년을 제하면 모두 태과(太过)로 쓰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이치가 있다. 지금 말하는 지지(地支)의 천이(迁移)와 위치 변경은 모두 불급(不及)으로 볼 수 있다.
가령 갑자(甲子) 양년(阳年)에, 토운(土运)이 태과(太过)하여 질색(窒塞)되었는데, 만약 계해(癸亥)년에 천수(天数)가 여유가 있어, 비록 갑자년으로 교차되었으나, 궐음(厥阴)이 여전히 천시(天时)를 다스리고, 지기(地气)가 이미 천정(迁正)하여 양명(阳明)이 재천(在泉)하고, 작년의 소양(少阳)이 이미 우간(右间)이 되었으니, 이는 궐음의 지(地)가 양명(阳明)인 것이므로, 서로 화합(和合)할 수 없습니다. 계사(癸巳)가 서로 만나, 토운(土运)이 태과(太过)하나, 허(虚)하여 도리어 목(木)의 승(胜)을 받으니, 태과(太过)가 아니니, 어찌 토운(土运)이 태과(太过)하다 하겠습니까? 더욱이 황종지율(黄钟之律)이 너무 질색(窒塞)하지 않아야 하는데, 목(木)이 이미 이겼고 금(金)이 또 회복(恢复)하며, 금(金)이 회복한 후에 소음(少阴)이 약속대로 이르니, 이미 목(木)이 승(胜)하여 화(火)와 같으나 금(金)의 회복이 미약하니, 이렇게 갑기(甲己)가 실수(失守)하여, 삼 년 후에 토역(土疫)으로 화(化)하고, 늦은 것은 묘년(卯年)에 이르고, 빠른 것은 병인년(丙寅年)에 이르러 토역(土疫)이 오게 되니, 역병(疫病)의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은 천지(天地)의 기수(气数)를 추구(推求)하고, 태일(太一)을 상세히 고찰(考察)해야 합니다.
또 갑자년(甲子年)을 예로 들면, 만약 갑(甲)이 자(子)에 이르러 상합(相合)하면, 당연히 사천(司天)을 교접(交接)하여 천시(天时)를 다스려야 하는데, 아래의 기미(己未)가 천정(迁正)하지 못하고, 무인(戊寅) 소양(少阳)이 퇴위(退位)하지 않은 것도, 이는 갑기(甲己) 아래에 상합(相合)이 있으니, 토운(土运)이 태과(太过)가 아니고, 목(木)이 허(虚)를 타고 와서 토(土)를 이기고, 금(金)이 이어서 다시 와서 승(胜)을 회복하니, 도리어 사기(邪气)로 화(化)합니다. 음양(阴阳)과 천지(天地)가 같지 않으니, 역병(疫病)의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이 완전히 천지(天地)의 법칙(法则)과 같습니다.
가령 병인(丙寅) 양년(阳年)이 태과(太过)한데, 만약 을축(乙丑)년에 천수(天数)가 여유가 있어, 비록 병인년으로 교차되었으나, 태음(太阴)이 여전히 천시(天时)를 다스리고, 지기(地气)가 이미 천정(迁正)하여 궐음(厥阴)이 사지(司地)하고, 작년의 태양(太阳)이 이미 우간(右间)이 되었으니, 이는 하늘은 태음(太阴)이고 땅은 궐음(厥阴)이므로, 땅이 하늘의 화(化)를 받들지 못합니다. 을신(乙辛)이 서로 만나, 수운(水运)이 태허(太虚)하여 도리어 토(土)의 승(胜)을 받으니, 태과(太过)가 아니니, 곧 태주지관(太簇之管)에 태우(太羽)가 응(应)하지 않고, 토(土)가 이기어 우화(雨化)하며, 수(水)가 회복하면 풍(风)이 생기니, 이는 병신(丙辛)이 그 만남을 실수(失守)하여, 삼 년 후에 수역(水疫)으로 화(化)하고, 늦은 것은 기사년(己巳年)에 이르고, 빠른 것은 무진년(戊辰年)에 이르며, 심하면 빠르고, 경미하면 느리니, 수역(水疫)이 오게 되니,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은 천지(天地)의 기수(气数)와 태을유궁(太乙游宫)을 추구(推求)해야 합니다.
