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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17회 원술이 대군을 일으키고, 조조가 세 장수와 합세하다

제 17 편

제17장 원공로 대군을 일으키고 조맹덕 세 장수를 모으다

원술이 회남에 있으면서 지경이 넓고 식량이 풍부하며, 또 손책이 저당 잡힌 옥새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참람되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 하였다. 그는 크게 무리를 모아 신하들과 의논하며 말하였다. "옛날 한 고조는 사수 정장에 불과했으나 천하를 소유하였다. 지금 한나라는 400여 년을 지나 기운이 이미 다하여 천하가 크게 어지럽다. 우리 집안은 4대째 삼공의 자리에 있어 백성들이 마음으로 따르는 집안이다. 나는 하늘의 뜻과 사람의 마음에 순응하여 제위에 오르려 하니,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부 염상이 말하였다. "안 됩니다. 옛날 주나라 후직이 덕과 공업을 쌓아 주 문왕에 이르러서는 이미 천하의 3분의 2를 차지하고서도 여전히 신하로써 은나라를 섬겼습니다. 명공의 집안은 비록 귀하나 주나라처럼 성하지 못하고, 한실은 비록 쇠약하나 은나라 주왕처럼 포악하지 않습니다. 이 일은 결코 행할 수 없습니다." 원술이 노하여 말하였다. "내 원씨는 진나라에서 나왔다. 진나라는 대순의 후손이다. 토덕으로 화덕을 이음이 정히 운수에 맞다. 또 참서에 이르기를 '한을 대신할 자는 당도고다' 하였는데, 나의 자는 공로이니 이 참서에 응한다. 또 전국옥새를 손에 쥐었으니, 황제가 되지 않으면 천도를 어기는 것이다. 내 뜻은 이미 정해졌으니, 다시 말하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이에 드디어 연호를 중씨라 정하고, 태성 등 관직을 설치하며, 용과 봉황의 수레를 타고, 남북 교외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풍방의 딸을 황후로 세우고, 아들을 동궁 태자로 삼았다. 이어 사자를 보내 여포에게 그 딸을 동궁 비로 맞이하려 재촉하였다. 그런데 여포가 이미 한윤을 허도로 압송하여 조조가 목 베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장훈을 대장군으로 삼아 20여만 대군을 거느리고 7로로 나누어 서주를 정벌하게 하였다. 제1로 대장 장훈이 중군, 제2로 상장 교기(교기)가 좌군, 제3로 상장 진기가 우군, 제4로 부장 뢰박이 좌군, 제5로 부장 진란이 우군, 제6로 항장 한선(한섬)이 좌군, 제7로 항장 양봉이 우군을 맡았다. 각자 휘하의 용장들을 거느리고 날을 가려 출발하게 하였다. 또 연주자사 김상을 태위로 삼아 7로의 군량과 재물을 감독하여 운반하게 하였다. 김상이 따르지 않자 원술이 그를 죽이고, 기령을 7로 총구원사로 임명하였다. 원술은 자신이 3만 군사를 거느리고 이풍, 양강, 낙취(낙취)를 최진사로 삼아 7로의 병마를 접응하게 하였다.

여포가 정탐하여 장훈의 군이 대로에서 곧장 서주로 향하고, 교기의 군이 소패를 취하며, 진기의 군이 기도(기도)를 취하며, 뢰박의 군이 낭야를 취하며, 진란의 군이 갈석을 취하며, 한선의 군이 하비를 취하며, 양봉의 군이 준산을 취한다는 것을 알았다. 7로의 인마가 날마다 50리를 행군하며 길을 따라 약탈해 오므로, 급히 여러 모사들을 모아 의논하니, 진궁과 진규 부자가 모두 도착하였다. 진궁이 말하였다. "서주의 화는 진규 부자가 초래한 것입니다. 그들이 조정에 아첨하여 작위와 녹봉을 구하고, 지금은 화를 장군에게 돌렸으니, 이 두 사람의 목을 베어 원술에게 보내면 그 군대가 자연히 물러날 것입니다."

