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출 매연
【제24출】매연(罵筵)
【누루금】(부정(副净)이 완대철(阮大铖) 분장으로 길복(吉服)을 입고 올라와) 풍류 시대를 만나니, 또다시 육조(六朝)의 금분 번화한 모습을 나는 유달리 통달했네. 기생을 관장하고 공봉(供奉) 벼슬을 맡았네. 새까만 모자에 붉은 옷이 어울리고, 검은 가죽신에 푸른 실로 꿰매었네, 검은 가죽신에 푸른 실로 꿰매었네.
(웃으며) 나 완대철은 귀양 상공(贵阳相公, 마사영(馬士英))의 파격적인 발탁 덕분에 내정(内廷)의 공봉으로 선발되어 오늘 부임하고 돌아오니, 이 얼마나 영광인가. 게다가 기쁘게도 지금 황상께서 시문과 서화를 타고난 성품으로 좋아하시어, 왕탁(王铎)을 내각 대학사에, 전겸익(钱谦益)을 예부 상서에 보충하셨네. 나 같은 보잘것없는 자도 문학 시종(文学侍从)의 반열에 함께하여 날마다 황상의 얼굴을 가까이하며 아는 대로 아뢰고 있네. 며칠 전 네 가지 전기 희곡을 진상하니 황상께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시며 곧바로 성지(圣旨)를 내려 예부에 명하여 궁녀를 선발하고, 《연자전(燕子笺)》을 음악에 맞춰 노래하게 하여 중흥(中兴) 한 시대의 악곡으로 삼으려 하셨네. 내 생각에 이 본 전기는 내용이 정묘하고 오묘하여, 만약 속된 교습(教习)이 잘못 가르친다면 어찌 내 문명(文名)을 해치지 않겠는가. 이에 기회를 타서 아뢰기를 "생수(生手, 새로 배운 사람)는 숙수(熟手, 경험 많은 사람)만 못하고, 청객(清客, 문인 식객)이 교습(教习, 전문 가르치는 이)보다 낫습니다." 하였더니, 황상께서 유창하게 따르시어 구원(旧院, 기생집)을 널리 수색하고 진회하(秦淮河)를 크게 뒤져 청객과 기생 수십 명을 잡아 예부에 넘겨 선발하게 하셨네. 며칠 전 그녀들의 용모와 재주를 시험해 보았으나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었고, 몇몇 유명한 자들은 양용우(杨龙友)의 옛 정인들이라 청탁하여 선발을 면해 주었기에, 하관이 부득이 그들의 이름을 지워 버렸네. 어제 귀양 상공을 뵈오니 말씀하시기를 "새 희곡을 가르쳐 연습하는 것은 황상의 마음속 큰일인데, 어찌 좋은 자를 뽑지 않고 도리어 나쁜 자만 뽑는단 말이냐." 하시기에, 다시 그들을 불러들였으나 아직 오지 않았네. 오늘은 을유년(乙酉年, 1645) 새봄 정월 초이레 인일(人日)의 좋은 명절이라, 하관이 양용우를 약속하여 술자리를 상심정(赏心亭)에 차리고, 나의 스승 귀양 상국(贵阳相国)을 초대하여 술을 마시며 눈을 감상하려 하네. 벌써 새로 선발한 기생들을 술자리 앞에 데려와 검열 관람하라고 분부했네. 이른바 '꽃과 버드나무, 피리와 노래는 수(隋)나라의 일이요, 담소와 풍류는 진(晋)나라의 풍도'로다. (내려간다)
【황앵아】(노단(老旦)이 변옥경(卞玉京) 분장으로 도사(道士) 차림에 보따리를 등에 지고 급히 올라와) 집은 예주궁(蕊珠宫)에 있었건만, 원통하게도 뜻밖에 업해(业海)의 바람이 일어나, 사람을 가볍게 연화장(烟花场, 기생 세계) 속으로 불어 보냈네. 목구멍은 부르다 퉁퉁 붓고, 치마 허리는 춤추다 느슨해졌으며, 평생 꿈과 넋은 무산(巫山, 남녀 교합)의 동굴에 있네. 나 변옥경, 오늘 어찌하여 이런 차림을 하는가? 다만 조정에서 가기(歌妓)를 수색하기에, 속세의 마음이 끊어지도록 핍박받았기 때문이라. 지난밤 자매들과 작별하고 도사 복장으로 갈아입고 표연히 원(院)을 떠났으나, 다만 어디로 가 스승을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네. 멀리 성 동쪽을 바라보니 구름 낀 산이 눈에 가득하고, 신선 세계로 통하는 길은 끝이 없어라.
