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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01회 출농상 제갈장신 분검각 장합 중계

제 101 편

제101회 농상에서 제갈량이 신을 꾸미고 검각으로 달려가는 장합이 계책에 빠지다

각설하고 공명이 병사를 줄이고 취사하는 아궁이를 늘리는 법으로 한중으로 퇴각하니, 사마의는 매복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추격하지 못하고 병사를 거두어 장안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촉군은 한 사람의 병사도 잃지 않았다. 공명이 삼군에게 크게 상을 내린 후 성도로 돌아와 궁중에 들어가 후주를 뵙고 아뢰었다. “늙은 신이 기산을 출발하여 장안을 취하려 하였는데, 갑자기 폐하께서 조서를 내려 소환하시니, 무슨 중대한 일이 있는지 모르겠나이다.” 후주는 대답할 말이 없어 한참 만에야 말했다. “짐이 오래도록 승상의 얼굴을 뵙지 못하여 마음속으로 매우 그리워하고 사모하였기에, 특별히 경을 불러들인 것이니 다른 일은 없소.” 공명이 말했다. “이는 폐하의 본심이 아니옵니다. 반드시 간신이 참소하여 신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한 것이옵니다.” 후주가 이 말을 듣고 침묵하며 말이 없었다. 공명이 말했다. “늙은 신이 선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맹세코 죽음으로 보답하려 하옵니다. 지금 만약 조정 안에 간사한 무리가 있다면 신이 어찌 역적을 토벌할 수 있겠나이까?” 후주가 말했다. “짐이 그릇되이 환관의 말을 듣고 잠시 승상을 불러들였소. 오늘에야 의혹이 풀렸으나 후회해도 미치지 못하겠소.” 공명이 이에 여러 환관들을 불러 추궁하여 조사하니, 구안이 퍼뜨린 유언비어인 줄 알았다. 급히 사람을 보내 잡으려 하였으나, 구안은 이미 위나라로 달아난 뒤였다. 공명이 함부로 아뢴 환관을 참수하고, 나머지는 모두 파면하여 궁 밖으로 내쫓았다. 또 장완과 비의 등이 간사한 무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천자를 간언하지 못한 것을 엄중히 꾸짖었다. 두 사람이 공손히 잘못을 인정하였다.

공명이 후주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고 다시 한중으로 돌아와, 한편으로 격문을 보내 이엄에게 군량을 조달하여 군중으로 운송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다시 출병할 것을 의논하였다. 양의가 말했다. “지난 여러 차례 군사를 일으켜 군대의 기력이 피폐하고 군량도 계속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은 병사를 두 패로 나누어 석 달을 기한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십만 병사라면 십만만 거느리고 기산으로 나아가 석 달을 주둔한 후, 이 십만을 교체하여 돌아오게 하여 순환하게 하면 군사의 피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서서히 전진한다면 중원을 도모할 수 있으리이다.” 공명이 말했다. “이 말이 바로 내 뜻과 합치된다. 내가 중원을 정벌하는 것이 하루아침이나 하루저녁의 일이 아니니, 마땅히 이와 같은 장구한 계책을 세워야 한다.” 이에 명을 내려 병사를 두 패로 나누어 백 일을 기한으로 정하고 순환하게 하되, 기한을 어기는 자는 군법으로 처단하게 하였다.

