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출 노첩
【일지화】(청정番王이 여러 사람을 거느리고 올라와) 하늘의 뜻이 요나라를 망하게 하고, 천하를 조송(趙宋)과 나누어 주었다. 정변(靜鞭) 소리가 호가(胡笳)를 대신한다. 북을 울리고 종을 쳐, 문무백관이 정돈된 줄로 다가오는 것을 본다. 우르르, 남방 사람들은 우습구나, 다만 그 콧날이 위로 솟고, 얼굴 가죽이 팽팽하며, 털끝이 헝클어졌구나. "만리 강산 만리 흙. 하루 아침 천자, 하루 아침 신하. 우리 북방이 어찌 바람과 모래, 해와 달을 견디랴? 남방 사람들은 유독 비단 같은 건곤(乾坤)을 차지했구나." 나 대금(大金) 황제 완안량(完顏亮)이 바로다. 오랑캐로서, 성품이 풍류를 좋아한다. 우리 조상 아골타(阿骨打)가 남조(南朝) 천하를 빼앗았고, 조강왕(趙康王)은 항주(杭州)로 도망쳐, 지금 또 삼십여 년이 되었다. 듣자하니 그가 항주를 꾸미는 것이 변량(汴梁) 풍경보다 낫다고 한다. 한 곳 서호(西湖)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거움을 찾는다. 어떤 곡조에 이르기를 "삼추(三秋)의 계수나무, 십리(十里)의 연꽃"이라 하였다. 내가 곧 백만 대군을 일으켜 삼키고자 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병법(兵法)은 허실(虛實)을 중시하니, 내가 한 명의 남방 사람을 써서 내 길잡이로 삼고자 한다. 그 회양(淮揚)의 도적 이전(李全)이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을 지녔음을 좋아한다. 그의 마음이 나에게 따르니, 내가 먼저 그를 유금왕(溜金王) 벼슬에 봉한다. 그에게 삼 년 안에 병사를 모집하고 말을 사서, 회양 지방을 소란하게 하라고 명한다. 기회를 보아 일을 행하여, 진군하는 길을 열게 하라. 아이고, 내가 바라건대 서호에 가서 마음을 풀 수 있게 되기를!
【북이범강아수】천도를 반으로 나누었으나, 비록 천도를 반으로 나누었으나, 높은 곳은 유독 나를 비춘다. 나의 사천대(司天台)는 저 남조를 가리키며, 저곳이 좋다고 표시한다. (여러 사람) 저곳이 좋습니까? (청정이 웃으며) 네가 말하라, 서시(西施)가 얼마나 아리따워, 서호에서 웃으며 난초 노에 기대었는지. (여러 사람) 서호가 우리의 남해자(南海子), 북해자(北海子)보다 큽니까? (청정) 사방 삼백 리다. 물결 위에 꽃이 흔들리고, 구름 밖에 향기가 흩날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단 같은 생황(笙歌)이 취한 뜻을 에워싸며 돈다. (여러 사람) 만세야, 빌려서 놀아보소서. (청정) 이미 몰래 화공(畫工)을 보내어, 그 전체 경치를 훔쳐 왔다. 그 호수 위에 오산(吳山) 제일봉(第一峰)이 있어, 나를 말 위에 서서 그 위에 그렸다. 나 참으로 위엄이 있지 아니한가! 오산이 가장 높아, 내가 오산 가장 높은 곳에 말 위에 서 있다. 강남(江南)은 낮고 작아, 또한 강남이 낮고 작음을 보았다. (춤추며) 내가 혹시 자리를 하나 차지하여 《금서호상마교(錦西湖上馬嬌)》를 한 대목 꾸미지 않을까 두렵구나. (여러 사람) 아뢰옵나이다, 만세야, 혹시 급히 서호에 이르지 못할까 염려되오니, 어느 곳에 주필(駐蹕)하시렵니까?
【북미】(청정) 아, 급한 가운데 그림 속에서 단기 필마(單騎匹馬)로 서호를 순찰하려 하니, 잠시 굽이쳐 낙양도(洛陽道) 위에서 꽃을 보리라. 나는, 모름지기 조강왕의 잔산잉수(殘山剩水)를 모두 차지하리라.
실 같은 장강(長江) 부채 같은 하늘, 담초(譚峭)
깃발은 멀리 나부껴 기러기 떼 비스듬히 흐르네. 사공도(司空圖)
어찌 강남(江南)의 술을 다 마실 수 있으랴? 장호(張祜)
산천을 인계하여 연(燕)에 이르기까지. 왕건(王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