(표연히 내려간다)(부정, 외(外), 정(净)이 정계지(丁继之), 심공헌(沈公宪), 장연축(张燕筑) 세 청객 분장으로 올라와)
【조라포】(부정) 바로 진회하(秦淮河)의 피리와 퉁소를 불고 있노라니, 명화(名花)와 좋은 달이 어지럽게 발과 창에 비치네. 궁중의 조서(诏书)가 점명하여 악공(乐工)을 부르니, 남조(南朝) 천자의 봄 마음이 들썩이네. 나 정계지는 나이 육십이 넘었고, 노래하는 박자는 이미 오래전에 놓았네. 지난번 양 노야(杨老爷)께 부탁하여 가는 것을 면했는데, 어찌 오늘 다시 부르는가. (외, 정) 우리 둘도 또한 면제되었던 자들인데, 다시 부른다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소. (부정이 합장하며) 두 분 젊은이, 서로 의논합시다. 우리 이 일단의 청객들이 황상의 마음을 움직여 불려가 노래를 가르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오. (외, 정) 바로 그렇소. (부정) 두 분은 젊고 출세를 바라니 마땅히 한번 다녀가야 하겠지만, 나 늙은이는 병들고 나이 들어 무슨 좋은 기회를 바라지도 않소. 오늘 나는 피해 가려 하니, 두 분께서 좀 감춰 주기 바라오. (외) 이것이 무슨 방해가 되겠소. 강태공(姜太公)이 낚시질하듯, 원하는 자가 걸려들 뿐이지. (정) 옳소, 옳소! 어찌 그대가 왕법(王法)을 범하여 반드시 잡아다 심문해야 한단 말이오? (부정) 그렇다면, 나 늙은이는 이제 돌아가겠소. (돌아서서 걸으며) 급히 머리를 돌리니, 푸른 먼 산이요; 소요자유(逍遥自在)하며 길을 찾으니, 무성하고 어지러운 소나무 숲이로다. (발을 구르며) 이 속세를 떠나지 않으면, 어찌 얽매임을 면할 수 있으랴. (소매에서 도건(道巾)과 황색 띠를 꺼내어 갈아입고) (머리를 돌려 부르며) 두 분은 내 차림을 보시오! 도인(道人)이 양주(扬州)의 꿈에서 깨어났소.
(흔들흔들 내려간다) (외) 아이! 그가 아예 출가(出家)해 버렸구나. 참으로 독한 마음이로다. (정) 우리는 잠시 난간 아래 앉아 볕을 쬐며 따뜻해지다가, 그 자매들이 오기를 기다려 함께 예부(礼部)로 가서 당(堂)에 오르세. (땅에 주저앉는다) (소단(小旦)이 구백문(寇白门) 분장, 축(丑)이 정요낭(郑妥娘) 분장, 잡역(杂役)이 차림을 따라 올라와) (소단) 복숭아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열매 맺지 못하고. (축) 버들개지는 물 위에 떠서 다시 부평(浮萍)이 되었네. (바라보며) 저기 늙은 심(沈)과 늙은 장(張)이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먼저 난간 아래 와서 볕을 쬐고 있구나. 우리 가서 그들의 따귀를 한 대 때리세. (서로 만나 농담을 주고받는다) (외가 잡역에게 묻는다) 우리를 또 어디로 부르는가? (잡역) 당신들을 예부로 불러 당(堂)에 오르게 하여, 내정(内廷)으로 보내 희곡을 가르치게 합니다. (외) 지난번에 우리는 면제되었소. (잡역) 내각(内阁) 대노야(大老爷)께서 허락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당신네 몇 분 노청객(老清客)들을 빌려 쓰시겠답니다. (정) 어느 분들인가? (잡역) 명단을 좀 보겠소. (명단을 꺼내 보며) 