건흥 9년 봄 2월, 공명이 다시 출병하여 위를 정벌하였다. 당시는 위나라 태화 5년이었다. 위나라 주군 조예는 공명이 다시 중원을 정벌한다는 것을 알고 급히 사마의를 불러 의논하였다. 사마의가 말했다. “지금 자단이 이미 죽었사오니, 신이 한 사람의 힘을 다하여 도적을 소탕하여 폐하께 보답하고자 하나이다.” 조예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였다. 이튿날, 사람이 와서 촉병이 급하게 침범한다고 보고하였다. 조예가 즉시 사마의에게 명하여 출병하여 적을 막게 하고, 친히 가마 행렬을 베풀어 성 밖까지 전송하였다. 사마의가 위나라 주군에게 작별하고 곧장 장안에 이르러 각지의 군사들을 크게 모아, 촉병을 격파할 계책을 의논하였다. 장합이 말했다. “제가 한 군대를 거느리고 옹과 미를 지키며 촉병을 막겠나이다.” 사마의가 말했다. “내 선봉 군대가 홀로 공명의 무리를 당해낼 수 없는데, 또 병사를 나누어 전후로 삼는 것은 승산이 있는 계책이 아니다. 차라리 병사를 남겨 상규를 지키고, 나머지는 모두 기산으로 가는 것이 낫다. 공이 선봉이 되기를 원하는가?” 장합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제가 평소에 충의를 품어 마음을 다해 나라에 보답하려 하였으나, 가엾게도 지우를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도독께서 중임을 맡겨 주시니, 비록 만 번 죽더라도 사양하지 않겠나이다.” 이에 사마의가 장합을 선봉으로 삼아 대군을 총괄하게 하고, 또 곽회에게 농서 여러 군을 지키게 하였다. 나머지 여러 장수들은 각자 길을 나누어 나아갔다. 전방의 초병이 보고했다. “공명이 대군을 거느리고 기산으로 향해 나아가며, 전부 선봉 왕평과 장의가 곧장 진창을 나와 검각을 지나 산관으로부터 사곡을 바라보며 오고 있습니다.” 사마의가 장합에게 말했다. “지금 공명이 멀리서 크게 진격해 오니, 반드시 농서의 밀을 베어 군량을 보충할 것이다. 너는 기산에 영채를 세우고, 나는 곽회와 함께 천수 여러 군을 순시하여 적병이 밀을 베는 것을 막겠다.” 장합이 명을 받들고 이에 사만 병을 거느리고 기산을 지켰다. 사마의가 대군을 이끌고 농서로 향해 갔다.

각설하고 공명의 군대가 기산에 이르러 진을 치기를 마치니, 위수 가에 이미 위나라 병사들이 방비하고 있음을 보고 여러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는 분명 사마의일 것이다. 지금 영채에 군량이 부족하여 여러 번 사람을 보내 이엄에게 독촉하여 군량을 조달하게 하였으나 끝내 도착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농상의 밀이 이미 익었으니, 은밀히 병사를 이끌고 베어 가져올 수 있다.” 이에 왕평, 장의, 오반, 오의 네 장수를 남겨 기산 영채를 지키게 하고, 공명 자신이 강유, 위연 등 여러 장수를 이끌고 노성으로 갔다. 노성 태수는 평소에 공명을 잘 알았기에 황급히 성문을 열고 항복하였다. 공명이 위로를 마치고 묻기를 “지금 어느 곳의 밀이 이미 익었는가?” 태수가 대답하기를 “농상의 밀이 이미 익었나이다.” 공명이 이에 장익과 마충을 남겨 노성을 지키게 하고, 자신이 여러 장수와 삼군을 이끌고 농상을 향해 갔다. 전방의 군사가 돌아와 보고했다. “사마의가 병사를 이끌고 여기에 있습니다.” 공명이 놀라 말했다. “이 사람이 내가 밀을 베러 올 것을 미리 알았구나!” 이내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똑같은 세 대의 사륜거를 끌어내어 수레마다 모두 같은 장식을 하였다. 이 수레는 공명이 촉에서 미리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이에 공명이 강유에게 명하여 일천 군사로 수레를 호위하고 오백 군사는 북을 울리며 상규 뒤에 매복하게 하고, 마대는 왼쪽에, 위연은 오른쪽에 각각 일천 군사로 수레를 호위하고 오백 군사는 북을 울리게 하였다. 매 수레마다 스물네 명을 써서 검은 옷에 맨발로 머리를 풀고 칼을 잡아 손에 칠성 흑기를 들고 좌우에서 수레를 밀게 하였다. 세 사람이 각각 계책을 받고 병사를 이끌고 수레를 밀어 갔다. 공명은 또 삼만 군사에게 각각 낫과 싸는 밧줄을 들고 밀을 베기를 기다리게 하였다. 그리고 스물네 명의 건장한 병사를 골라 각각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풀고 칼을 잡아 사륜거를 에워싸서 수레를 미는 사자로 삼았다. 관흥에게 천붕 모양을 꾸미게 하고 손에 칠성 흑기를 들고 수레 앞에서 걸어가게 하였다. 공명이 그 위에 단정히 앉아 위나라 영채를 향해 왔다.

