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출 혼유
제27출 혼유(魂遊)
【괘진아(挂真儿)】
(정단 역의 석도고가 올라와) 층층 전각은 봄빛에 싸여 있고, 푸른 조각 난간은 은빛 연못을 비추네. 땅마다 향기 피어오르고, 하늘로 오르는 경쇠 소리 울려 퍼지네. 천천히 초혼 경장(經藏)을 펼치노라.
(당시를 모음) "몇 해 전 붉은 고운 얼굴 누런 흙에 맡겼는데, 열두 봉우리 위에 달이 기울려 하네. 장미 한 송이 꺾어 들고, 동풍에 부쳐 요랑제(窈娘堤) 위로 불어 올리네."
내 노도고가 두 소저의 묘암을 지킨 지 이미 삼 년이 되었네. 길일을 택하여 그녀를 위해 도량을 열고, 저승에서 극락으로 천도시키려 하네. 이미 문 밖에 초혼번을 세웠으니, 어떤 사람이 올는지 보아야지.
【태평령(太平令)】
(첩 역의 작은 도고, 축 역의 제자가 올라와) 산길 시골 강가, 한 조각 채색 구름이 달을 떠받쳐 올리네. 깃옷 입은 청조(青鳥)가 한가로이 오가네.
(축) 날이 저물었으니, 매화관에서 쉬어야겠소이다.
(첩) 남쪽 가지 밖에 까치와 노향(爐香)이 있구나. 작은 도고는 소양군 벽운암의 암주로, 운유(雲遊)하며 이곳에 이르렀네. 이곳에 장엄한 번기(幡旗)가 펄럭이고, 방문에 도량이 열렸다고 적혀 있기에, 마침 단에 올라 함께 이 좋은 일을 마치려 하네.
(서로 만나다)
(당시를 모음)
(첩) "대라천 위에 버들 연기 감도는데,"
(정) "그대의 모절(毛節)과 주번(朱幡)이 석감(石龕)에 기대었구나."
(첩) "시내 산을 향해 거처할 곳을 구하려 하니,"
(정) "좋구나, 그대 반쯤 드리운 단소매(檀袖)로 도참(道參)을 배우는구나."
작은 도고는 어디서 오셨소?
(첩) 소양군에서 왔으며, 잠시 이곳에 빌려 묵고자 하오.
(정) 동쪽 방에는 영남의 유(柳) 서방이 병을 앓고 있소. 아래 행랑에 머물도록 하시오.
(첩) 감사하오. 그런데 오늘 밤 도량은 누구를 위해 베푸는 것이오?
(정, 탄식하며) 바로 "두아(杜衙) 소저가 돌아가신 지 삼 년이 되어, 그녀의 넋을 불러 구천(九天)에 오르게 하려 함이오."
(첩) 그렇구려! "맑은 재단(齋壇)이 오늘 밤 좋으니, 감히 향화(香火)로 진선(眞仙)을 돕겠나이다."
(정) 그리 하시오.
(안에서 종과 북을 울리는 소리)
(무리) 스승님께서 향을 잡으소서.
(정) 남두주생진비(南斗注生眞妃), 동악수생부인(東岳受生夫人) 전하.
(향을 잡고 무릎 꿇고 절하다)
【효남가(孝南歌)】
새 불씨를 얻어, 묘한 향을 태우네. 정성은 두려낭(杜麗娘)을 위함이로다.
(무리 절하다) 향연(香烟)이 수놓은 번당(幡幢)을 휘감고, 가느다란 악기가 미풍에 나부끼네. 선진(仙眞)이시여, 위광(威光)이 무량하사, 이 한 점 향혼(香魂)을, 속히 하늘 위로 천도하소서. 다만 그 범심(凡心)이 끝나지 않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네. 사내가 되든, 여인이 되든, 원컨대 길이 짝을 이루게 하소서. 다시 젊어 요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정) 소저께서 생전에 꽃을 사랑하다 돌아가셨기에, 오늘 잔매(殘梅)를 꺾어 정병(淨甁)에 꽂아 공양하노라.
(신주를 향해 절하다)
【전강(前腔)】
정병이 깨끗하니, 봄 기운이 얼음을 녹이네. 반 가지 잔매가 붉은 밀랍처럼 장식하였네. 소저여, 그대의 향기로운 꿈 누구와 함께 가는가? 정신이 너무 외로웠구나!
(무리) 도고(道姑)님, 이 정병이 무엇과 같고, 잔매가 무엇과 같다고 생각하시오?
(정) 이 병은 텅 비어, 세상을 포용한 듯하네. 몸은 잔매와 같아, 물은 있어도 뿌리는 없으나, 오히려 남은 향기를 머금었네.