또 병인년(丙寅年)을 예로 들면, 병(丙)이 인(寅)에 이르러 상합(相合)하니, 당연히 사천(司天)을 교접(交接)하여 천시(天时)를 다스려야 하는데, 신사(辛巳)가 천정(迁正)하지 못하고, 경진(庚辰) 태양(太阳)이 퇴위(退位)하지 않은 것도, 이는 병신(丙辛)이 덕(德)을 합(合)하지 못한 것이니, 수운(水运)도 또한 약간 허(虚)하고 조금 승기(胜气)가 있거나, 혹은 복기(复气)가 있어, 삼 년 후에 여병(疠病)으로 화(化)하여 이름을 수려(水疠)라 하고, 그 증상(症状)은 수역(水疫)과 같으며, 치료법(治法)은 앞과 같습니다.
가령 경진(庚辰) 양년(阳年)이 태과(太过)한데, 만약 기묘(己卯)년에 천수(天数)가 여유가 있어, 비록 경진년으로 교차되었으나, 양명(阳明)이 여전히 천시(天时)를 다스리고, 지기(地气)가 이미 천정(迁正)하여 태음(太阴)이 사지(司地)하고, 작년의 소음(少阴)이 이미 우간(右间)이 되었으니, 이는 하늘은 양명(阳明)이고 땅은 태음(太阴)이므로, 땅이 하늘을 받듭니다. 을사(乙巳)가 서로 만나, 금운(金运)이 태허(太虚)하여 도리어 화(火)의 승(胜)을 받으니, 태과(太过)가 아니니, 곧 고선지관(姑洗之管)에 태상(太商)이 응(应)하지 않고, 화(火)가 이기어 열화(热化)하며, 수(水)가 회복하면 한형(寒刑)이니, 이는 을경(乙庚)이 실수(失守)하여, 삼 년 후에 금역(金疫)으로 화(化)하고, 빠른 것은 임오년(壬午年)에 이르고, 느린 것은 계미년(癸未年)에 이르러 금역(金疫)이 오게 되니,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은 본년(本年)의 천수(天数)와 태일(太一)을 추구(推求)해야 합니다.
또 경진(庚辰)을 예로 들면, 만약 경(庚)이 진(辰)에 이르러, 당연히 사천(司天)을 교접(交接)하여 천시(天时)를 다스려야 하는데, 아래의 을미(乙未)가 천정(迁正)하지 못한 것은, 곧 지(地)의 갑오(甲午) 소음(少阴)이 퇴위(退位)하지 않은 것이고, 또한 을경(乙庚)이 덕(德)을 합(合)하지 못하니, 아래의 을미(乙未)는 간(干)이 강(刚)을 잃어, 또한 금운(金运)이 작게 허(虚)하고, 작은 승(胜)이 있거나 복기(复气)가 없어, 삼 년 후에 여병(疠病)으로 화(化)하여 이름을 금려(金疠)라 하고, 그 증상(症状)은 금역(金疫)과 같으며, 치료법(治法)은 앞과 같습니다.
가령 임오(壬午) 양년(阳年)이 태과(太过)한데, 만약 신사(辛巳)년에 천수(天数)가 여유가 있어, 비록 임오년으로 교차되었으나, 궐음(厥阴)이 여전히 천시(天时)를 다스리고, 지기(地气)가 이미 천정(迁正)하여 양명(阳明)이 재천(在泉)하고, 작년의 병신(丙申) 소양(少阳)이 이미 우간(右间)이 되었으니, 이는 하늘은 궐음(厥阴)이고 땅은 양명(阳明)이므로, 땅이 하늘을 받들지 못합니다. 정신(丁辛)이 서로 합(合)하여, 목운(木运)이 태허(太虚)하여 도리어 금(金)의 승(胜)을 받으니, 태과(太过)가 아니니, 곧 유빈지관(蕤宾之管)에 태각(太角)이 응(应)하지 않고, 금(金)이 행(行)하여 조승(燥胜)하며, 화(火)가 화(化)하여 열복(热复)하니, 심하면 빠르고, 경미하면 느리며, 역병(疫病)이 올 때의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은 역병이 도래(到来)하는 해의 천수(天数)와 태일(太一)을 추구(推求)해야 합니다.