초병들이 보고 크게 놀라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지 못하고 불같이 달려가 사마의에게 알렸다. 사마의가 친히 영채 밖으로 나와 보니, 공명이 관을 쓰고 학의 깃옷을 입고 손에 깃털부채를 흔들며 수레 위에 단정히 앉아 있고, 좌우에 스물네 명이 머리를 풀고 칼을 잡고 있으며, 앞에는 한 사람이 검은 기를 잡고 있었다. 은은하게 마치 천신과 같았다. 사마의가 말했다. “이것 또한 공명이 괴이한 짓을 하는 것이다!” 이에 이천 명의 군사를 뽑아 분부했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수레와 사람을 모두 잡아라!” 위나라 병사들이 명을 받고 일제히 쫓아왔다. 공명이 위나라 병사들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 수레를 돌리게 하여, 멀리서 촉영을 바라보며 천천히 행진하게 하였다. 위나라 병사들이 모두 말을 달려 쫓았으나, 음산한 바람이 일고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였다. 힘을 다해 한참을 달렸으나 쫓아가지 못하자, 각자 크게 놀라 모두 말을 멈추며 말했다. “이상하다! 우리가 급히 삼십 리를 쫓았는데, 앞에 있는 듯하면서도 쫓아가지 못하니 어찌할꼬?”

공명이 병사들이 쫓아오지 않음을 보고 다시 수레를 밀어 오게 하여 위나라 병사들을 향해 멈추었다. 위나라 병사들이 한참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달려 쫓아왔다. 공명이 또 수레를 돌려 천천히 갔다. 위나라 병사들이 또 이십 리를 쫓았으나, 앞에 있는 듯하면서도 쫓아가지 못하자 모두 멍하니 있었다. 공명이 수레를 돌리게 하여 위나라 병사들을 향해 수레를 밀며 거꾸로 가게 하였다. 위나라 병사들이 또 쫓으려 하였다. 뒤에서 사마의가 직접 한 군대를 이끌고 와서 명을 전했다. “공명은 팔문 둔갑을 잘하여 육정 육갑의 신을 부릴 줄 안다. 이는 육갑천서 안의 ‘축지’하는 법이니, 여러 군사들은 쫓지 말라.” 여러 군사들이 막 말을 돌리려 할 때, 왼쪽에서 전북이 크게 울리며 한 부대의 군사가 쳐들어왔다. 사마의가 급히 병사들에게 적을 막게 명하였다. 촉병 진영에서 스물네 명이 머리를 풀고 칼을 잡고 검은 옷에 맨발로 한 대의 사륜거를 에워싸고 나왔는데, 수레 위에는 공명이 단정히 앉아 관을 쓰고 학의 깃옷을 입고 손에 깃털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사마의가 크게 놀라 말했다. “아까 그 수레에 공명이 앉아 있어 오십 리를 쫓았으나 쫓아가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여기에 또 공명이 있는가? 괴이하다! 괴이하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른쪽에서 전북이 또 울리며 한 부대의 군사가 쳐들어왔다. 사륜거 위에도 한 명의 공명이 앉아 있고, 좌우에도 스물네 명이 검은 옷에 맨발로 머리를 풀고 칼을 잡고 수레를 에워싸고 왔다. 사마의가 마음속으로 크게 의심하며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는 분명 신병이다!” 여러 군사들이 마음속으로 크게 혼란해져 감히 싸우지 못하고 각자 도망쳤다.

