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더 편하게 《도화선》 앱: 전문 검색, 책갈피, TTS, 오프라인
테마
글자 크기 18
권3 하본

제25출 선우

제 34 편

제25출 배우 선발

(무대 중앙에 '훈풍전(薰風殿)'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양옆에는 '만사무여배재수, 백년기견월당두(萬事無如杯在手, 百年幾見月當頭)'라는 대련이 걸려 있다. 낙관에는 '동각대학사 신왕봉칙서(東閣大學士臣王鐸奉勅書)'라고 쓰여 있다.)

(외(外) 분의 심공헌(沈公憲), 정(淨) 분의 장연축(張燕筑), 소단(小旦) 분의 구백문(寇白門), 축(丑) 분의 정타낭(鄭妥娘)이 함께 등장한다.)

(외) 황상께서 다정하시니 심랑(沈郎)을 사랑하시네.

(정) 당년에 나도 눈썹 그리던 장창(張敞)이었지.

(소단) 가엾구나, 한 그루 백문(白門) 버드나무여.

(축) 나는 풍류로운 정타낭(鄭妥娘)이니라.

(외) 우리가 뽑혀 궁중에 들어와 이틀을 모셨건만, 어찌 아직 아무 소식이 없는가.

(정, 고개 들어 편액을 본다) 여기는 훈풍전이니, 연주하는 곳일세. 듣자하니 황상께서 곧 오셔서 배역을 정하시고 연극을 시작하신다네.

(외) 어찌하여 훈풍전이라 부르는가?

(정) 그대 모르는가, 금곡(琴曲)에 '남풍지훈혜(南風之薰兮)'라는 구절이 있으니, 그 뜻을 취한 것이라네.

(축) 체! 그대 남풍(男風)이 한창 흥하는데, 우리 여객(女客)을 어디에 쓰려는가.

(소단) 우리 여객이 은총을 입어 큰 빈(嬪)이 되면, 그대들 남풍보다 나으리라.

(축) 바로 그 말이오. 그 남풍이 은총을 입어도 결국은 작은 동생일 뿐이지.

(정) 좋은 제자로다, 스승을 욕하다니.

(외) 우리가 극단을 잡으면, 그를 용서하지 말세.

(정) 누가 그를 용서하겠나. 내일 가르칠 때, 늙은 타(妥)에게 내 북채 맛을 보여주리라.

(축, 비웃으며 손가락질한다) 그대 늙은 장(張)의 북채는, 내가 일찍이 시험해 보았건만, 아무 쓸모가 없더이다.

(모두 웃는다)

(부정(副淨) 분의 완대철(阮大鋮)이 관복과 관모를 갖추고 등장한다.)

[요지유(遶地遊)]

한궁(漢宮)이 그림 같고, 봄 새벽 주렴이 드리워졌네, 나비와 꾀꼬리가 치기를 기다리네.

가무는 서시(西施) 같고, 문장은 사마(司馬) 같아, 홍수(紅袖)와 오사(烏紗) 사이에 섞여 있네.

(서로 만나 인사한다) 그대들은 모두 여기 있구나, 이정려(李貞麗)는 어찌 보이지 않는가?

(소단) 그가 눈길에 넘어져 아직도 통증을 참으며 낭하(廊下)에 누워 있사옵니다.

(부정) 황상께서 곧 오셔서 배역을 정하시면 연극을 해야 하느니, 어찌 제멋대로 하게 둘 수 있겠는가.

(무리) 옳소, 옳소, 우리가 그를 데려오리다.

(함께 퇴장한다)

(부정, 혼잣말) 이정려 이 놈, 이토록 가증스러우니, 오늘 정(淨)과 축(丑)의 배역은 반드시 그에게 맡겨야 하겠다.

(잡(雜) 분의 두 내시(內侍)가 용선(龍扇)을 들고 앞에서 인도하고, 소생(小生) 분의 홍광제(弘光帝)가 등장하며, 또 두 내시가 주전자와 쟁반을 들고 따라온다.)

(소생) 성안 가득 안개 낀 나무 사이로 양진(梁陳)의 유적이 섞여 있고, 높고 낮은 누대가 뚜렷이 보이지 않네. 나는 본래 낙양(洛陽) 꽃밭의 손님이었는데, 어찌하여 편히도 말릉(秣陵)의 봄을 다스리게 되었는가.

