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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

필명

제 52 편

왕이 사관 필(畢)에게 명하여 책서(冊書)를 짓게 하였다. 거주 지역을 나누어 구획을 정하고, 성주(成周) 교외에서 <필명(畢命)>을 지었다.

12년, 6월 경오일(庚午日)에 초승달이 처음 떠올랐다. 사흘이 지난 임신일(壬申日) 아침, 주왕이 호경(鎬京)에서 걸어서 풍읍(豐邑)에 도착하였다. 성주의 백성들을 필공(畢公)에게 명하여 동쪽 교외를 다스리고 안정시키게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아, 부사(父師)여. 문왕과 무왕이 천하에 큰 덕을 널리 베푸셨기에, 은나라의 왕명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주공(周公)이 선왕을 도와 나라를 안정시키고 은나라의 완고한 백성들을 경계하여 낙읍(洛邑)으로 옮기게 하였으며, 왕실 가까이 두고 선왕의 가르침으로 감화시켰다. 이미 삼기(三紀, 1기는 12년)가 지나 세상이 변하고 풍속이 바뀌어 사방에 근심이 없으니, 나 한 사람이 편안히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정치는 오르고 내림이 있으며, 정령은 풍속에 따라 변한다. 선량한 사람을 드러내어 표창하지 않으면 백성들에게 권면할 대상이 없어진다.

공은 큰 덕을 힘써 행하고 작은 일에도 부지런히 힘써, 사대(四代)의 왕을 보좌하였으며,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아랫사람을 인도하니, 공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아름다운 공적이 선왕 때에 많았으니, 나의 작은 이가 옷을 여미고 팔짱을 낀 채 공의 성공에 의지하노라.”

왕이 말하였다. “아, 부사여. 이제 내가 공손히 명하노니 공은 주공의 사업을 이어받아 가라.

선과 악을 분별하여 그들의 거리를 표창하고, 선을 드러내고 악을 미워하여 풍기와 명성을 세워라. 가르침과 법전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그들의 논밭 경계를 구분하여 두려워하고 사모하게 하며, 교외의 경계를 다시 정하고 봉토의 수비를 신중히 굳건히 하여 사해를 안정시키라.

정사는 항구함을 귀히 여기고, 말은 체요(體要)를 숭상하며, 새롭고 기이한 것을 좋아하지 말라. 상나라의 풍속은 화려하여 말 잘하는 것을 현명하다 여겼으니, 그 남은 풍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공은 명심하라. 내가 듣건대, 대대로 녹봉을 받는 집안은 예법을 따르는 자가 드물어, 방탕하고 경솔하며 도덕을 어기니, 실로 천도(天道)를 거스르는 것이다. 타락한 풍속은 사치스럽고 화려하여 만대에 걸쳐 같은 흐름에 빠지느니라.

이 은나라의 여러 선비들은 은총을 받은 지 이미 오래되어, 사치에 의지하여 의리를 없애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남보다 뛰어나며, 교만하고 방탕하며 자랑하고 뽐내니, 장차 악행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비록 방탕한 마음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들을 방비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재물이 풍족하면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어, 비로소 장수할 수 있다. 오직 덕과 오직 의(義)만이 큰 가르침이니, 옛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가르치겠는가.”

왕이 말하였다. “아, 부사여. 나라의 안위는 이 은나라의 선비들에게 달려 있다.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게 하여, 그들의 덕을 진실로 닦을 수 있게 하라.

주공은 시작을 삼갔고, 군진(君陳)은 중간을 잘 조화시켰으며, 공은 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 세 임금이 마음을 같이하여 함께 정도(正道)에 이르렀으니, 도의가 화합하고 정치가 안정되며, 은택이 백성에게 스며들어 사방의 오랑캐들이 모두 의지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이가 길이 많은 복을 받으리라.

공은 성주에서 무궁한 기업을 세우고, 또한 무궁한 명성을 남겨야 한다. 자손들이 공의 성규(成規)를 본받아 다스림을 얻을 것이다.

아,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고 오직 마음을 다하라. ‘백성이 적다’고 말하지 말고 오직 일을 삼가라. 공손히 선왕이 이룩한 공업을 따라 전인의 정치를 빛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