한참 가고 있을 때, 갑자기 북소리가 크게 울리며 또 한 부대의 군사가 쳐들어왔다. 선두에는 사륜거가 하나 있었는데, 제갈량이 단정히 앉아 있었고, 좌우에서 수레를 미는 사자는 앞서와 같았다. 위병들은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사마의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또 촉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 매우 두려워하며 급히 군사를 이끌고 상규성으로 도망쳐 들어가 성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이때 제갈량은 이미 일찍이 3만 정예병을 시켜 농상의 소맥을 다 베어 노성으로 운반해 타작하고 말리게 했다. 사마의는 상규성 안에서 사흘 동안 성을 나오지 못하다가, 뒤에 촉병이 물러간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군사를 내어 정찰하게 했다. 길에서 촉병 한 명을 사로잡아 사마의에게로 데려왔다. 사마의가 그에게 묻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보리를 베던 사람인데, 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잡혀 왔습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아까의 그 신병은 무엇이었는가?” 대답했다. “세 길의 복병은 모두 제갈량이 아니라 강유, 마대, 위연이었습니다. 각 길마다 수레를 호위하는 군사 천 명과 북을 치는 병사 오백 명이 있었을 뿐입니다. 먼저 유인 진영에 나온 수레 위에 있던 자만이 제갈량이었습니다.” 사마의가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제갈량은 신출귀몰의 계책을 지녔구나!” 갑자기 부도독 곽회가 들어와 뵙겠다고 알렸다. 사마의가 맞아들여 예를 마쳤다. 곽회가 말했다. “듣자하니 촉병이 많지 않고, 지금 노성에서 보리를 타작하고 있다 하니 공격할 수 있습니다.” 사마의가 앞서 일을 자세히 말했다. 곽회가 웃으며 말했다. “잠시 속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 이미 간파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제가 한 부대를 이끌고 그 뒤를 치고, 공께서 한 부대를 이끌고 그 앞을 치면 노성은 함락되고 제갈량은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의가 이를 따라 군사를 둘로 나누어 왔다.

이때 제갈량이 군사를 이끌고 노성에서 보리를 타작하고 말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러 장수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오늘 밤 적이 반드시 성을 공격할 것이다. 내가 헤아리건대 노성 동서의 보리밭이 복병을 숨기기에 충분하니, 누가 나를 대신해 한 번 가겠느냐?” 강유, 위연, 마대, 마충 네 장수가 나서며 말했다. “저희가 가겠나이다.” 제갈량이 크게 기뻐하며 곧 강유와 위연에게 각각 이천 명의 군사를 주어 동남과 서북 두 곳에 매복하라 명하고, 마대와 마충에게 각각 이천 명의 군사를 주어 서남과 동북 두 곳에 매복하라 명하며 말했다. “포성이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네 모퉁이에서 일제히 쳐들어가라.” 네 장수는 군사를 이끌고 계책을 받아 떠났다. 제갈량 자신은 백여 명을 데리고 각각 화포를 지니고 성 밖으로 나와 보리밭 속에 매복하여 기다렸다.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곧장 노성 아래로 쳐들어왔을 때, 날씨는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여러 장수에게 말했다. “만약 낮에 진군하면 성 안에서 반드시 준비를 할 것이니, 지금은 밤을 틈타 공격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성벽이 낮고 해자가 얕아 쉽게 함락시킬 수 있다.” 이에 군사를 성 밖에 주둔시켰다. 일경쯤에 곽회도 군사를 이끌고 도착했다. 두 군사가 합세하여 북소리 한 번에 노성 사방을 쇠항아리처럼 에워쌌다. 성 위에서는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 위병들이 감히 나아가지 못했다. 갑자기 위군 진영에서 신호포가 잇달아 울리자 삼군이 크게 놀라며 어디서 온 병사인지 알지 못했다. 곽회가 사람을 시켜 보리밭을 수색하게 했을 때, 네 모퉁이에서 불길이 하늘에 치솟고 함성이 크게 울리며 네 길의 촉병이 일제히 쳐들어왔고, 노성의 사대문이 활짝 열리며 성 안의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팎에서 호응하여 크게 한바탕 싸워 위병이 무수히 죽었다. 사마의는 패잔병을 이끌고 죽기 살기로 포위를 뚫고 산봉우리를 점거했고, 곽회도 패잔병을 이끌고 산 뒤로 달려가 주둔했다. 제갈량이 성에 들어와 네 장수에게 네 모퉁이에 진영을 세우라 명령했다.