또 임(壬)이 오(午)에 이르러, 당연히 사천(司天)을 교접(交接)하여 천시(天时)를 다스려야 하는데, 아래의 정유(丁酉)가 천정(迁正)하지 못한 것은, 곧 지하(地下)의 병신(丙申) 소양(少阳)이 퇴위(退位)하지 않은 것이니, 정임(丁壬)이 덕(德)을 합(合)하지 못함을 보면, 정(丁)의 유간(柔干)이 강(刚)을 잃어, 또한 목운(木运)이 작게 허(虚)하고, 작은 승(胜)이 있고 작은 복(复)이 있습니다. 삼 년 후에 여병(疠病)으로 화(化)하여 이름을 목려(木疠)라 하고, 그 증상(症状)은 풍역(风疫)과 같으며, 치료법(治法)은 앞과 같습니다.
가령 무신(戊申) 양년(阳年)이 태과(太过)한데, 만약 정미(丁未)년에 천수(天数)가 태과(太过)하여, 비록 신년(申年)으로 교차되었으나, 태음(太阴)이 여전히 천시(天时)를 다스리고, 지기(地气)가 이미 천정(迁正)하여 궐음(厥阴)이 재천(在泉)하고, 작년의 임술(壬戌) 태양(太阳)이 이미 퇴위(退位)하여 우간(右间)이 되었으니, 이는 하늘은 정미(丁未)이고 땅은 계해(癸亥)이므로, 땅이 하늘의 화(化)를 받들지 못합니다. 정계(丁癸)가 서로 만나, 화운(火运)이 태허(太虚)하여 도리어 화(火)의 승(胜)을 받으니, 태과(太过)가 아니니, 곧 이칙지관(夷则之管)에 상태징(上太征)이 응(应)하지 않아, 이는 무계(戊癸)가 그 만남을 실수(失守)하여, 삼 년 후에 역병(疫病)으로 화(化)하고, 빠른 것은 경술년(庚戌年)에 이르며, 대소(大小)와 선악(善恶)은 역병이 도래(到来)하는 해의 천수(天数)와 태일(太一)을 추구(推求)해야 합니다.
또 무신(戊申)을 예로 들면, 만약 무(戊)가 신(申)에 이르러, 당연히 사천(司天)을 교접(交接)하여 천시(天时)를 다스려야 하는데, 아래의 계해(癸亥)가 천정(迁正)하지 못한 것은, 곧 지하(地下)의 임술(壬戌) 태양(太阳)이 퇴위(退位)하지 않은 것이니, 무계(戊癸)가 덕(德)을 합(合)하지 못함을 보면, 아래의 계(癸) 유간(柔干)이 강(刚)을 잃어, 화운(火运)이 작게 허(虚)함을 보고, 작은 승(胜)이 있거나 복기(复气)가 없어, 삼 년 후에 여병(疠病)으로 화(化)하여 이름을 화려(火疠)라 하고, 치료법(治法)은 앞과 같으며, 치료 방법은 한량(寒凉)하게 사하(泻下)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황제가 묻기를: “사람의 정기가 부족하면 천기가 마치 허손된 것과 같고, 사람의 신이 지키는 바를 잃어 신광이 응집되지 못하며, 사귀가 사람의 몸을 침범하여 요절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그 이치를 제가 들을 수 있겠습니까?”
