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더 편하게 《묵자》 앱: 전문 검색, 책갈피, TTS, 오프라인
테마
글자 크기 18
오십삼편

친사

제 1 편

나라를 다스리면서 어진 선비를 돌보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어진 인재를 보고도 급히 등용하지 않으면 그들이 임금을 업신여기게 된다. 어진 선비가 없으면 급한 일을 처리할 수 없고, 어진 선비가 없으면 나랏일을 꾀할 수 없다. 어진 선비를 업신여기고 선비를 잊으면서 나라가 오래 존속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옛날 진문공은 쫓겨나 유랑하다가 마침내 천하를 바로잡았고, 제환공은 나라를 떠나게 되었으나 마침내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에게 치욕을 당했으나 마침내 중원의 현명한 군주가 되었다. 이 세 사람이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공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기 나라에서 큰 치욕을 겪었기 때문이다. 가장 으뜸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실패했지만 성취를 이루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잘 쓴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편안한 거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정된 마음을 가지지 못한 것이며, 풍족한 재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맡아서 쉬운 일을 남에게 양보하지만, 여러 사람들은 스스로 쉬운 일을 택하여 어려운 일을 남에게 미룬다. 군자는 나아갈 때 자기의 뜻을 잃지 않고, 물러날 때 자기의 실상을 살피며, 비록 평범한 백성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끝까지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니, 이는 그들이 스스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을 하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자기가 싫어하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총애를 받는 가까운 신하는 임금을 해치고, 아첨하는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해친다. 임금에게는 반드시 직언으로 간하는 신하가 있어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반드시 다투는 아랫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랏일을 논하는 자가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서로 논박하는 자가 직언을 꺼리지 않아야 오래 살고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 신하가 자기의 작위를 중히 여겨 감히 말하지 못하고, 가까운 신하는 잠잠하고 먼 신하는 입을 다물며, 원한이 백성들의 마음속에 쌓이고, 아첨하는 무리들이 임금을 둘러싸며, 좋은 의견이 막히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이 어찌 천하의 어진 선비를 잃지 않았겠는가? 그 결과 몸이 죽고 천하를 잃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나라의 보물을 선물하는 것보다 어진 선비를 천거하고 선비를 들이는 것이 낫다."라고 한다.

지금 다섯 개의 송곳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가장 날카롭다. 날카로운 것은 반드시 먼저 부러진다. 다섯 자루의 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가장 잘 갈려 있다. 가장 잘 갈린 것은 반드시 먼저 닳는다. 그러므로 단 물이 먼저 마르고, 큰 나무가 먼저 베어지며, 신령한 거북이 먼저 태워지고, 신기한 흰 뱀이 먼저 햇볕에 말려진다. 따라서 비간은 강직함 때문에 죽임을 당했고, 맹분은 용맹 때문에 죽임을 당했으며, 서시는 아름다움 때문에 강물에 빠져 죽었고, 오기는 공로 때문에 거열형을 당했다. 이들은 자기 장점 때문에 죽지 않은 자가 드물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성하면 보전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따라서 비록 현명한 임금이 있어도 공로 없는 신하를 좋아하지 않고, 비록 자애로운 아버지가 있어도 쓸모없는 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직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 자리에 마땅한 사람이 아니며, 그 작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그 녹을 누리는 것은 그 녹이 마땅히 돌아가야 할 사람이 아니다. 좋은 활은 당기기 어렵지만, 높이 쏘고 깊이 꽂을 수 있으며, 좋은 말은 부리기 어렵지만, 무거운 것을 싣고 먼 곳에 이를 수 있으며, 어진 인재는 부리기 어렵지만, 임금을 존귀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과 바다는 작은 시내의 물이 흘러드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서 크게 될 수 있다. 성인은 일을 당하여 사양하지 않고, 만물에 거스르지 않으므로 천하를 다스리는 기둥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강과 바닷물은 한 근원에서 나오지 않고, 값이 천 일(鎰)이나 하는 갖옷은 한 마리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만 만들지 않는다. 어찌 같은 방책만 인정하고 자기와 같은 사람만 취하겠는가? 이것은 천하를 두루 사랑하는 임금의 도리가 아니다.

따라서 천지는 항상 밝지 않고, 큰 물은 항상 넘실대지 않으며, 큰 불은 항상 들불처럼 번지지 않고, 임금의 덕은 항상 빛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임금이야말로 뭇사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만약 임금이 화살처럼 곧고 숫돌처럼 평평하기만 하다면, 만물을 덮기에 부족하다. 그러므로 좁은 시내는 빨리 마르고, 얕은 물은 빨리 고갈되며, 메마른 땅은 식물을 자라게 하지 못한다. 임금의 깊은 은택이 궁문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온 나라에 흘러 퍼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