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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50회: 제갈량이 지혜로 화용도를 계산하고, 관운장이 의리로 조조를 풀어주다

제 50 편

제50회 제갈량이 지혜로 화용도를 계획하고 관운장이 의리로 조조를 풀어주다

이날 밤 장료가 한 화살로 황개를 맞추어 물속에 떨어뜨렸으나, 조조가 언덕에 올라 말을 찾아 도망칠 무렵에는 군대가 이미 크게 혼란에 빠졌다. 한당이 불길을 무릅쓰고 수채를 공격하려 하는데, 갑자기 병사가 보고하기를 “배 뒤 키 위에 한 사람이 있어 장군의 자(字)를 높이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한당이 자세히 들어보니 “의공(義公)이여, 나를 구해주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한당이 말하길 “이는 황공복(黃公覆)이로다!” 하고는 급히 명하여 그를 구해 올리게 하였다. 보니 황개는 화살에 상처를 입고 화살대를 물어 빼냈으나 화살촉은 살 속에 박혀 있었다. 한당이 급히 그를 위해 옷을 벗기고 칼로 화살촉을 도려내어 깃발 천을 찢어 싸매고, 자신의 전투복을 벗어 황개에게 입힌 뒤, 먼저 다른 배를 명하여 그를 대영으로 보내 치료하게 하였다. 본래 황개는 수성(水性)을 깊이 알았기에 큰 추위 속에서도 갑옷을 입고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강 위에는 불길이 가득하고 함성 소리가 하늘과 땅을 진동하였다. 왼쪽으로는 한당, 장흠 두 군대가 적벽 서쪽에서 쳐들어왔고, 오른쪽으로는 주태, 진무 두 군대가 적벽 동쪽에서 쳐들어왔으며, 한가운데로는 주유, 정보, 서성, 정봉의 대대적인 배들이 모두 도착하였다. 불길은 병력의 호응이 필요했고, 병력은 불길의 위세를 빌렸다. 이른바 삼강(三江) 수면에서 교전하고 적벽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조조 군사 중 창에 찔리고 화살에 맞고 불에 타고 물에 빠져 죽은 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말하길:

위(魏)와 오(吳)가 다투어 승부를 가리려 하니, 적벽의 누선(樓船)은 싹 쓸려 사라졌네. 맹렬한 불길 처음 일어나 운해(雲海)를 비추니, 주랑(周郎)이 일찍이 이곳에서 조공(曹公)을 깨뜨렸네.

또 한 수의 절구(絶句)가 있어 말하길:

산 높고 달은 작으며 물은 아득한데, 지난 왕조의 할거하던 바쁨을 추억하며 탄식하네. 남쪽 선비는 위무(魏武)를 맞이할 마음 없었고, 동풍은 뜻이 있어 주랑을 도왔네.