(무리) 소저여, 그대 이러한 공양을 받으시어, 그대의 살과 뼈를 서늘하게 하고, 혼백을 향기롭게 하소서. 다시 살아나 이 매화장(梅花帳) 안에 거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안에서 바람 부는 소리)
(정) 이상하구나, 이상하구나. 썰렁한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도는구나.
(안에서 종을 울리는 소리)
(무리) 이제 저녁 공양 때가 되었으니, 먼저 재를 들고 도량을 정리합시다. 참으로 "아침 거울은 버려진 정해지지 않은 빛깔을 남기고, 저녁 종소리는 허공을 걷는 소리를 끊었도다."
(무리 모두 퇴장하다)
【수홍화(水紅花)】
(혼단이 귀신 소리를 내며, 소매 속에서 나와) 망향대(望鄉臺)를 막 내려오니, 꿈처럼 가벼운 넋이여. 밤빛이 형형(熒熒)하고, 무덤 문은 고요하네.
(안에서 개 짖는 소리, 단이 놀라며) 아, 꽃 그늘 속의 작은 개가 봄 별에 놀라 짖는구나. 쓸쓸하고 어둑어둑한데, 배꽃이 봄 그림자를 비추네. 아, 모란정(牡丹亭)과 작약란(芍藥欄)을 지나니, 모두 황폐해졌구나. 부모님은 떠나신 지 삼 년이 되었네.
(울며) 상심하구나, 무너진 담과 황량한 길. 바라보니 어디인가? 오직 도깨비불만이 푸르스름하게 빛날 뿐.
(듣는 소리) 사람 소리가 나는 듯하구나.
(첨자소원원(添字昭君怨))
"예전에는 천금 같은 규수였건만, 오늘은 물 흐르고 꽃 지는 신세로다. 병들어 초췌한 이 가련한 두릉화(杜陵花), 너무 야속하구나. 타고난 성품 외롭고 의지할 데 없어, 오늘 밤 별 아래 나 홀로 있네. 살고 죽음 모두 다정함 때문이니, 다정함을 어찌하리오!"
나의 혼은 두려낭의 여혼(女魂)이로다. 오직 어리석게 미색을 사모하다가, 꿈 하나를 꾸고 죽었도다. 마침 십전염군(十殿閻君)이 봉지(奉旨)로 인원을 감축하는 바람에, 나를 처리할 사람이 없어 여감(女監)에 삼 년을 갇혔네. 다행히 늘 판관을 만나, 나를 가엾게 여겨 휴가를 주었네. 이 달 밝고 바람 산들한 때를 타서, 곳곳을 유람하며 놀아보리라. 아, 이곳은 서재 뒤뜰의 화원이로구나. 어찌하여 매화관 도관이 되었는가? 매우 슬프구나.
【소도홍(小桃紅)】
나는 마치 애끊는 사람이 꿈에서 깨어 취한 듯하네. 누가 나의 남은 목숨을 보상해 주리오? 비록 귀신 무리 가운데 자매들과 행동을 달리하나, 나는 여전히 사삭거리며 나의 나비 옷을 정리하네. 이 그림자는 형체를 따르고, 바람은 무겁고 이슬은 짙으며, 구름은 어둡고 별은 빛나며, 달은 별자리를 걸고, 별은 별자리로다. 모두 나의 혼유(魂遊)하는 경계로다. 이 꽃 그림자 초경(初更) 때에 이르러,
(안에서 딩동 소리, 단이 놀라며)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지니, 바람이 전각의 방울을 흔들어 딩동 소리 나는구나. 매우 향기로운 기운이로다.
【하산호(下山虎)】
나는 다만 향연이 은은하고, 등불이 형형함을 보노라. 아, 구름과 노을 같은 번기(幡旗)가 깔려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한기를 느끼게 하네. 어떤 신령인가? 바로 동악부인(東岳夫人)과 남두진비(南斗眞妃)로구나.
(머리를 조아리며) 선진(仙眞)이시여, 선진이시여, 두려낭 귀신이 머리 조아리나이다. 은밀히 밝혀 증명하시어, 내게 명백히 초생주생(超生注生)하게 하소서. 이 청사(青詞)를 다시 보니, 바로 석도고가 여기 주지로 있구나. 한 재자(齋醮)의 뜻으로, 나를 승천(昇天)시키려 하네. 도고여 도고여, 내가 너를 감사히 여기리라. 다시 이 정병(淨甁)을 보니, 아, 바로 내 무덤 위의 잔매(殘梅)로구나. 매화여, 나 두려낭이 반쯤 피었다가 곧 시든 것 같아, 매우 슬프구나. 바로 이 끊어진 북과 드문 종소리의 금자경(金字經) 때문에, 나의 황량(黃粱) 꿈속을 두드렸도다. 나는 이 땅이 갈라진 곳 매화 뿌리에서 몇 걸음 솟아올라, 조금 그림자를 드러냈도다.