(앉는다) 과인이 즉위하여 천하를 다스린 지 거의 일 년, 다행히 사진(四鎭)이 막아내어 유적(流賊)이 남하하지 못하였고, 비록 반신(叛臣)이 노왕(潞王)을 세우려 주장하였으나 어제 이미 체포하여 옥에 가두었도다. 지금 외적이 오지 않고 내환이 생기지 않으니, 바로 숙녀를 뽑아 정궁(正宮)을 책봉하는 일을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작은 일일 뿐. 다만 과인이 제왕의 존귀를 홀로 누리면서 성색(聲色)의 즐거움이 없어, 높이 앉아 있자니 심히 번민스럽구나.

(부정, 꿇어 엎드린다) 광록시경(光祿寺卿) 신 완대철, 삼가 폐하의 만안(萬安)을 청하나이다.

(소생) 평신(平身)하라.

(부정, 일어난다)

[각각아(掉角兒)]

(소생) 양춘(陽春) 시절 잔설(殘雪)과 이른 꽃을 보며,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놀기 싫고 즐기기 싫어하노라.

(부정) 폐하께서 태평을 편안히 누리시니, 마땅히 때에 맞춰 즐기셔야 하옵니다. 놀기 싫고 즐기기 싫다 하시니, 이는 어찌된 일이옵니까?

(소생) 과인에게 한 가지 심사(心事)가 있으니, 너도 알리라 생각하노라.

(부정) 아마도 유적(流賊)이 남쪽으로 침범할까 염려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생) 아니라. 황하(黃河)의 눈물(雪浪)이 막고 있으니, 어찌 그 천한(天漢)의 부교(浮槎)를 두려워하랴.

(부정) 아마도 병사가 약하고 양식이 적어 근심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생) 또한 아니라. 나에게는 회음(淮陰)을 지키는 여러 맹장과 강릉(江陵)에서 운반하는 많은 양선(糧船)이 있으니, 무엇을 근심하랴.

(부정) 이미 안팎의 병마(兵馬) 일이 아니옵고, 아마도 정궁(正宮)이 아직 세워지지 않아 덕(德)을 짝할 이가 없기 때문이옵니까?

(소생) 이를 위해서도 아니라. 예부(禮部) 전겸익(錢謙益)이 지금 숙녀를 뽑고 있으니, 머지않아 책봉하리라. 삼비구빈(三妃九嬪)이 있으면 나라를 가르치고 집안에 알맞기에 족하니라.

(부정) 또한 이것이 아니라 하시니, 신이 알겠나이다. (은밀히 아뢴다) 아마도 반신(叛臣) 주용(周鑣)과 뢰연작(雷縯祚)이 간사한 말을 지어내어 노왕(潞王)을 맞아 세우려 하기 때문이옵니까?

(소생) 더욱 그르다. 그 간인(奸人)들이 말을 퍼뜨려 무리를 현혹시킨 것은, 일찍이 잡아들였느니라.

(부정, 고개를 숙여 생각한다) 그럼 무엇 때문이옵니까?

(소생) 네가 내정(內廷)에서 일하며 과인의 심복(心腹) 신하가 되었으니, 어찌 과인의 심사를 모르느냐.

(부정, 꿇어 엎드린다) 폐하의 생각이 깊고 머시니, 신은 어리석어 실로 헤아릴 수 없사옵니다. 간청하오니 폐하께서 밝히 보이시어 신이 폐하의 근심을 나눌 수 있게 하옵소서.

(소생) 내 너에게 이르노라. 과인이 천자(天子)의 귀함을 누리니, 무엇이든 구하여 채우지 못함이 없느니라. 다만 네가 진상한 《연자전(燕子箋)》이 중흥(中興) 한 시대의 악곡(樂曲)이 되어, 태평을 점칠함에 첫째 긴요한 일이기 때문이니, 오늘은 정월 초아흐레인데 배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만약 원소등절(元宵燈節)을 그르치게 된다면 어찌 가증스럽지 않겠느냐. (손가락질하며) 보라, 내각학사(內閣學士) 왕탁(王鐸)이 쓴 대련에 이르기를 '만사무여배재수, 백년기견월당두(萬事無如杯在手, 百年幾見月當頭)'라 하였으니, 일 년에 몇 번의 원소(元宵)가 있겠느냐. 이에 주야(晝夜)로 생각하고 근심하여 음식이 줄었느니라.