여포가 그 말을 듣고 즉시 진규와 진등을 잡아들이라 명령하였다. 진등이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찌 이렇게 나약하십니까? 내 보건대 저 7로의 병마는 일곱 더미의 썩은 풀과 같아서, 무엇을 걱정할 것이 있겠습니까!" 여포가 말하였다. "네게 적을 깨뜨릴 계책이 있다면, 너의 사형을 면해 주겠다." 진등이 말하였다. "장군이 만약 저의 졸견을 받아들이신다면 서주를 안전히 보전할 수 있습니다." 여포가 말하였다. "말해 보아라." 진등이 말하였다. "원술의 군사는 많으나 모두 오합지졸이라 본래 서로 친근히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병으로 지키고 기병을 내어 공격하면 성공하지 못함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 계책이 있어, 서주를 보전할 뿐만 아니라 원술을 산 채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여포가 말하였다. "계책이 어떻게 되는가?" 진등이 말하였다. "한선과 양봉은 한나라의 옛 신하로서 조조를 두려워하여 도망쳐 돌아갈 집이 없어 잠시 원술에게 의탁한 것입니다. 원술이 반드시 그들을 가볍게 여기니, 그들도 원술에게 쓰임을 받기를 즐겨하지 않습니다. 만약 편지 한 통으로 그들과 결탁하여 내응을 삼고, 또 유비와 연락하여 외원을 삼으면 반드시 원술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여포가 말하였다. "네가 반드시 몸소 한선과 양봉에게 가서 편지를 전해야 한다." 진등이 승낙하였다.

여포는 이에 표문을 허도에 올리고, 또 편지를 예주에 보낸 다음, 진등이 몇 기의 기병을 데리고 먼저 하비 가는 길에서 한선을 기다리게 하였다. 한선이 병사를 이끌고 와서 진을 치고 마치자, 진등이 장중으로 들어가 뵙기를 청하였다. 한선이 물었다. "너는 여포의 사람인데, 여기에 왜 왔느냐?" 진등이 웃으며 말하였다. "저는 대한의 공경인데, 어찌 여포의 사람이라 하십니까? 장군께서는 전에 한나라의 신하였으나 지금은 역적의 신하가 되셨으니, 옛날 관중에서 가호한 공로가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보건대 장군께서 이렇게 하심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원술의 성품은 가장 의심이 많아 장군이 후일에 반드시 그에게 해를 입을 것입니다. 지금 미리 도모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한선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내가 한나라에 귀순하고 싶으나 한이 없어 길이 없었다." 진등이 이내 여포의 편지를 내놓았다. 한선이 편지를 다 읽고 말하였다. "내가 이미 알았다. 네가 먼저 돌아가거라. 내가 양 장군과 함께 돌아서서 그를 공격하겠다. 불이 오르는 것을 신호로 보거든 온후께서 병사를 이끌고 접응하시기 바란다."

진등이 한선에게 작별하고 급히 돌아가 여포에게 보고하였다. 여포는 이에 병사를 다섯 길로 나누었다. 고순이 한 군을 이끌고 소패를 공격하여 교기를 막고, 진궁이 한 군을 이끌고 기도를 공격하여 진기를 막고, 장료와 장패가 한 군을 이끌고 낭야로 나가 뢰박을 막고, 송헌과 위속이 한 군을 이끌고 갈석으로 나가 진란을 막고, 여포가 자신이 한 군을 이끌고 대로로 나가 장훈을 막았다. 각기 병사 일만 명을 거느리고 나머지는 성을 지켰다. 여포가 성에서 30리 나가 진을 쳤다. 장훈의 군사가 이르러 여포를 당해낼 수 없을 것으로 여겨 잠시 20리 뒤로 물러나 진을 치고 각로의 병마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날 밤 이경에 한선과 양봉이 병사를 나누어 곳곳에 불을 지르고, 접응하는 여포의 군사가 진영에 들이쳤다. 장훈의 군사가 크게 혼란에 빠졌다. 여포가 형세를 타고 치니 장훈이 패하여 달아났다. 여포가 새벽까지 추격하는데 마침 기령이 접응하러 오는 것과 부딪쳤다. 두 군이 만나 막 싸우려는 참에 한선과 양봉의 두 길 군사가 쳐들어왔다. 기령이 크게 패하여 도망가고, 여포가 병사를 이끌고 추격하는데, 산 뒤에서 한 부대의 군사가 도착했다. 문기(문기)가 열리는 곳에 한 부대의 군사가 용봉일월 깃발과 사두오방 정기, 금과 은도끼, 황월 백모, 황라 쇠금 산개 아래에서 원술이 금갑을 입고 손목에 두 자루 칼을 걸고 진 앞에 서서 여포를 크게 꾸짖었다. "주인을 배반한 종의 자식아!"