곽회가 사마의에게 말했다. “지금 촉병과 오래 대치하고 있으나 적을 물리칠 계책이 없습니다. 게다가 방금 한 차례 싸움에 패해 삼천여 명이 손상되었습니다. 만약 일찍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후일 더욱 퇴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어찌해야 하겠는가?” 곽회가 말했다. “격문을 보내 옹주와 양주의 인마를 징발해 합세하여 토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원컨대 군사를 이끌고 검각을 습격하여 그들의 귀로를 끊고, 그들의 군량과 풀이 통하지 못하게 하여 삼군을 혼란에 빠뜨리겠습니다. 그때 형세를 타고 공격하면 적을 섬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의가 이를 따라 격문을 보내 밤낮으로 옹주와 양주에 달려가 인마를 조발하게 했다. 하루가 못 되어 대장 손례가 각 군의 인마를 거느리고 도착했다. 사마의가 곧 손례에게 명하여 곽회와 함께 검각을 습격하게 했다.

제갈량이 노성에서 오래 대치하며 위병이 나와 싸우지 않는 것을 보고 마대와 강유를 성 안으로 불러 명령했다. “지금 위병이 산의 험준함을 지키며 우리와 교전하지 않는 것은, 첫째는 우리의 보리가 떨어져 식량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군사를 보내 검각을 습격해 우리의 군량 수송로를 끊으려 하기 때문이다. 너희 두 사람은 각기 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가서 험요한 곳을 지켜라. 위병이 준비된 것을 보면 자연히 물러날 것이다.” 두 사람이 군사를 이끌고 떠났다. 장사 양의가 장막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이전에 승상께서 대군으로 백 일을 기준으로 교대하라고 명령하셨는데, 지금 기한이 이미 찼습니다. 한중의 병사는 이미 천구 밖으로 나왔고, 전방의 공문이 이미 도착하여 병력을 교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팔만 군사 중 사만은 교대해야 합니다.” 제갈량이 말했다. “명령이 이미 있으니 그들을 빨리 움직이게 하라.”

여러 군사가 듣고 각자 짐을 챙겨 출발을 준비했다. 갑자기 손례가 옹주와 양주의 인마 이십만을 거느리고 와서 검각을 습격하고, 사마의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노성을 공격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촉병들은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양의가 장막으로 들어와 제갈량에게 보고했다. “위병이 매우 급박하게 오니, 승상께서는 교대할 병사들을 잠시 머물러 적을 물리치게 하시고, 새로 온 병사들이 도착한 뒤에 교대하도록 하소서.” 제갈량이 말했다. “안 된다. 내가 병사를 쓰고 장수를 명하는 것은 신의를 근본으로 삼는다. 이미 명령이 앞서 있었는데 어찌 신의를 저버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돌아가야 할 촉병들은 모두 귀가할 계획을 준비했고, 그들의 부모와 처자는 문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오늘 큰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들을 머물게 하지 않겠다.” 즉시 명령을 내려 돌아가야 할 병사들은 당일에 출발하게 했다. 여러 군사가 듣고 모두 큰 소리로 외쳤다. “승상께서 이렇게 은혜를 베푸시니, 저희는 원컨대 잠시 돌아가지 않고 각자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위병을 크게 무찔러 승상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제갈량이 말했다. “너희는 집에 가야 하니 어찌 다시 여기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 여러 군사들이 모두 싸우기를 원하며 집에 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제갈량이 말했다. “너희가 나와 함께 싸우려 한다면, 성 밖으로 나가 진영을 세우고 위병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이 숨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곧바로 공격하라. 이것이 이로써 쉬는 자를 대적하는 방법이다.” 여러 병사들이 명령을 받고 각자 무기를 들고 기쁘게 성을 나와 진을 펴고 기다렸다.

서량의 인마가 밤낮으로 달려와 사람과 말이 지쳐 지칠 대로 지쳤다. 막 진을 치고 쉬려는 참에 촉병이 일제히 덤벼들어人人이 용맹을 떨치고 장수와 병사들이 날래고 강하여 옹주와 양주의 병사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촉병이 힘을 다해 추격하여 옹주와 양주의 병사들을 시체가 들에 가득하고 피가 시내를 이루도록 죽였다. 제갈량이 성을 나와 승리한 군사를 거두어 성 안으로 들여 상을 내렸다. 갑자기 영안의 이엄이 급보를 보내왔다는 보고가 들렸다. 제갈량이 크게 놀라 봉함을 뜯어 보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요사이 동오가 사자를 낙양으로 보내 위나라와 연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위나라가 오나라에게 대신 촉나라를 공격하라고 명령했으나, 다행히 오나라는 아직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엄(이엄)이 그 소식을 정탐하여 알게 되었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미리 좋은 계책을 세우소서.”