(부정) 이 때문이었사옵니까, 촌야(村野)의 속곡(俚曲)이 성상(聖上)의 마음을 괴롭혔사오니, 이는 모두 미신(微臣)의 죄옵니다. (머리를 조아린다) 신이 어찌 국궁진력(鞠躬盡瘁)하여 폐하의 지우(知遇)의 은혜에 보답하지 아니하오리까.

(일어나 노래한다)

[전강(前腔)]

내 경상(卿相)의 벼슬을 부끄러워하며 사(詞)를 짓고 절(節)을 치며, 공봉(供奉)의 해학(諧謔)과 풍아(風雅)를 채우노라.

얼굴에 가루와 먹을 바르지 못함을 한스러워하며, 또한 비파(琵琶)를 품기에 즐거워하노라.

다만 구하여 가연(歌筵) 앞에서 성상의 한 번 돌아봄을 얻고, 무석(舞席) 곁에서 조금 상사(賞賜)를 받아, 어주용차(御酒龍茶)를 마시면, 삼생(三生)의 행운이요 만세(萬世)의 영화로다.

이것이 곧 신하의 경세제민(經世濟民)하는 도리요, 주상(主上)께 보답하는 공업(功業)이니라.

(앞으로 나아가 묻는다) 그러나 내정(內廷)의 여악(女樂)에 어떤 배역이 부족하옵니까?

(소생) 다른 배역은 모두 간신히 그런대로 쓸 만하나, 오직 생(生)과 단(旦), 소축(小丑)이 과인의 뜻에 맞지 않느니라.

(부정) 이 또한 쉽사옵니다. 예부(禮部)에서 보낸 청객(清客)과 가기(歌妓)가 지금 밖에서 선발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소생) 그들을 들여보내라.

(부정) 성지를 받들겠나이다.

(급히 나가 외, 정, 단, 소단, 축을 데리고 들어온다)

(모두 꿇어 엎드린다)

(소생, 외와 정에게 묻는다) 그대들 둘은 희곡을 연기하는 청객(清客)인가?

(외, 정) 감히 그렇지 않사옵니다. 소민(小民)은 희곡을 연기하여 생계를 삼사옵니다.

(소생) 이미 희곡을 연기할 줄 안다면, 새로 나온 전기(傳奇)도 연기하였는가?

(외, 정) 새로 나온 《모란정(牡丹亭)》, 《연자전(燕子箋)》, 《서루기(西樓記)》는 모두 연기하였사옵니다.

(소생) 이미 《연자전》을 할 줄 알면, 내정(內廷)의 교습(敎習)이 되라.

(외, 정, 머리를 조아린다)

(소생, 묻는다) 그 세 가기(歌妓)도 《연자전》을 아는가?

(소단, 축) 일찍이 배운 적이 있사옵니다.

(소생, 기뻐한다) 더욱 좋구나.

(단에게 묻는다) 이 나이 어린 자는, 어찌 대답하지 않는가?

(단) 배운 적이 없사옵니다.

(부정, 꿇어 엎드린다) 신이 폐하께 아뢰나이다. 그 두 명은 배웠사오니 예에 따라 생(生)과 단(旦)을 맡겨야 하옵고, 이 한 명은 배우지 못하였사오니 예에 따라 축(丑)을 맡겨야 하옵니다.

(소생) 이미 정례(定例)가 있으니, 경(卿)의 아뢴 대로 하라.

(소단, 축, 단, 머리를 조아린다)

(소생) 모두 일어서서 희곡 연기할 준비를 하라.

(모두 일어선다)

(축, 등을 돌려 기뻐한다) 역시 나 늙은 타(妥)가 천하 제일의 정단(正旦)이 되었구나.

(소생, 부정에게 이른다) 그대가 《연자전》에서 한 대목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연기하게 하고, 직접 가르쳐 주라.