강 가운데의 격전은 잠시 말하지 않기로 하고, 감녕이 채중을 길잡이로 삼아 조조 진영 깊숙이 들어가, 채중을 말 위에서 한 칼에 베어버리고 곧바로 풀숲에 불을 질렀다. 여몽이 멀리서 중군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역시 열여러 곳에 불을 놓아 감녕을 호응하였다. 반장과 동습이 나누어 불을 지르고 고함을 질렀다. 사방에서 북소리가 하늘을 진동하였다. 조조와 장료는 백여 기의 기병을 이끌고 불길 속을 달아나는데, 앞을 보니 불이 붙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바로 그때, 모개가 문빙을 구하여 십여 기의 기병을 데리고 도착하였다. 조조가 길을 찾으라 명하니, 장료가 가리키며 말하길 “오직 오림(烏林)만이 땅이 트여 있어 갈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조조가 오림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가는 길에 뒤에서 한 군대가 급히 도착하여 크게 외치길 “조적(曹賊), 도망치지 마라!” 불빛 속에 여몽의 기치가 나타났다. 조조는 군마를 재촉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장료를 남겨 후미를 맡겨 여몽을 막게 하였다. 그런데 앞에서 횃불이 다시 일어나 골짜기에서 한 군대가 쏟아져 나오며 크게 외치길 “능통(凌統)이 여기 있다!” 조조는 간담이 서늘하여 질겁하였다. 갑자기 비스듬한 길에서 한 군대가 급히 도착하여 외치길 “승상(丞相)이여, 놀라지 마소서! 서황이 여기 있습니다!” 서로 뒤섞여 한바탕 싸우다 길을 뚫고 북쪽으로 도망쳤다. 갑자기 한 무리의 군사가 산비탈 앞에 주둔한 것을 보았다. 서황이 나가 물으니, 원소 수하의 항장(降將) 마연(馬延)과 장희(張顗)로서 삼천 북방 군사를 거느리고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날 밤 하늘 가득 불길이 일어난 것을 보고 감히 움직이지 못하다가 마침 조조를 영접하게 된 것이었다. 조조가 두 장수에게 일천 군사를 이끌고 앞길을 열게 하고 나머지는 몸을 지키게 하였다. 조조가 이 생력군(生力軍)을 얻어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마연과 장희 두 장수가 말을 달려 앞서 갔다. 십 리도 못 가서 함성 소리 일어나는 곳에 한 군대가 나와 막았다. 선두 장수가 크게 외치길 “나는 동오(東吳)의 감흥패(甘興霸)다!” 마연이 맞서 싸우려는 순간, 이미 감녕의 칼에 말 아래로 베어졌다. 장희가 창을 들어 맞서자 감녕이 큰 소리로 꾸짖으며 손을 들어 칼을 휘두르니, 장희가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말 아래로 떨어졌다. 후군이 급히 조조에게 알렸다. 조조는 이때 합비(合肥)에서 병력이 와서 구원해 주기를 바랐으나, 손권이 합비 길목에서 강 위의 불빛을 보고 아군이 이긴 것을 알고 육손에게 횃불을 올려 신호를 보내게 하였고, 태사자가 이를 보고 육손과 합세하여 쳐들어왔던 것이다. 조조는 어쩔 수 없이 이릉(彛陵) 쪽으로 달아났다. 길에서 장합(張郃)을 만나 그에게 후미를 맡기라 명하였다.

말을 달려 오경(五更)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불빛이 점차 멀어져 조조의 마음이 비로소 안정되어 물었다. “이곳이 어디냐?” 좌우가 대답하길 “이곳은 오림(烏林)의 서쪽이오, 의도(宜都)의 북쪽이옵니다.” 조조가 수풀이 우거지고 산천이 험준한 것을 보고는 말 위에서 고개를 들어 크게 웃었다. 여러 장수들이 묻길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크게 웃으시나이까?” 조조가 말하길 “내가 다른 이를 웃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유(周瑜)는 꾀가 없고 제갈량(諸葛亮)은 지혜가 부족함을 웃노라. 만약 내가 군사를 지휘할 때라면, 미리 여기에 한 군대를 매복시켜 놓았을 터인데, 그렇다면 어찌하겠느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쪽에서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불길이 하늘을 찌르며 솟아올라, 조조는 놀라 거의 말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비스듬한 길에서 한 군대가 쏟아져 나오며 크게 외치길 “나 조자룡(趙子龍)이 군사(軍師)의 장령(將令)을 받들어 이곳에서 오래 기다렸노라!” 조조가 서황과 장합 두 사람에게 조운을 막게 하고, 자신은 연기와 불길을 뚫고 달아났다. 자룡은 뒤쫓지 않고 오직 깃발과 군기를 빼앗는 데만 힘써 조조는 도망칠 수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검은 구름이 땅을 덮고, 동남풍이 여전히 그치지 않고 불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갑옷과 의복이 흠뻑 젖었다. 조조와 군사들은 비를 맞으며 행군하였고, 각 군은 모두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였다. 조조가 군사들에게 마을에 가서 양식을 약탈하고 불씨를 찾으라 명하였다. 막 밥을 지으려는데 뒤에서 한 군대가 급히 도착하였다. 조조가 마음이 매우 당황하였다. 알고 보니 이전(李典)과 허저(許褚)가 여러 모사들을 보호하며 도착한 것이었다.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군마를 명하여 계속 행군하게 하고 물었다. “앞은 어디냐?” 어떤 사람이 보고하길 “한쪽은 남이릉(南彛陵) 큰길이오, 한쪽은 북이릉(北彛陵) 산길이옵니다.” 조조가 묻길 “어디로 가야 남군(南郡) 강릉(江陵)이 가장 가깝겠느냐?” 군사가 아뢰길 “남이릉을 지나 호로구(葫蘆口)를 거치는 길이 가장 편리하옵니다.” 조조가 남이릉 길로 가라 명하였다. 호로구에 이르니 군사들은 모두 굶주리고 지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고, 말도 지쳐 길에 쓰러진 자가 많았다. 조조가 명하여 앞에서 잠시 쉬게 하였다. 말 위에 솥과 냄비를 지닌 자도 있었고, 마을에서 양식을 빼앗아 온 자도 있어, 산기슭을 따라 마른 곳을 찾아 솥을 걸고 밥을 짓고, 말고기를 베어 구워 먹으며, 모두 젖은 옷을 벗어 바람 부는 곳에 널어 말리거나 쬐었다. 말들은 모두 안장과 재갈을 풀어 들판에 놓아두고 풀뿌리를 뜯어먹고 있었다.

