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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삼편

칠환

제 5 편

묵자가 말했다: 나라에는 일곱 가지 화(禍)가 있다. 이 일곱 가지 화란 무엇인가? 성곽과 해자가 방어하기에 충분하지 못한데도 궁실을 짓는 것이 첫 번째 화이다. 적군이 국경에 압박해 와도 사방의 이웃 나라들이 구원해 주지 않는 것이 두 번째 화이다. 백성의 힘을 쓸데없는 일에 다 써 버리고 재능 없는 자에게 상을 내리며, 백성의 힘은 쓸모없는 일에 소진되고 재물은 빈객 접대 때문에 바닥나는 것이 세 번째 화이다. 벼슬아치들은 녹봉만 지키고 유세하는 자들은 교제만 중시하며, 임금이 법을 만들어 신하를 벌하니 신하가 두려워 감히 어기지 못하는 것이 네 번째 화이다. 임금이 스스로 성명하고 지혜롭다 여겨 정사를 묻지 않고, 스스로 안정되고 강성하다 여겨 방어할 준비를 하지 않으며, 사방의 이웃 나라들이 그를 모의하는데도 경계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화이다. 신임하는 자가 충성스럽지 못하고, 충성스러운 자가 신임받지 못하는 것이 여섯 번째 화이다. 저장한 곡식이 백성이 먹기에 부족하고, 대신들이 정사를 감당하지 못하며, 상을 주어도 기쁘게 하지 못하고, 벌을 주어도 두렵게 하지 못하는 것이 일곱 번째 화이다. 나라에 이 일곱 가지 화가 존재하면 반드시 사직을 잃을 것이며, 이 일곱 가지 화를 지니고 성을 지키면 적이 오는 즉시 나라가 무너질 것이다. 일곱 가지 화가 있는 곳에는 나라에 반드시 재앙이 있다.

무릇 오곡은 백성이 살아가는 바탕이요, 또한 임금이 백성을 기르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백성이 의지할 바가 없으면 임금이 기를 수 없고, 백성이 먹을 것이 없으면 부릴 수 없다. 따라서 곡식은 힘써 생산하지 않을 수 없고, 토지는 힘써 경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용도는 검소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오곡이 모두 풍년이면 온갖 맛있는 음식을 임금이 누릴 수 있지만, 모두 풍년이 아니면 전부 누릴 수 없다. 한 가지 곡식이 흉작이면 ‘근(饉)’이라 하고, 두 가지 곡식이 흉작이면 ‘한(旱)’이라 하며, 세 가지 곡식이 흉작이면 ‘흉(凶)’이라 하고, 네 가지 곡식이 흉작이면 ‘궤(餽)’라 하며, 다섯 가지 곡식이 모두 흉작이면 ‘기(饑)’라 한다. 근년을 만나면 대부 이하의 벼슬아치들은 녹봉의 5분의 1을 감한다. 한년을 만나면 5분의 2를 감한다. 흉년을 만나면 5분의 3을 감한다. 궤년을 만나면 5분의 4를 감한다. 기년을 만나면 녹봉을 모두 없애고 다만 구량(口糧)만 줄 뿐이다. 그러므로 흉년과 기근이 나라에 있으면, 임금은 솥 안의 음식 5분의 3을 덜어내고, 대부는 달아 놓은 악기를 거두며, 선비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임금이 조회 때 입는 예복은 새로 만들지 않으며, 제후의 빈객과 사방의 사자에게는 후한 음식으로 대접하되 사치하지 않고, 수레 곁의 참마(驂馬)를 덜어내며, 길을 닦지 않고, 말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으며, 첩과 시녀에게 비단을 입히지 않으니, 이는 물자가 극도로 부족함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지금 아이를 업고 물을 긷는 사람이 있어 아이를 우물에 빠뜨리면, 그 어머니가 반드시 따라가서 구할 것이다. 지금 흉년을 만나 백성이 굶주리고 길에 굶어 죽은 사람이 있으면, 이 재앙은 아이가 우물에 빠진 것보다 더 심한데, 어찌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풍년이 들면 백성은 인자하고 착해지고, 흉년이 들면 백성은 인색하고 흉악해진다. 백성에게 어찌 고정된 품행이 있겠는가? 일하는 사람이 적고 먹는 사람이 많으면 그 해의 농사는 풍년이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재물이 부족하면 마땅히 시절을 돌아보고, 곡식이 부족하면 마땅히 용도를 돌아본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옛날의 현명한 임금은 시절에 따라 재물을 생산하고, 근본을 굳게 하고 용도를 절약하였으니, 재물이 넉넉해졌다. 따라서 상고의 성왕(聖王)일지라도 어찌 오곡이 항상 풍년이 들고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이 없었으니, 어째서인가? 그들이 생산에 힘쓰고 농시를 놓치지 않았으며, 스스로를供养함에 매우 검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서(夏書)》에 “우(禹) 때에 7년의 수재를 겪었다.”라고 하고, 《은서(殷書)》에 “탕(湯) 때에 5년의 한재를 겪었다.”라고 하니, 이 흉년과 기근이 참으로 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백성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았으니, 어째서인가? 그들이 재물을 생산함에 집중하고, 재물을 사용함에 검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고에 저장된 곡식이 없으면 흉년과 기근에 대비할 수 없고, 무기고에 저장된 병기가 없으면 비록 의(義)가 있어도 불의(不義)를 정벌할 수 없으며, 성곽이 완비되지 않으면 방어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고, 마음속에 미리 계획한 것이 없으면 갑작스러운 변고에 대처할 수 없다. 이는 마치 경기(慶忌)에게 떠날 마음이 없으면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과 같다. 하나라 걸왕은 탕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유배되었고, 은나라 주왕은 무왕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걸과 주는 천자로서 존귀하고 천하를 부유하게 가졌으나, 모두 백 리(里)의 땅을 가진 임금에게 멸망당했으니, 어째서인가? 부귀를 가지고도 방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방비는 나라의 큰 일이다.

곡식은 나라의 보배요, 병기는 나라의 날카로운 발톱이요, 성곽은 방어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도구이다. 이 세 가지는 나라의 도구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정상적인 상을 주어 성곽을 쌓으면 백성은 수고로워도 상처받지 않고, 정상적인 부역으로 조세를 거두면 백성은 지출해도 괴롭지 않다. 백성이 괴로워하는 것은 이것들이 아니다. 괴로워하는 것은 백성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 공로 없는 자에게 상을 주고, 창고의 재물을 다 써서 수레, 말, 의복, 구슬과 진귀한 보물을 마련하는 것이다. 백성을 수고롭게 하여 궁실과 관람하고 노는 곳을 짓고, 죽으면 후한 관곽(棺槨)을 만들고 많은 의복을 만드는 것이다. 살아서는 누대와 정자를 짓고, 죽으면 무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성은 밖에서 고생하고 창고는 안에서 텅 빈다. 임금은 그 향락에 만족하지 못하고 백성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라가 적을 만나면 손상되고, 백성이 흉년과 기근을 만나면 유랑하게 되니, 이는 모두 방비가 완비되지 못한 잘못이다. 또 곡식은 성인이 귀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나라에 3년의 곡식 저장이 없으면 나라가 그 나라가 아니요, 집에 3년의 곡식 저장이 없으면 자식이 그 자식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를 나라의 저장이라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