여포가 노하여 창을 들고 나아갔다. 원술의 부장 이풍이 창을 들고 맞섰으나 세 합을 싸우지 못하여 여포가 그의 손을 찌르니 이풍이 창을 버리고 도망갔다. 여포가 군사를 지휘하여 들이치니 원술의 군사가 크게 혼란에 빠졌다. 여포가 병사를 이끌고 뒤에서 추격하여 말과 갑옷을 무수히 빼앗았다. 원술이 패잔병을 이끌고 몇 리도 가지 못하여 산 뒤에서 한 부대의 군사가 나와 길을 막았다. 앞장선 장수는 바로 관운장이었다. 크게 외치기를 "역적아! 아직도 와서 죽음을 받지 않느냐!" 원술이 황급히 도망가고 나머지 무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니, 운장이 크게 한바탕 죽였다. 원술이 패잔병을 수습하여 회남으로 도망쳐 돌아갔다.

여포가 승리를 얻고 운장과 양봉, 한선 등一行人馬를 서주로 청하여 큰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였다. 군사들에게도 모두 상을 내렸다. 다음 날 운장이 작별하고 돌아갔다. 여포가 한선을 기도목으로, 양봉을 낭야목으로 천거하고, 두 사람을 서주에 머물게 하려고 의논하였다. 진규가 말하였다. "안 됩니다. 한과 양 두 사람이 산동을 점거하면 일 년이 못 되어 산동의 성곽이 모두 장군의 것이 될 것입니다." 여포가 그 말이 옳다고 여겨 두 장수를 잠시 기도와 낭야 두 곳에 주둔하게 하고 조정의 명을 기다리게 하였다. 진등이 몰래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두 사람을 서주에 머물게 하여 여포를 죽일 근본으로 삼지 않으셨습니까?" 진규가 말하였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여포를 도우면 오히려 호랑이에게 발톱을 더해 주는 꼴이 된다." 진등이 이에 아버지의 높은 견해에 탄복하였다.

원술이 회남으로 패하여 돌아와 사람을 강동에 보내 손책에게 병사를 빌려 원수를 갚고자 하였다. 손책이 노하여 말하였다. "네가 내 옥새에 힘입어 참람되이 황제라 일컬으며 한실을 배반하고 대역무도하도다! 내가 바로 병사를 내어 죄를 묻고자 하거늘, 어찌 도리어 역적을 도우려 하겠느냐?" 그리고 편지를 써서 그와 절교하였다. 사자가 편지를 가지고 돌아가 원술에게 보이니, 원술이 보고 노하여 말하였다. "젖내 나는 아이가 감히 어찌 이럴 수 있느냐! 내가 먼저 그를 토벌하리라!" 장사 양대장이 극력 간하여 그제야 그만두었다.

손책은 편지를 보낸 뒤로 원술이 군사를 보내올 것을 대비하여 강구를 지키며 병력을 점검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조조의 사자가 도착하여 손책을 회계태수로 임명하고, 군사를 일으켜 원술을 토벌하라고 명령하였다. 손책이 이에 상의하며 출병하려 하자, 장사 장소가 말하였다. “원술이 비록 막 패했지만 병사는 많고 식량은 넉넉하니 가볍게 여겨 적대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조조에게 편지를 보내 남쪽으로 정벌 나올 것을 권하고, 저희가 후원이 되는 것이 낫겠습니다. 두 군대가 서로 도우면 원술의 군대는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조조의 구원을 바랄 수 있습니다.” 손책이 그 말을 따라 사자를 보내 이 뜻을 조조에게 전하였다.

조조가 허도로 돌아와 전위를 생각하며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내고, 그의 아들 전만을 중랑에 봉하여 부중에서 양육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손책이 사자를 보내 편지를 전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조조가 편지를 다 읽었을 때, 또 원술이 식량이 부족하여 진류를 약탈하고 있으니 그 허를 틈타 공격하자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에 남쪽 정벌을 위해 군사를 일으키며 조인에게 허도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장수들은 모두 종군하게 하니 마보와 보병이 십칠만, 군량과 치중이 천여 수레였다. 한편으로는 먼저 사람을 보내 손책과 유비, 여포를 합류시키도록 하였다.