정계지, 심공헌, 장연축. (묻는다) 저기 정(丁) 씨 성은 어찌 보이지 않는가? (외) 그는 출가해 버렸소. (잡역) 출가했다면 찾을 곳이 없으니, 내 가서 그대로 상관(上官)에게 보고하겠소! (정과 외에게 말하며) 당신들은 도착한 자들이니, 곧바로 예부로 가서 당에 오르시오. (정) 그 자매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오. (잡역) 오늘 노야(老爷)들이 진회(秦淮)에서 눈을 감상하며, 여객(女客)들을 데려와 술자리에서 검열 관람하라고 분부하셨소. (외, 정)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가겠소. 이른바 '노래를 전하여 악부(乐府)에 남기고, 피리에 맞춰 궁장(宫墙) 가까이에서 반주하리라.' (내려간다) (잡역이 명단을 보며 소단에게 묻는다) 그대는 구백문(寇白门)인가? (소단) 그렇소. (잡역이 축에게 묻는다) 그대는 변옥경(卞玉京)인가? (축) 아니오, 나는 늙은 요(妥)요. (잡역) 그러면 정요낭(郑妥娘)이로구나. (묻는다) 그 변옥경은 어디 있나? (축) 그 여자는 출가해 버렸소. (잡역) 아이! 어찌 출가한 자들이 모두 짝을 이루는고. (묻는다) 뒤에 또 한 명 발이 작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자가 있으니, 아마 이정려(李贞丽)인가? (소단) 아니오, 이정려는 양가(良家)로 시집가 버렸소! (잡역) 내가 아까 그녀를 누각 아래 끌어내렸는데, 그녀가 이정려라 하기에 어찌 아니란 말이오? (축) 아마 그 딸이 이름을 대신하여 온 것이리다. (잡역) 모녀(母女)는 언제나 같으니, 다만 인원 수만 빠지지 않으면 좋소이다. (바라보며) 그녀가 벌써 따라오고 있소.
【척척령】(단(旦)) 붉은 누대(楼台)를 내려오니 늦겨울 눈은 아직도 짙고, 자줏빛 길(紫陌)을 지나니 이른 봄 흙은 얼어 있네; 걸음이 익숙지 않아 발이 매우 아프구나. 봉황 조서(凤凰诏书)가 내려져 미녀를 선발하고, 실낱 채찍(丝鞭)을 들고 교만한 말(骄马)을 타고; 선화(选花)의 사자(使者)를 재촉하여 어지럽게 떠밀리네.
나 이향군(李香君)은 붙잡혀 누각 아래로 내려와, 노래 배우라 부르니, 이는 우리 화류(花柳) 여자의 본분이로되, 오직 이 한 점 지조(志操)만은 죽어도 꺾이지 않으리라. (잡역이 소리친다) 빨리 움직여라! (단이 도착한다) (소단) 그대도 누각 아래 내려왔구나, 억울하게 하였소, 억울하게 하였소. (축) 우리는 운수가 좋아 황제를 모실 수 있게 되었소. (단) 기꺼이 그대에게 양보하겠소. (함께 걸어간다) (잡역) 앞이 상심정(赏心亭)이오. 내각 마 노야(马老爷, 마사영), 광록시(光禄寺) 완 노야(阮老爷, 완대철), 병부(兵部) 양 노야(杨老爷, 양용우)께서 곧 도착하실 것이오. 그대들은 각자 정돈하여 모시고 기다리시오. (잡역이 소단, 축과 함께 내려간다) (단이 혼잣말로) 그들이 함께 모이기는 드문 일이니,正好 내 가슴속의 원한을 풀어낼 기회로다.
【전강】조문화(赵文华)가 엄숭(严嵩)을 모셔, 분칠한 얼굴로 술자리 앞에서 아첨하네; 추한 창법과 악한 태도로, 진정한 《명봉기(鸣凤记, 간신을 고발하는 희곡)》를 연출하네. 내가 여자 미형(祢衡)이 되어, 《어양참라(渔阳参挝)》를 쳐서, 목청껏 매도(骂倒)하리라; 그가 알아들을는지 보리라.