제갈량이 편지를 다 읽고 매우 놀라고 의심하여 여러 장수를 불러 모으고 말했다. “만약 동오가 군사를 일으켜 촉나라를 침범하면, 나는 반드시 급히 돌아가야 한다.” 즉시 명령을 내려 기산의 큰 진영에 있는 인마는 잠시 서촉으로 퇴각하게 하고, “사마의가 내가 여기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음을 알면 반드시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왕평, 장억, 오반, 오의가 군사를 둘로 나누어 천천히 서촉으로 퇴각했다.

장합이 촉병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계책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추격하지 못하고, 군사를 이끌고 사마의에게 가서 말했다. “지금 촉병이 물러가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제갈량의 궤계가 매우 많으니 가벼이 움직일 수 없다. 차라리 굳게 지키며 그들의 식량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저절로 물러가게 하는 것이 낫다.” 대장 위평이 나서며 말했다. “촉병이 기산의 진영을 거두고 물러났으니 바로 승세를 타고 추격해야 마땅합니다. 도독께서 군사를 움직이지 않고 호랑이처럼 촉을 두려워하시니, 어찌 천하의 비웃음을 면하시겠습니까?” 사마의는 고집을 부리며 따르지 않았다.

제갈량이 기산의 병사가 이미 퇴각했음을 알고 마충과 양의를 장막으로 불러 밀계를 주며 명령했다. “먼저 일만 명의 노궁수를 거느리고 검각 목문도로 가서 양쪽에 매복하라. 만약 위병이 추격해 오거든 내 포성이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급히 나무와 돌을 굴려 먼저 그들의 진로를 차단하고, 양쪽에서 일제히 화살을 쏘아라.” 두 사람은 군사를 이끌고 떠났다. 또 위연과 관흥을 불러 군사를 이끌고 후미를 막게 하고, 성 위 사방에는 깃발을 가득 꽂고 성 안에는 잡목과柴草를 쌓아 두며 연기를 허위로 피웠다. 대군은 모두 목문도로 향했다.

위영의 순라군졸이 사마의에게 보고했다. “촉군의 대부대는 이미 물러갔으나, 성 안에 얼마나 많은 병사가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마의가 친히 가서 살펴보니, 성 위에는 깃발이 꽂혀 있고 성 안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빈 성이다.” 사람을 보내 살펴보게 하니, 과연 빈 성이었다. 사마의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공명이 이미 물러났으니, 감히 추격할 자 누구인가?” 선봉 장합이 말했다. “제가 가겠나이다.” 사마의가 말리며 말했다. “그대는 성격이 조급하니 갈 수 없다.” 장합이 말했다. “도독께서 관문을 나서실 때 저를 선봉으로 명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공을 세울 때인데, 어찌 저를 쓰지 않으십니까?” 사마의가 말했다. “촉병이 물러갈 때는 험한 곳에 반드시 복병이 있을 것이니, 반드시 매우 신중히 한 뒤에야 추격할 수 있다.” 장합이 말했다. “제가 이미 알고 있사오니, 염려하지 마옵소서.” 사마의가 말했다. “그대가 스스로 가겠다면, 후회하지 말라.” 장합이 말했다. “대장부가 몸을 버려 나라에 보답하려 하니, 만 번 죽더라도 한이 없사옵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그대가 굳이 가겠다면, 오천 병사를 이끌고 먼저 가거라. 그리고 위평이 이만 기병과 보병을 거느리고 뒤따르게 하여 복병을 방비하게 하라. 나는 스스로 삼천 병사를 거느리고 뒤에서 접응하겠다.”

