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애 상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반드시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아야 다스릴 수 있고,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면 다스릴 수 없다. 예를 들어 의사가 사람의 병을 치료할 때, 반드시 병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아야 치료할 수 있고, 병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면 치료할 수 없다. 혼란을 다스리는 것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반드시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아야 다스릴 수 있고,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면 다스릴 수 없다.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혼란이 생기는 근원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시험 삼아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살펴보자. 혼란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신하가 임금과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공경하지 않는 것, 이것이 이른바 혼란이다. 아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아버지를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아우는 자기를 사랑하고 형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형을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신하는 자기를 사랑하고 임금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임금을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이것이 이른바 혼란이다. 비록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애롭지 않고, 형이 아우에게 자애롭지 않으며, 임금이 신하에게 자애롭지 않은 것도, 또한 천하가 말하는 혼란이다. 아버지는 자기를 사랑하고 아들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아들을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형은 자기를 사랑하고 아우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아우를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임금은 자기를 사랑하고 신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신하를 해치고 자기가 이익을 본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비록 천하의 도둑과 강도도 이와 같다. 도둑은 자기 집을 사랑하고 남의 집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남의 집을 훔쳐 자기 집을 이롭게 한다. 도둑은 자기 몸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남을 해쳐 자기 몸을 이롭게 한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비록 대부들이 서로 영지를 침범하고, 제후들이 서로 나라를 공격하는 것도 이와 같다. 대부들은 각자 자기 영지를 사랑하고 남의 영지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남의 영지를 침범해 자기 영지를 이롭게 한다. 제후들은 각자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남의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남의 나라를 공격해 자기 나라를 이롭게 한다. 천하의 혼란한 일들이 모두 여기에 있다.
이 혼란이 어디서 생기는지 살펴보자.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만약 천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기를 자기처럼 한다면, 불효한 사람이 있겠는가? 아버지와 형과 임금을 자기 몸처럼 여긴다면, 어찌 불효한 일을 하겠는가? 또한 자애롭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아우와 아들과 신하를 자기 몸처럼 여긴다면, 어찌 자애롭지 않은 일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자애롭지 않음과 불효가 사라진다. 또 도둑과 강도가 있겠는가? 남의 집을 자기 집처럼 여긴다면, 누가 훔치겠는가? 남의 몸을 자기 몸처럼 여긴다면, 누가 해치겠는가? 그러므로 도둑과 강도가 없어진다. 또 대부들이 서로 영지를 침범하고, 제후들이 서로 나라를 공격하는 일이 있겠는가? 남의 영지를 자기 영지처럼 여긴다면, 누가 침범하겠는가? 남의 나라를 자기 나라처럼 여긴다면, 누가 공격하겠는가? 그러므로 대부들이 서로 영지를 침범하고 제후들이 서로 나라를 공격하는 일이 없어진다. 만약 천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면, 나라와 나라가 서로 공격하지 않고, 영지와 영지가 서로 침범하지 않으며, 도둑과 강도가 없고,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효도하고 자애로워, 이와 같이 되면 천하가 잘 다스려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어찌 서로 미워함을 금지하고 서로 사랑함을 권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 편안하고 평화로워지고, 서로 미워하면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묵자가 말하기를, 서로 사랑함을 권장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이치가 여기에 있다고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