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 상
묵자가 말하였다: "옛날의 왕공대인들은 마음속으로 진실로 이익을 얻고 손해를 싫어하며, 안정을 구하고 위험을 싫어하였으므로, 공격하고 정벌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남의 과수원이나 채소밭에 들어가 복숭아와 자두를 훔친다면, 사람들은 듣고 나무라며, 위에서 다스리는 자가 잡으면 벌을 줄 것이다. 이는 어째서인가? 남을 해쳐서 자신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남의 개, 돼지, 닭, 새끼 돼지를 훔치는 사람은 그 불의가 과수원에 들어가 복숭아와 자두를 훔친 자보다 더하다.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치는 정도가 더 많기 때문이며, 그 불인(不仁)이 더 심하고 죄과도 더 깊다. 남의 외양간과 마구간에 들어가 말과 소를 훔치는 사람은 그 불인불의가 개, 돼지, 닭, 새끼 돼지를 훔친 자보다 더하다.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치는 정도가 더 많기 때문이며, 남을 해침이 많을수록 그 불인이 더 심하고 죄과도 더 깊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의 옷과 가죽옷을 벗기며, 그의 창과 칼을 빼앗는 자는 그 불의가 남의 외양간과 마구간에 들어가 말과 소를 훔친 자보다 더하다.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치는 정도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남을 해침이 많을수록 그 불인이 더 심해지고 죄과도 더 깊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하의 군자들은 모두 그것을 알고 나무라며 불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크게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나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따르며 칭찬하여 의롭다고 말한다. 이것을 일러 의와 불의의 구별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불의라 하며, 반드시 한 가지 사형죄가 성립된다. 만약 이 이치에 따라 유추한다면, 열 사람을 죽이면 열 배의 불의이며 반드시 열 가지 사형죄가 있고, 백 사람을 죽이면 백 배의 불의이며 반드시 백 가지 사형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하의 군자들은 모두 그것을 알고 나무라며 불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크게 불의한 일을 행하는 것, 곧 남의 나라를 공격함에 있어서는 나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따르며 칭찬하여 의롭다고 말한다. 그들은 진실로 그것이 불의한 줄을 모르므로, 그 칭찬하는 말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긴다. 만약 그것이 불의한 줄을 안다면, 어찌 그 불의한 말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길 까닭이 있겠는가?
지금 여기에 한 사람이 있어, 조금 검은 것을 보면 검다고 말하지만, 많은 검은 것을 보면 희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이 사람이 검음과 흰색의 구별을 알지 못한다고 여길 것이다. 조금 쓴 맛을 보면 쓰다고 말하지만, 많은 쓴 맛을 보면 달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이 사람이 단맛과 쓴맛의 구별을 알지 못한다고 여길 것이다. 지금 작은 잘못에 대해서는 그것을 알고 나무란다. 그러나 큰 잘못, 곧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일에 있어서는 나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따르며 칭찬하여 의롭다고 말한다. 이것을 일러 의와 불의의 구별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천하의 군자들이 의와 불의를 분별하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혼란한지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