조조가 드문드문한 숲 아래에 앉아 고개를 들어 크게 웃었다. 여러 관리들이 묻길 “아까 승상께서 주유와 제갈량을 비웃으셨다가 조자룡이 나타나 많은 군마를 잃었사온데, 지금은 어찌하여 또 웃으시나이까?” 조조가 말하길 “내가 제갈량과 주유를 비웃음은, 결국 지혜와 꾀가 부족하기 때문이니라. 만약 내가 군사를 지휘할 때라면, 바로 이곳에도 한 군대를 매복시켜 편안히 기다렸다가 지친 우리를 공격했을 것이니, 우리가 비록 목숨을 건진다 해도 중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점을 보지 못하였기에 내가 그들을 비웃노라.”

말을 하는데, 앞군과 뒷군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조조가 크게 놀라 갑옷을 버리고 말에 올랐다. 여러 군사들은 말을 거두지 못한 자가 많았다. 사방에서 연기와 불길이 산입구를 가득 메우고 한 군대가 진을 펼쳤다. 선두는 연나라 사람 장익덕(張翼德)으로, 긴 창을 비스듬히 잡고 말 위에 서서 크게 외치길 “조적(操賊), 어디로 가느냐!” 여러 군 장수들이 장비를 보자 모두 간담이 얼어붙었다. 허저가 안장 없는 말을 타고 장비와 싸우려 나갔다. 장료와 서황 두 장수도 말을 달려 와 협공하였다. 양쪽 군마가 뒤섞여 한 덩어리가 되어 싸웠다. 조조가 먼저 말을 돌려 달아나고, 여러 장수들은 각자 빠져나왔다. 장비가 뒤에서 쫓아왔다. 조조가 굽이굽이 달아나 추격병이 점차 멀어지자, 뒤를 돌아보니 여러 장수들은 대부분 상처를 입고 있었다.