(정분 마사영, 부정분 완대성, 말분 양문총, 외분과 소생분이 시종을 데리고 길을 치며 등장한다)(단이 숨는다)(부정분) 아름다운 누각에 붉은빛 살짝 칠했네.(말분) 금빛 푸른 산봉우리에 가루 세밀하게 그렸네.(정분) 참으로 아름다운 설경이로다.(부정분) 이 상심정은 원래 눈을 구경하던 곳입니다.(정분) 어찌하여 원래 눈을 구경하던 곳이라 하는가?(부정분) 송 진종께서 일찍이 주방의 설도를 내어 정위에게 하사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금릉에 가거든 한 곳 절경을 골라 걸어두어라.’ 이에 이 정자를 세운 것입니다.(정분이 벽을 보며) 이 벽의 두루마리는 아마 주방의 설도이겠구나.(말분) 아닙니다. 이는 화우 남영이 최근 저에게 선물한 것입니다.(정분) 묘하도다! 그대 보게, 눈 덮인 종산이 바로 그림과 마주하고 있으니, 상심의 명승지로 이 정자를 능가할 곳이 없네.(말분이 분부한다) 화로, 술동이, 유상 기구들을 진열하라.(외분과 소생이 자리를 펴고 앉는다)(부정분이 정분에게 향하며) 황폐한 정자에 조촐한 기구를 마련했사오나, 후의를 입어 높이 오르니 진실로 죄송합니다.(정분) 무슨 말씀인가. 우스운 것은, 한 무리의 소인배들이 권귀에게 아첨하여 천금을 허비하며 성대한 연회를 베푸니, 지극히 추태만 드러내어 취할 바 없고, 다만 웃음거리로 전해질 뿐이네.(부정분) 만생이 오늘 눈을 쓸어 차를 끓이고 맑은 담론으로 가르침을 청하오니, 노사상의 높은 회포와 너그러운 도량을 드러내시고, 만생들은 몇 자루 분묵을 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정분) 아이고! 저 극장 위의 분필이 가장 무서워, 한 번 얼굴에 바르면 다시는 씻기지 않느니라. 비록 효자 자손이 있어도 조부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네.(말분) 비록 무섭지만 또한 공평하니, 원래 두려움 없는 소인을 경계하기 위함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것이 아닙니다.(정분) 학생이 보건대, 다 아첨의 폐해를 입은 것이네.(말분) 어째서입니까?(정분) 그대 보게, 전배 분의재상 엄숭이 어찌 한낱 문인이 아니었던가. 지금 《명봉기》에서 분칠한 얼굴을 바르니, 참으로 보기 흉하네. 어찌 조문화 무리가 아첨하여 그를 망치지 않았겠는가.(부정분이 공손히 절하며) 옳습니다 옳습니다! 노사상은 아첨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만생은 다만 마음으로 복종할 따름입니다.(말분) 술 드십시오!(함께 잔을 든다)(부정분이 외분에게 묻는다) 선발된 기녀들은 이미 불렀는가?(외분이 아뢴다) 불렀습니다.(잡역이 여러 기녀를 데리고 엎드려 절한다)(정분이 자세히 본다)(분부한다) 오늘은 풍아한 모임이니 그들을 쓸 데가 없다. 예부로 보내어 고당하게 하라.(부정분) 일부러 그들로 하여금 이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게 한 것입니다.(정분) 그 나이 어린 아이만 남겨두라.(여러 기녀가 내려간다)(정분이 묻는다)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가?(잡역이 아뢴다) 이정려입니다.(정분이 웃으며) ‘려’는 고사하고 정숙하지는 않겠구나.(웃으며 부정분에게 향해) 우리가 도학사를 분했으니, 다시 당태위를 한 출연 해보는 것이 어떤가?(부정분) 묘합니다 묘합니다!(부른다) 정려야, 나와서 술 따라주고 노래 불러라.(단이 고개를 젓는다)(정분) 어찌하여 고개를 젓는가?(단) 할 줄 모릅니다.(정분) 아이고! 하나도 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명기라 일컫겠는가.(단) 본래 명기가 아닙니다.(눈물을 닦는다)(정분) 무슨 심사가 있거든, 말해 보아라.
【강아수】(단) 첩의 마음속 일은, 어지럽기가 쑥대 같아, 여러 번 임금께 고하려 하였네. 부부를 갈라 놓아 넋이 놀라고, 모자를 끊어 피가 솟아나니, 저 도적들보다 더 사납구나. 벙어리와 귀머거리인 체하며, 꾸짖어도 두려움을 모르네.