기백이 대답하기를: “사람의 오장 중에 한 장부라도 정기가 부족하고, 또 마침 천기가 허약해지면 사기를 감수하기 쉬워 발병하게 됩니다. 사람이 근심과 사려로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혹은 소음군화가 사천하는 때를 만나 천시의 기가 미치지 못하고, 태음습토의 기가 이어져 간격을 두고 이르면 이를 ‘천허(天虛)’라 하니, 이는 인기와 천기가 동시에 허약해진 것입니다. 또 놀라고 두려워하여 정기를 빼앗기고 심한(心汗)이 밖으로 새어나가므로 ‘삼허(三虛)’가 형성되어 신명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합니다. 심은 군주(君主)의 관(官)이며 신명이 이로부터 나오니, 신이 한번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유주(遊走)하여 상단전(上丹田)에 이르러, 제태일제군(帝太一帝君)의 니환궁(泥丸宮) 아래에 머물게 됩니다. 신이 이미 자리를 잃었으니 신광이 응집되지 못하고, 또 화운(火運)이 미치지 못하는 해를 만나면 흑시귀(黑尸鬼)가 나타나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됩니다.
사람이 음식을 절도하지 않고, 노고가 지나치면 비장을 손상시키거나, 혹은 태음습토가 사천하는 때를 만나 천시의 기가 미치지 못하고, 소양상화의 기가 이어져 간격을 두고 이르면 이를 ‘허(虛)’라 하니, 이는 인기가 허하고 천기도 허한 것입니다. 또 음식을 과식하여 위한(胃汗)이 밖으로 새고, 취하여 배부른 후에 방사를 행하여 비한(脾汗)이 밖으로 새므로 ‘삼허’가 형성되어 비신(脾神)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합니다. 비는 간쟁(諫諍)의 관이며 지모(智謀)가 주밀(周密)하게 이로부터 나오니, 신이 이미 자리를 잃으면 신광이 자리를 잃고 응집되지 못하며, 또 토운(土運)이 미치지 못하는 해, 혹은 기년(己年)이나 갑년(甲年)이 실수(失守)하거나, 혹은 태음사천의 천기가 허약해지면 청시귀(青尸鬼)가 나타나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됩니다.
사람이 오래 습지에 앉거나, 억지로 힘써 물을 건너면 신장을 손상시킵니다. 신은 작강(作强)의 관이며 기교(技巧)가 이로부터 나오므로 ‘삼허’가 형성되어 신신(腎神)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신지(神志)가 자리를 잃어 신광이 응집되지 못하며, 또 수운(水運)이 미치지 못하는 해, 혹은 신년(辛年)이 천시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병년(丙年)이 실수하거나, 혹은 태양사천의 천기가 허약해지면 황시귀(黃尸鬼)가 이르러,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됩니다.
사람이 성내어 기가 위로 치받쳐 내려가지 않으면 간장을 손상시킵니다. 또 궐음풍목이 사천하는 때를 만나 천시의 기가 미치지 못하고, 소음군화의 기가 이어져 간격을 두고 이르면 이를 ‘천허’라 하니, 이는 천허와 인허가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 빨리 달리거나 두려워하여 간한(肝汗)이 밖으로 새어나갑니다. 간은 장군(將軍)의 관이며 모려(謀慮)가 이로부터 나오니, 신위(神位)가 자리를 잃고 신광이 응집되지 못하며, 또 목운(木運)이 미치지 못하는 해, 혹은 정년(丁年)이 천시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임년(壬年)이 실수하거나, 혹은 궐음사천의 천기가 허약해지면 백시귀(白尸鬼)가 나타나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됩니다.
이상 다섯 가지 오장신(五臟神)이 자리를 잃은 경우는 모두 천허와 인허가 함께 존재하여 신이 유주하여 그 본위를 잃었으므로, 오시귀(五尸鬼)가 사람의 몸을 침범하여 갑자기 죽게 하니, 이것을 또한 ‘시궐(尸厥)’이라 합니다. 사람이 만약 오신(五神)의 변위(移位)를 범하면 신광이 원만할 수 없습니다. 시귀뿐만 아니라 모든 사기가 사람의 몸을 침범하는 것은 모두 신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한 까닭입니다. 이는 이르기를, ‘능히 신위를 지키는 자는 살고, 신위를 잃은 자는 죽으며, 신기를 얻은 자는 창성하고, 신기를 잃은 자는 멸망한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