장합이 명을 받고 병사를 이끌어 불같이 추격했다. 삼십여 리를 간 뒤, 갑자기 뒤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며 수풀 속에서 한 부대가 나타났는데, 선두의 대장이 칼을 비껴 들고 말을 멈추며 크게 외쳤다. “적장이 병사를 이끌고 어디로 가는가!” 장합이 뒤돌아보니, 위연이었다. 장합이 크게 노하여 말을 돌려 맞섰다. 싸운 지 십 합이 채 못 되어 위연이 거짓 패하여 달아났다. 장합이 다시 삼십여 리를 추격하다가 말을 멈추고 뒤돌아보았으나 복병이 전혀 없자, 다시 채찍을 휘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막 산비탈을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또 함성이 크게 일어나 한 부대가 나타났다. 선두 대장은 관흥이었다. 칼을 비껴 들고 말을 멈추며 크게 외쳤다. “장합, 가지 마라! 내가 여기 있다!” 장합이 곧 말을 달려 맞섰다. 싸운 지 십 합이 채 못 되어 관흥이 말을 돌려 곧바로 달아났다. 장합이 뒤따라 추격했다. 빽빽한 숲속에 다다르자, 장합이 마음에 의심이 들어 사람을 보내 사방으로 정탐하게 했으나 복병은 없었다. 이에 마음을 놓고 다시 추격했다. 뜻밖에도 위연이 다시 앞길을 가로막았다. 장합이 또 그와 싸운 지 십여 합에 위연이 또 패하여 달아났다. 장합이 분노하여 쫓아가니, 또 관흥이 앞길을 가로막아 길을 막았다. 장합이 크게 노하여 말을 달려 맞섰다. 싸운 지 약 십 합에 촉병이 모두 갑옷과 잡물 등을 버려 길을 가득 메웠다. 위병들이 모두 말에서 내려 서로 다투어 주웠다.

위연과 왕평 두 장수가 번갈아 장합과 교전했다. 장합이 용감하게 추격했다. 날이 이미 저물어 목문도 입구까지 쫓아갔다. 위연이 말머리를 돌려 높은 소리로 크게 욕했다. “장합 역적아! 내가 너와 겨루지 않겠다! 너는 오직 쫓아오기만 할 뿐이니, 내가 지금 너와 더불어 한 번 죽기로 싸우리라!” 장합이 매우 분노하여 창을 들고 말을 재촉해 곧바로 위연을 치러 갔다. 위연이 칼을 휘둘러 맞섰다. 싸운 지 십 합이 채 못 되어 위연이 크게 패하여 갑옷과 투구를 버리고, 홀로 말을 타고 패잔병을 이끌어 목문도 속으로 도망쳤다. 장합이 살기가 치밀어 오르고, 또 위연이 크게 패하여 도망치는 것을 보고 말을 재촉해 추격했다. 이때 날이 어두워졌는데, 한 번의 포성이 울리자 산 위에서 불길이 하늘에 치솟고 큰 돌과 난잡한 섶이 굴러떨어져 길을 막았다. 장합이 크게 놀라 말했다. “내가 계책에 빠졌구나!” 급히 말을 돌리려 할 때, 뒤는 이미 나무와 돌로 가득 막혀 돌아갈 길이 끊겼고, 가운데는 빈 땅 한 조각뿐이었으며 양옆은 모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라 장합이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다. 갑자기 딱따기 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양쪽에서 일제히 화살이 쏟아져 장합과 그의 부장 백여 명을 모두 목문도 안에서 쏘아 죽였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었다:

복병의 쇠뇌 화살이 만 점 별빛처럼 날아들어, 목문도 위에서 용맹한 장수를 죽였도다.

지금까지 검각 길을 지나는 행인들도, 지난날 군사의 위명을 이야기하네.

복병의 쇠뇌 화살이 만 점 별빛처럼 날아들어, 목문도 위에서 용맹한 장수를 죽였도다.

지금까지 검각 길을 지나는 행인들도, 지난날 군사의 위명을 이야기하네.

이때 장합이 이미 죽었고, 뒤따르던 위병들이 추격해 와서 길이 막힌 것을 보고 장합이 계책에 빠진 것을 알았다. 여러 군사가 말머리를 돌려 급히 물러났다. 갑자기 산 꼭대기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제갈 승상께서 여기 계신다!” 여러 군사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공명이 불빛 속에 서서 여러 군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오늘 사냥을 하려 하여 ‘말’ 한 필을 쏘려 했는데, 그르쳐 ‘노루’ 한 마리를 맞추었구나. 너희들은 각자 편히 돌아가 사마의에게 전하여라. 그도 조만간 반드시 내게 사로잡히리라.” 위병들이 돌아가 사마의를 만나 앞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보고했다. 사마의가 몹시 슬퍼하며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했다. “장합이 싸움에 죽은 것은, 나의 허물이로다!” 이에 군사를 거두어 낙양으로 돌아갔다. 위나라 주상이 장합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고, 사람을 시켜 그의 시신을 거두어 후하게 장사 지내게 했다.