(정분) 원래 이런 심사가 있었구나.(부정분) 이 여자도 참으로 고생이로다.(말분) 오늘날 대인들이 여기서 즐기시니, 굳이 원통함만 하소연할 것은 아닙니다.(단) 양 대인께서 아시나이다, 소첩의 원통함은 하소연할 가치조차 없사옵니다.
【오공양】당당한 열 분의 공후들, 반쪽 남조가 그대들의 떨쳐 일어나길 바라나이다. 출신은 귀한 총애를 바라고, 창업은 성용을 고르니, 후정화에 또 몇 가지 더해졌네. 나를 함부로 농락하며, 찬 바람 눈바다 빙산 속에서 괴로이 술잔과 시를 받들게 하네.
(정분이 노하여) 쉿! 이 계집애가 망언을 하니, 입을 쳐야겠다.(부정분) 듣자니 이정려는 본래 장천여, 하이중 무리가 품평한 기녀라, 당연히 방자하구나. 쳐야 합니다 쳐야 합니다!(말분) 저 아이는 나이가 매우 어리니, 그 이정려는 아닐 것입니다.(단이 분하게 여기며) 설사 그녀라면 또 어쩌겠다는 것인가!
【옥교지】동림의 무리들, 우리 청루에서 모두 존중하여 아나이다. 간자와 의자가 다시 쓰이니, 위 씨의 씨앗이 끊어지지 않네.(부정분) 크게 대담하구나, 누구를 꾸짖는 것이냐, 어서 잡아내어 눈 속에 던져라.(외분이 단을 잡아 넘어뜨린다)(단) 얼음 같은 살결 눈 같은 창자는 본래 같으니, 쇠 심장 돌 배 부러움 무슨 상관이랴.(부정분) 이 노비가, 내각 대로를 앞에 두고 이다지 방자하니, 우리 모두 죄를 입게 하였구나. 가증스럽다 가증스럽다!(자리에서 내려와 단을 찬다)(말분이 일어나 말린다)(정분) 됐다 됐다! 이런 노비를 어찌 죽이기 어려우랴, 다만 재상의 도량을 해칠까 두려울 따름이네.(말분) 옳습니다 옳습니다! 재상의 존귀함과 창녀의 천함은 천지 차이니, 무슨 개의할 것이 있겠습니까.(부정분) 좋습니다! 노사상께 아뢰어, 내정에 보내어 가장 고된 역을 골라 당하게 하소서.(정분) 그것도 마땅하구나.(말분) 사람 불러 끌어내리라!(잡역이 단을 끈다)(단) 소첩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사옵니다. 다 토해내지 못할 두견의 피가 가슴에 가득하도다, 다 토해내지 못할 두견의 피가 가슴에 가득하도다.
(단을 끌고 내려간다)(정분) 좋고 풍아한 모임이 이 노비 때문에 어지럽혀졌구나. 우습다, 우습다!(부정분과 말분이 연거푸 읍하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그러이 용서하시옵소서, 후일 다시 정성을 다해 사뢰겠습니다.(정분) 흥취가 다하였으니 봄눈 배에 돌아가야 하리라.(부정분) 객이 부끄러워 마땅히 미인 머리를 베리라.(정분과 부정분이 시종을 데리고 길을 치며 퇴장한다)(말분이 무대에 남는다) 우습구나, 향군이 막 누각에서 내려왔는데, 편히 두 원수 맞닥뜨리니, 이 시비는 면할 수 없었구나. 만약 나의 가림이 없었더라면, 향군의 목숨도 편안치 못하였을 것이다. 됐다 됐다! 내정에 선발되니, 오히려 며칠 걱정을 덜었구나. 다만 미향루를 지킬 사람이 없으니, 어찌해야 좋을까?(생각한다) 좋다, 화우 남영이 나에게 거처를 찾아달라 부탁하였으니, 그를 불러 잠시 누각에 머물게 하자. 향군이 나오면 다시 의논하리라.
상심정 위에 눈이 처음 녹고,
학을 삶고 거문고를 태워 대신을 연회하였네.
진회의 노래 짝들을 성내게 하여,
서시와 함께 오나라 궁에 들어가지 않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