(울며) 도고들이 이토록 지성(至誠)하니, 만약 내가 조금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면, 어찌 그들의 마음을 내가 감지(感知)함을 드러내리오. 곧 매화를 경대(經臺) 위에 흩뿌리리라.
(꽃을 뿌리며) 이것이 무어리오? 한 점 향기 사라짐이 만 가지 정(情)을 바꾸었도다. 부모님은 어디 계신가? 춘향(春香)은 어디 있는가? 아, 저기서 읊조리며 부르는 소리가 있구나. 들어보세, 무엇인가?
(안에서 부르는 소리) 내 누이여! 내 미인이여!
(단이 놀라며) 누가 누구를 부르는가? 다시 들어보세.
(안에서 다시 부르는 소리)
(단이 탄식하며)
【취귀지(醉歸遲)】
삶과 죽음, 모두 외로운 팔자로다. 정이 있는 사람이 정 있는 사람을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네. 어찌하여 그대가 아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가? 내 외로운 혼이 홀로 떠도는데, 누가 나를 한 번 부르기를 기다리는가? 분명하지 않고, 끊어짐도 없이, 다시 잠시 멈추어라.
(안에서 다시 부르는 소리)
(단) 아, 아마 저기 어떤 서생이, 꿈속에서 헛소리를 하는 게지?
【흑마령(黑䗫令)】
나로 하여금 무정하고 정 있는 듯하게 하여, 그 부르는 소리 두세 번에 맞추네. 차갑게 잠 깬 듯 붉은 눈물 흩날리네. 아, 아마 꿈속의 그 사람 매경(梅卿) 유경(柳卿)은 아닐 터? 나는 이 꽃정자 물정자를 기억하노라. 이 바람 맑고 달 맑은 때를 타서, 다만 이 귀신의 앞길이여, 바라건대 삼성(三星) 사성(四星)을 얻을 수 있을까? 곧바로 찾아가고 싶으나, 두성(斗星)이 옮기고 별이 움직여, 감히 오래 머물지 못하겠구나!
【미성(尾聲)】
(단) 어찌하여 흔들흔들 봄 전등인가?
(안에서 부르는 소리) 전각 위에 움직임이 있소.
(축이 몰래 올라와 살피다)
(또 바람이 일다)
(단) 한 조각 수놓은 번기(幡旗)가 멀리 나부끼니, 이 몇 조각 떨어진 꽃바람이 바로 나 두려낭이 죽은 뒤의 그림자로다.
(단이 귀신 소리를 내며 퇴장하다)
(축이 마주치며, 놀라 소리치다) 사부님들, 어서 오소서, 어서 오소서!
(정, 첩이 놀라 올라와) 무엇이 그리 놀라시오?
(축) 이 등불 그림자가 찬란한 가운데, 내가 숨어서 보니, 한 여신선(女神仙)이 소매를 떨치며 꽃번(花幡)을 휘저으며, 번쩍 지나가더이다. 무섭고 두렵소!
(정) 어떤 모양이었소?
(축이 손짓하며) 이렇게 높고, 이렇게 크고, 준수한 얼굴에, 취교(翠翹) 금봉(金鳳), 붉은 치마 푸른 저고리, 패옥(佩玉) 소리 딸랑딸랑, 아마도 진선(眞仙)이 하강한 것 같소이다.
(정) 아, 이것이 바로 두 소저 생전의 모양이로다. 아마도 그녀의 영(靈)이 나타난 것이로다.
(첩) 아, 경대(經臺) 위를 보시오, 산란하게 매화가 흩뿌려져 있소. 이상하구나, 기이하구나! 모두 다시 축원하고 찬미합시다.
【忆多娇】(众)향이 바람에 꺼지고, 달빛이 난간 위를 비추네. 아른거리는 시신의 혼령 그림자, 쓸쓸하기만 하구나. 봄밤에 꽃이 지니, 정이 쉽게 슬퍼지네. 원컨대, 당신이 속히 천당으로 초탈하길, 속히 천당으로 초탈하길, 타향이나 고향에 머물지 않길 바라네. (첩) 청컨대, 두 소저는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습니까? 또 무슨 까닭에 나타나셨습니까?
【尾声】(정) 놀라지 마오, 묻지도 마오. 악기와 경전을 거두어 들이세. 들으시오, 저 쌀쌀하게 패옥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아직도 회랑 저쪽에서 울리고 있소이다.
(정) 마음으로는 감히 형상을 드러내지 못하네, 조당
(첩) 인연을 말하려 하면 애당 간을 끊을까 두렵네. 천축목동
(축) 만약 봄바람이 사람의 뜻을 안다면, 나야
(합) 응당 두난향이 있음을 알리라. 나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