군대가 예장 경계에 이르렀을 때, 유비가 이미 군사를 이끌고 와서 맞이하므로 조조가 명하여 그를 영중으로 들게 하였다. 서로 만난 뒤, 유비가 두 개의 머리를 바쳤다. 조조가 놀라며 말하였다. “이는 누구의 머리인가?” 유비가 말하였다. “이는 한섬과 양봉의 머리입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어떻게 얻었는가?” 유비가 말하였다. “여포가 두 사람을 이도와 낭야 두 현에 잠시 머물게 하였는데, 그들이 병사들을 풀어 백성을 약탈하여 사람마다 원망하였습니다. 이에 제가 연회를 열고 일을 의논한다고 속여 청하였습니다. 술자리 가운데, 제가 술잔을 던져 신호를 삼아 관우와 장비 두 형제가 그들을 죽이고 그 부하들을 모두 항복시켰습니다. 오늘 와서 특별히 죄를 청합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그대가 국가를 위해 해를 제거한 것이 바로 큰 공인데, 어찌 죄라고 하겠는가?”

이에 후하게 유비를 위로하고, 군사를 합쳐 함께 서주 경계로 나아갔다. 여포가 성 밖으로 나와 맞이하자, 조조가 좋은 말로 위로하며 그를 좌장군에 봉하고, 허도에 돌아간 뒤에 다시 관인과 인끈을 바꾸어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여포가 매우 기뻐하였다. 조조는 즉시 여포의 군대를 왼쪽에, 유비의 군대를 오른쪽에 배치하고, 자신은 대군을 거느려 가운데에 서며 하후돈과 우금을 선봉으로 명하였다.

원술이 조조의 군대가 오는 것을 알고 대장 교유에게 오만 명의 군사를 주어 선봉으로 삼았다. 두 군대가 수춘 경계에서 싸웠다. 교유가 먼저 말을 달려 나와 하후돈과 싸우기 시작하여 세 합을 채우지 못하고 하후돈의 창에 찔려 죽었다. 원술의 군대가 크게 패하여 성 안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갑자기 손책이 수로로 군사를 내어 강변 서쪽을 치고, 여포가 군사를 이끌고 동쪽을 치며, 유비, 관우, 장비가 군사를 이끌고 남쪽을 치고, 조조가 직접 십칠만 대군을 거느려 북쪽을 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원술이 크게 놀라 급히 모든 문무 관원을 모아 의논하였다. 대장 양홍이 말하였다. “수춘은 여러 해 동안 수해와 가뭄이 겹쳐 백성들이 식량이 부족합니다. 지금 또 군사를 내어 백성을 괴롭히니 백성들이 이미 원한을 품었습니다. 적군이 오면 막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수춘에 군사의 일부를 남겨 두고 싸우지 않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들의 식량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반드시 변고가 생길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우선 어림군을 거느리고 회하를 건너십시오. 한편으로는 익숙한 땅에 의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 적의 날카로운 기세를 피하는 것입니다.”

원술이 그의 계책을 받아들여 이풍, 낙취, 양강, 진기 네 사람을 남겨 십만 병력을 나누어 주어 수춘을 굳게 지키게 하고, 나머지 장수와 병사, 그리고 창고의 금은 보화를 모두 챙겨 회하를 건너갔다.

조조의 십칠만 대군은 매일 소모되는 식량이 엄청났고, 각 군에는 또 흉년이 들어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였다. 조조가 군사를 재촉하여 속전을 벌이려 했으나 이풍 등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조조군이 한 달 넘게 대치하자 식량이 거의 바닥나게 되었다. 조조가 손책에게 편지를 보내 십만 석의 쌀을 빌렸지만 여전히 나누어 주기에 부족하였다. 양식을 관리하는 관원 임준의 부하인 창관 왕후가 들어와 조조에게 아뢰었다. “병사는 많고 식량은 적으니 어찌해야 합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작은 말[斛]로 나누어 주어 당장의 급한 상황을 모면하라.” 왕후가 말하였다. “병사들이 원망하면 어찌합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내게 방법이 있다.”

왕후가 명령을 따라 작은 말로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조조가 몰래 사람을 보내 각 영채를 정탐하게 하니, 병사들이 모두 탄식하며 원망하여 승상이 우리를 속인다고 말하였다. 조조가 이에 은밀히 왕후를 불러들이며 말하였다. “내가 네게 한 가지 물건을 빌려 무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려 하니, 너는 아끼지 마라.” 왕후가 말하였다. “승상께서 무슨 물건을 쓰려 하십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네 목을 빌려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려는 것뿐이다.” 왕후가 크게 놀라며 말하였다. “제게는 실로 죄가 없습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나도 네게 죄가 없음을 안다. 그러나 너를 죽이지 않으면 군심이 변할 것이다. 네가 죽은 뒤에 네 처자는 내가 자연히 돌볼 터이니 염려하지 마라.” 왕후가 다시 말하려 할 때, 조조가 이미 칼을 든 사형 집행자를 불러 문 밖으로 끌어내어 한 칼에 베고, 그 머리를 높은 장대에 매달며 방을 붙이기를 “왕후가 일부러 작은 말로 나누어 주고 관청의 식량을 횡령하였으니, 군법에 따라 처단한다.” 하니, 이에 무리의 원망이 비로소 가라앉았다.