이때 공명이 한중에 들어가 성도로 돌아가 후주를 뵙고자 했다. 도호 이엄이 후주에게 거짓으로 아뢰었다. “신이 이미 군량을 준비하여 승상의 군중으로 운반하려 하였사오나, 승상께서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군사를 물리셨는지 모르겠나이다.” 후주가 이 말을 듣고, 상서 비의에게 명하여 한중으로 가서 공명을 보고, 군사를 물린 까닭을 묻게 했다. 비의가 한중에 이르러 후주의 뜻을 전했다. 공명이 크게 놀라 말했다. “이엄이 급한 문서를 보내, 오나라가 장차 출병하여 촉 땅을 침범하려 한다고 하여, 이에 내가 군사를 돌린 것이오.” 비의가 말했다. “이엄은 군량이 이미 준비되었다고 상주했사온데, 승상께서 까닭 없이 군사를 물리셨으므로, 천자가 저를 보내 여쭈어 보게 하신 것입니다.” 공명이 크게 노하여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하니, 원래 이엄이 군량 조달이 여의치 않아 승상의 꾸짖음을 두려워하여 편지를 보내 승상을 불러들이고, 다시 후주에게 거짓 상주하여 자신의 과실을 감추려 한 것이었다. 공명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놈이 자신의 일 때문에 국가 대사를 그르쳤구나!” 사람을 시켜 이엄을 불러들이고 죽이려 했다. 비의가 간했다. “승상께서 선제의 고명(托孤)하신 정을 생각하시어, 잠시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공명이 따랐다. 비의가 이내 상주문을 올려 천자께 아뢰었다. 후주가 상주문을 보고 크게 노하여 무사에게 이엄을 끌어내 목을 베라고 명했다. 참군 장완이 조정에 나와 아뢰었다. “이엄은 선제께서 고명하신 신하이오니,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후주가 따르며, 이에 이엄을 서인으로 강등시켜 자형군에 유배 보내 한가히 살게 했다.

공명이 성도로 돌아와 이엄의 아들 이풍을 장사(長史)로 임용하고, 초목을 쌓아 군량을 비축하며, 진법을 강론하고, 무예를 익히며, 군기를 정비하고, 장수와 병사를 위무했다. 삼 년 후에 다시 출병하기 위함이었다. 양천(兩川)의 백성과 군사들이 모두 그의 은덕을 사모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삼 년이 지났다. 이때는 건흥 12년(234년) 봄 2월이었다. 공명이 조정에 들어가 상주했다. “신이 지금 장수와 병사를 위무한 지 이미 삼 년이 되었습니다. 양초가 풍족하고 군기도 완비되었으며, 인마가 웅장하오니, 위나라를 토벌할 수 있사옵니다. 이번에 만약 간당(奸黨)을 쓸어버리고 중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신은 맹세코 폐하를 뵙지 않겠나이다!” 후주가 말했다. “지금은 이미 정립(鼎立)의 형세가 이루어져 오나라와 위나라가 감히 쳐들어오지 않는데, 상보(相父)께서는 어찌 태평을 누리며 편안히 지내지 않으십니까?” 공명이 말했다. “신이 선제의 지우(知遇)의 은혜를 입었사오니, 꿈속에서조차 위를 칠 계책을 꾀하지 않은 적이 없었나이다. 힘을 다하여 충성을 다해 폐하를 위하여 중원을 회복하고 한실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신의 소원이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정 반열에서 한 사람이 나와 말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일으키지 마옵소서.” 여러 사람이 보니, 초주였다. 이에 이르러:

무후는 나라를 근심하여 몸을 바쳐 애쓰고, 태사는 천상을 미리 알고 또 하늘을 논하네.

초주가 무슨 논의를 할 것인지, 다음 장에서 풀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