행군 중에 군사가 아뢰었다.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사오니, 청컨대 승상께서는 어느 길로 가시겠습니까?” 조조가 물었다. “어느 길이 가깝느냐?” 군사가 대답했다. “큰길은 조금 평탄하나 오십여 리가 더 멀고, 작은 길은 화용도로 통하여 오십여 리가 더 가깝습니다. 다만 길이 좁고 험하며, 구덩이와 웅덩이가 많아 다니기 어렵습니다.” 조조가 사람을 시켜 산 위에 올라가 살펴보게 하니, 돌아와 보고했다. “작은 길 산기슭에 여러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큰길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조조가 앞군에게 명하여 곧바로 화용도 작은 길로 가라고 명령했다. 여러 장수들이 말했다. “봉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에는 반드시 군마가 있을 터인데, 어찌하여 도리어 이 길로 가시려 합니까?” 조조가 말했다. “병법에 ‘허하면 실하게 하고, 실하면 허하게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갈량은 계책이 많으니, 일부러 산골짜기 외진 곳에 연기를 피워 우리 군이 이 산길로 가지 못하게 하고, 그는 큰길에 복병을 두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미 짐작하였으니, 그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겠다!” 여러 장수들이 모두 말했다. “승상의 묘한 계산은 사람이 미치지 못합니다.” 이에 병사를 이끌고 화용도로 갔다. 이때 사람들은 모두 굶주려 쓰러졌고, 말들은 지쳐 기력이 없었다. 불에 그을리고 머리가 상한 자들이 서로 부축하며 걷고, 화살과 창에 상처 입은 자들이 간신히 걸었다. 의복과 갑옷은 흠뻑 젖어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었고, 병기와 깃발은 흩어져 정돈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이릉도에서 쫓기느라 급급하여, 안장 없이 맨등의 말만 타고 왔으며, 안장과 고삐, 의복은 모두 버렸다. 마침 엄동설한 추운 때라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조조가 앞군이 말을 멈추고 나아가지 않음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군사가 돌아와 아뢰었다. “앞쪽 산골짜기 길이 좁은데, 아침에 비가 내려 도랑물이 괴어 흐르지 않고 진흙이 말발굽을 빠지게 하여 나아갈 수 없습니다.” 조조가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군대가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법이니, 어찌 진흙이 빠져서 다닐 수 없다는 말이 있겠느냐!” 명령을 내려, 늙고 약하며 부상당한 군사는 뒤에서 천천히 가고, 강한 자는 흙을 지고, 나무를 묶고, 풀과 갈대를 날라서 길을 메워 반드시 즉시 행동하게 하라. 명령을 어기는 자는 목을 베겠다. 여러 군사들은 어쩔 수 없이 모두 말에서 내려 길가에서 대나무와 나무를 베어 산길을 메웠다. 조조는 후군이 쫓아올까 두려워하여 장료, 서황, 서저에게 백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칼을 손에 쥐게 하여, 더디게 행동하는 자는 곧 베도록 명령했다.