다음 날, 조조가 각 영의 장수들에게 명령을 전하였다. “만약 사흘 안에 힘을 다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모두 목을 벤다!” 조조가 친히 성 아래에 이르러 각 군을 독려하며 흙을 나르고 돌을 옮겨 해자를 메우게 하였다. 성 위에서는 화살과 돌이 비처럼 쏟아졌고, 두 명의 편장이 두려워하며 물러서자 조조가 칼을 뽑아 친히 성 아래에서 그들을 베고, 말에서 내려 흙을 받아 구덩이를 메웠다. 이에 크고 작은 장수와 병사들이 용기를 내어 앞다투어 나아가니 군위가 크게 떨쳤다. 성 위의 수비군이 감당하지 못하였다. 조조의 병사들이 앞다투어 성에 올라 문빗장을 끊으니 대군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이풍, 진기, 낙취, 양강이 모두 생포되었다. 조조가 명하여 그들을 모두 목 베어 여러 사람에게 보이고, 가짜 궁전과 집, 그리고 모든 금지된 물건들을 불태웠다. 수춘 성 안은 약탈되어 텅 비었다. 회하를 건너 원술을 추격하려는 논의가 나왔으나, 순욱이 간하며 말하였다. “요즘 흉년이 들어 식량이 어렵습니다. 만약 다시 군사를 내면 병사를 지치게 하고 백성을 해칠 뿐 반드시 이롭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선 허도로 돌아가 내년 봄 밀이 익기를 기다려 군량이 넉넉히 준비된 뒤에 도모하는 것이 낫습니다.”

조조가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급한 말을 탄 사자가 도착하여 보고하였다. “장수가 유표를 의지하여 다시 창궐하며 난을 일으키고, 남양 여러 현이 또 반역하였습니다. 조홍이 막지 못하여 몇 차례 싸움에서 연달아 패하고, 지금 특별히 와서 급함을 알립니다.” 조조가 이에 손책에게 편지를 보내 강을 건너 진을 치게 하여 유표를 견제하는 의병으로 삼아 감히 가벼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그날로 군사를 돌려 돌아가 따로 장수 토벌을 의논하였다. 떠나면서 유비에게 명하여 여전히 소패에 주둔하며 여포와 형제의 의를 맺어 서로 구원하고 다시는 침범하지 말게 하였다. 여포는 군사를 이끌고 스스로 서주로 돌아갔다. 조조가 은밀히 유비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소패에 주둔하게 한 것은 ‘구덩이를 파고 호랑이를 기다리는 계책’이다. 그대는 진규 부자와만 의논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 내가 그대의 외원이 되리라.” 말을 마치고 헤어졌다.

조조가 군사를 거느리고 허도로 돌아오자, 단외가 이각을 죽이고, 오습이 곽사를 죽여 그 머리를 바쳤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단외는 또 이각의 온 집안 노소 이백여 명을 생포하여 허도로 압송하였다. 조조가 명하여 각 성문에서 목을 베고 그 머리를 돌려 보여 주니 백성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하였다. 천자가 조정에 나아가 문무 관원을 모아 태평연을 열었다. 단외를 탕구장군에, 오습을 진우장군에 봉하고 각기 군사를 거느려 장안을 지키게 하였다. 두 사람이 사은하고 물러갔다. 조조가 이어 장수가 난을 일으켰으니 군사를 내어 토벌해야 한다고 아뢰었다. 천자가 이에 친히 가마를 정돈하여 조조를 전송하였으니, 이때는 건안 3년 여름 4월이었다.