조조가 군사들을 재촉하여 외길을 따라 행군하게 하니, 죽은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울부짖는 소리가 길에 끊이지 않았다. 조조가 노하여 말했다. “삶과 죽음은 운명에 달렸으니, 무엇을 우는 것이냐! 다시 우는 자는 곧 목을 베겠다!” 세 부대의 병력 중 한 부대는 뒤쳐지고, 한 부대는 골짜기에 빠졌으며, 한 부대만이 조조를 따랐다. 험한 곳을 지나니 길이 조금 평탄해졌다. 조조가 뒤를 돌아보니, 겨우 삼백여 기만이 뒤따르고 있었고, 갑옷과 의복이 온전한 자도 없었다. 조조가 재촉하여 빨리 가라고 독촉했다. 여러 장수들이 말했다. “전마가 모두 극도로 지쳤사오니, 잠시 쉬게 하소서.” 조조가 말했다. “형주에 도착한 뒤에 쉬어도 늦지 않다.” 몇 리도 채 가지 않아, 조조가 말 위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크게 웃었다. 여러 장수들이 물었다.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또 크게 웃으십니까?” 조조가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주유와 제갈량이 지혜롭고 계책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국 무능한 자들일 뿐이다. 만약 여기에 한 부대의 군사를 매복시켰다면, 우리는 모두 손을 묶고 사로잡혔을 것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성의 포성이 울리고 양쪽에서 오백 명의 칼을 든 군사들이 진을 펼치며, 대장 관운장이 청룡도를 들고 적토마를 타고 길을 막았다. 조조의 군사들은 이를 보고 넋이 나가고 넋이 빠져서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 조조가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이 결사전을 할 수밖에 없다!” 여러 장수들이 말했다. “사람이 비록 두렵지 않더라도, 말의 힘은 이미 지쳤사오니, 어찌 다시 싸울 수 있겠습니까?” 정도가 말했다. “제가 평소에 알기로 운장은 윗사람을 업신여기나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못하고, 강자를 업신여기나 약자를 괴롭히지 않으며, 은혜와 원한을 분명히 하고 신의와 의리가 항상 뚜렷합니다. 승상께서 전에 그에게 은혜를 베푸셨으니, 지금 친히 가서 말씀드리면 이 재앙에서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조조가 그의 말을 따라 말을 달려 앞으로 나아가며, 허리를 숙여 운장에게 말했다. “장군께서는 별고 없으십니까?” 운장도 허리를 숙여 대답했다. “관모가 군사의 장령을 받들어 승상을 오래 기다렸습니다.” 조조가 말했다. “조조가 병사에 패하여 형세가 위급해져 이곳까지 왔으나 갈 길이 막혔사오니, 장군께서는 지난날의 정분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운장이 말했다. “전에 관모가 비록 승상의 후한 은혜를 입었사오나, 이미 안량을 베고 문추를 죽여 백마의 포위를 풀어 보답하였습니다. 오늘의 일을 어찌 감히 사사로움 때문에 공적인 일을 저버리겠습니까?” 조조가 말했다. “오관에서 장수를 베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시겠습니까? 대장부는 신의와 의리를 중히 여깁니다. 장군께서 《춘추》에 밝으시니, 어찌 우공지사가 자탁유자를 뒤쫓던 일을 모르십니까?”

운장은 의리가 태산보다 중한 사람이라, 당일 조조의 많은 은혜와 의리, 그리고 후일 오관에서 장수를 베던 일을 생각하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조조의 군사들이 놀라고 당황하여 거의 울려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차마 편치 않았다. 이에 말머리를 돌려 여러 군사들에게 말했다. “사방으로 흩어져 벌여 서라.” 이는 명백히 조조를 놓아주려는 뜻이었다. 조조가 운장이 말을 돌림을 보고, 여러 장수들과 함께 일제히 달려 지나갔다. 운장이 몸을 돌렸을 때는 조조가 이미 여러 장수들과 함께 지나간 뒤였다. 운장이 크게 꾸짖자, 여러 군사들이 모두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울었다. 운장은 더욱 차마 하지 못하였다. 바로 망설이는데, 장료가 급히 말을 달려 왔다. 운장이 그를 보고 또 옛 정을 느껴 길게 한숨을 쉬고 그들을 모두 놓아주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었다:

조만이 병사에 패하여 화용으로 달아나니, 마침 관공과 좁은 길에서 만났네. 다만 지난날 은혜와 의리가 중하였기에, 금쇄를 풀어 교룡을 놓아주었네.

조조가 화용의 재앙에서 벗어나 골짜기 어귀에 이르러, 뒤따르는 군사를 돌아보니 겨우 스물일곱 기뿐이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남군에 거의 다다르자, 횃불이 환하게 밝혀지며 한 부대의 군사가 길을 막았다. 조조가 크게 놀라 말했다. “내 목숨이 끝났구나!” 한 무리의 척후병이 달려와서야 비로소 조인의 군사임을 알아보았다. 조조가 이에 안심하였다. 조인이 맞이하여 나와 말했다. “비록 패전 소식을 알았사오나 감히 멀리 떠나지 못하고, 가까이서 영접만 하였습니다.” 조조가 말했다. “거의 그대를 보지 못할 뻔하였구나!”

이에 무리를 거느리고 남군으로 들어가 쉬었다. 뒤이어 장료도 도착하여 운장의 은덕을 이야기하였다. 조조가 장교들을 점검하니, 부상자가 매우 많았다. 조조가 모두 휴양하게 하였다. 조인이 술자리를 베풀어 조조의 울적함을 풀어주었고, 여러 모사들이 자리에 앉았다. 조조가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크게 울었다. 여러 모사들이 말했다. “승상께서 호랑이 굴에서 피난할 때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셨는데, 지금 성중에 이르러 사람은 밥을 먹고 말은 꼴을 먹게 되었으니, 마땅히 군마를 정비하여 원수를 갚아야 할 터인데, 어찌하여 도리어 통곡하십니까?” 조조가 말했다. “내가 우는 것은 곽봉효를 위함이니라! 만약 봉효가 있었다면, 절대로 나로 하여금 이와 같은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가슴을 치며 크게 울며 말했다. “슬프다, 봉효여! 아프다, 봉효여! 애석하다, 봉효여!” 여러 모사들은 모두 잠자코 스스로 부끄러워하였다.

이튿날, 조조가 조인을 불러 말했다. “내가 지금 잠시 허도로 돌아가 군마를 수습하여 반드시 와서 원수를 갚겠다. 그대는 남군을 잘 지켜라. 내게 한 가지 계책이 있어 비밀히 여기에 남겨 두노니, 급하지 않으면 열지 말고, 급하면 열어서 그 계책대로 행하라. 그러면 동오가 감히 남군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할 것이다.” 조인이 말했다. “합비와 양양은 누가 지킬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말했다. “형주는 그대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고, 양성은 내가 이미 하후돈을 시켜 지키게 하였다. 합비가 가장 요긴한 곳이니, 내가 장료를 주장으로, 악진과 이전을 부장으로 삼아 이곳을 지키게 하겠다. 만약 급한 일이 있으면, 급히 말을 달려 보고하라.”

조조가 분배를 마치고, 이에 말에 올라 무리를 거느리고 허창으로 달려 돌아갔다. 형주에서 원래 항복했던 문무 관원들은 예전 그대로 데리고 허창으로 가서 임용하였다. 조인은 스스로 조홍을 시켜 이릉과 남군을 지키게 하여 주유를 방비하게 하였다.

이야기는 관운장이 조조를 놓아주고 군사를 이끌고 스스로 돌아왔다. 이때 각 노병들은 모두 마필과 병기와 전량을 얻어 이미 하구로 돌아갔고, 오직 운장만이 한 사람이나 한 필의 말도 사로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현덕을 보러 왔다. 공명이 바로 현덕과 함께 경하하고 있는데, 갑자기 운장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공명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맞이하며 말했다. “장군께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공을 세워 천하 사람들을 위해 큰 해를 제거하셨으니, 마땅히 멀리서 축하드려야 마땅합니다.”

관우가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갈량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아마도 우리가 멀리 나가 맞이하지 않은 것을 서운해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고는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미리 보고하지 않았느냐?" 관우가 말했다: "관모는 특별히 와서 죽음을 청하는 것입니다." 제갈량이 말했다: "조조가 화용도로 가지 않은 것이 아닙니까?" 관우가 말했다: "그곳으로 왔습니다. 관모가 무능하여 그로 인해 그를 놓쳐 버렸습니다." 제갈량이 말했다: "사로잡은 장수는 있습니까?" 관우가 말했다: "한 명도 잡지 못했습니다." 제갈량이 말했다: "이는 관운장께서 조조의 옛 은혜를 생각하여 일부러 놓아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군령장이 여기에 있으니, 부득이 군법에 따라 처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무사들을 불러내어 목을 베라 명령하였다. 이에 이르기를:

목숨을 바쳐 지기를 갚으니, 천추에 의로운 이름 우러르게 하도다.

관운장의 생사가 어떻게 될는지 알 수 없으니, 다음 회의 풀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