조조가 순욱을 허도에 남겨 군사를 조율하게 하고, 자신은 대군을 거느려 진군하였다. 행군하는 길에 길가의 밀이 이미 익은 것을 보았다. 백성들은 군대가 오는 바람에 피난 가서 밀을 베지 못하고 있었다. 조조가 사람을 보내 원근 각처의 마을 백성과 각지의 수령들에게 고하였다. “내가 천자의 분명한 조서를 받들어 군사를 내어 반역자를 토벌하며 백성을 위해 해를 제거한다. 지금은 밀이 익은 때이나 부득이 군사를 일으켰다. 크고 작은 장교들은 밀밭을 지날 때 짓밟는 자가 있으면 모두 목을 벤다. 군법이 매우 엄하니 너희 백성들은 놀라거나 의심하지 마라.” 백성들이 이 고지를 듣고 기뻐하며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수레 먼지를 바라보며 길에서 절하였다. 관군이 밀밭을 지날 때 모두 말에서 내려 손으로 밀을 받치며 서로 전달하여 지나가고 감히 짓밟지 못하였다.

조조가 말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밭에서 얼룩꿩 한 마리가 놀라 날아오르자 말이 낯선 것을 보고 밀밭으로 뛰어들어가 큰 면적의 밀을 짓밟았다. 조조는 즉시 행군 주부를 불러 자신이 밀밭을 짓밟은 죄를 논하게 했다. 주부가 말했다: "승상께서 어찌 죄를 논하시겠습니까?" 조조가 말했다: "내가 스스로 법을 제정했는데, 내가 스스로 어겼으니 무엇으로 뭇사람을 따르게 하겠는가?" 즉시 허리에 찬 칼을 빼어 자결하려 하였다. 여러 사람이 급히 붙잡았다. 곽가가 말했다: "옛날 《춘추》의 의리에 형벌은 귀한 사람에게 가하지 않습니다. 승상께서 대군을 통솔하시는데, 어찌 자결하실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미 《춘추》에 형벌은 귀한 사람에게 가하지 않는다는 의리가 있으니, 내가 우선 죽음을 면하겠다." 이에 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땅에 던지며 말했다: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잠시 목 베는 것을 대신한다." 사람을 시켜 머리카락을 삼군에 돌려 보이며 말했다: "승상께서 밀밭을 짓밟았으니 마땅히 목을 베어 군중에 효수하여야 하나, 지금 머리카락을 잘라 대신한다." 이에 삼군 장수들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여, 군령을 삼가 지키지 않는 자가 없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논평하였다:

십만 비휴(맹수)에 십만 마음, 한 사람의 호령에 뭇사람 막기 어렵네. 칼을 빼어 머리카락 자름이 으뜸이니, 이에 조만의 속임수 깊음을 알겠네.

십만 비휴에 십만 마음, 한 사람의 호령에 뭇사람 막기 어렵네. 칼을 빼어 머리카락 자름이 으뜸이니, 이에 조만의 속임수 깊음을 알겠네.

또한 장수가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온 것을 알고, 급히 사자를 보내 유표에게 알려 후원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뇌서와 장선 두 장수와 함께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적을 맞이하였다. 양군이 진을 펴고 대치하자, 장수가 말을 타고 나와 조조를 가리키며 욕했다: "너는 가식적인 인의와 염치없는 사람으로, 금수와 무엇이 다르냐!" 조조가 크게 노하여 허저에게 말을 내보내라 명하고, 장수는 장선에게 맞서 싸우라 명했다. 세 합이 채 되지 않아 허저가 장선을 말 아래 베니, 장수의 군대가 크게 패하였다.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남양성 아래까지 추격하였다. 장수가 성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조조가 성을 포위하여 공격하는데, 성 주위 해자가 매우 넓고 물살도 깊어 성벽에 가까이 가기 어려우므로, 군사들에게 흙을 날라 해자를 메우라 명하고, 또 흙 자루와 섶나무, 나무를 섞어 성 가에 사다리 받침을 만들게 하며, 또 운치(움직이는 사다리)를 세워 성 안을 엿보게 하였다. 조조가 직접 말을 타고 성 주위를 살폈다. 이렇게 사흘이 지나자, 조조가 군사들에게 서문 모퉁이에 섶나무를 쌓고 여러 장수를 모아 그곳에서 성에 오르라 전령을 내렸다.

성 안의 가후가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장수에게 말했다: "내가 이미 조조의 의도를 알았소. 지금 그 계책을 따라 계책을 써야 하오." 이에:

강한 자 중에 또 강한 손이 있고, 속임수를 쓰다가 속임수를 아는 사람을 만나네.

강한 자 중에 또 강한 손이 있고, 속임수를 쓰다가 속임수를 아는 사람을 만나네.

그의 계책이 어떠한지 알 수 없으니, 다음 회의 풀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