(외, 정, 소단, 축이 마음대로 《연자전》 한 대목을 연기하고, 부정이 몸짓으로 가르친다)

(소생, 기뻐한다) 재미있도다, 재미있도다! 모두 숙련된 솜씨니, 연기함에 근심이 없겠구나.

(부른다) 장시(長侍)야, 술을 따라라, 세 잔을 축하하자.

(잡역이 술을 올리고, 소생이 술을 마신다)

(소생, 일어난다) 과인과 신하들이 함께 즐기니, 십번(十番)을 한 번 쳐 보는 것이 어떠한가?

(부정) 성지를 받들겠나이다.

(소생) 과인이 북 치는 데 능하니, 그대들은 각자 악기를 골라 잡아라.

(무리가 우협설(雨夾雪) 한 곡조를 연주하고, 끝난다)

(소생, 크게 웃는다) 십분(十分) 근심이 구분(九分) 사라졌구나.

(부른다) 장시야, 술을 따라라, 다시 세 잔을 축하하자.

(잡역이 술을 올리고, 소생이 술을 마신다)

[전강(前腔)]

옛 오궁(吳宮)에 새로 관와(館娃)를 열고, 새 양주(揚州)에 처음으로 수마(瘦馬)를 가르치네.

회양고(淮陽鼓) 곤산현색(昆山絃索), 무석구(無錫口) 고소교와(姑蘇嬌娃).

한 가지 한 가지 봄바람에 시끄럽고, 따뜻한 울림을 불어, 맑은 연기와 겨루며, 차가운 소매를 날리니, 궁녀가 삼(麻)과 같도다.

홍루(紅樓)와 취전(翠殿), 경치 아름답고 날씨 좋도다.

모두 나 무수천자(無愁天子)를 받들어, 말과 웃음 시끄럽도다.

(단역을 보며) 저 어린 기생이 매우 아름다운데, 축역을 맡기기에는 너무 아깝다. (물으며) 너, 이 어린 기생아, 《연자전》을 배우지 않았다면, 다른 것을 배운 적이 있느냐? (단역) 《모란정》을 배웠습니다. (소생) 그것도 좋다. 한번 불러 보아라. (단역이 부끄러워 부르지 않는다) (소생) 저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니, 수줍어하는 것 같구나. 봄빛을 가리도록 도화선 궁선 한 자루를 내려 주어라. (잡역이 붉은 부채를 단역에게 던진다) (단역이 부채를 들고 노래한다)

【나그림】어찌하여 옥진선자는 무릉원을 다시 찾는가, 물방울이 꽃잎을 흩뜨리는 눈앞의 경치 때문이었네. 하늘이 돈을 들이지 않았으니, 우리 마음에는 피 묻은 원망이 서려 있네. 아! 봄 석 달 이틀의 좋은 시절을 저버렸구나.

(소생이 기뻐하며 손뼉을 친다) 좋다, 좋다! 장시야, 술을 따라라. 다시 석 잔을 마시며 축하하자. (잡역이 앞에 나서 술을 따르고, 소생이 술을 마신다) (단역을 가리키며) 이 기생을 보아라, 목소리와 용모가 모두 뛰어나니, 어찌 큰 재목을 작은 곳에 쓸 수 있겠느냐. 그냥 정단을 시키도록 하라. (축역을 가리키며) 저 검은 얼굴의 자는 축역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부경) 명을 받들겠습니다. (축역이 삐죽거리며) 나 늙은 타는 또 영 마음에 안 드는구나. (소생이 부경에게 말한다) 너는 생역과 축역 둘을 데리고 가서 극단에 들여라. 그리고 청객 두 명을 보내어 마음을 다해 가르치게 하고, 너도 수시로 지적해 주어라. (부경이 무릎 꿇고 대답한다) 예, 이것이 신의 전적인 임무이온데, 어찌 수고로움을 사양하겠습니까. (급히 외, 정, 소단, 축역을 이끌고 퇴장한다) (소생이 단역에게 말한다) 너는 이 훈풍전에 머물며, 《연자전》의 각본을 사흘 안에 외워서 극단에 들어가도록 하여라. (단역)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각본이 없습니다. (소생이 부른다) 장시야, 네가 왕탁이 필사한 해서체 각본을 이 단역에게 내려라. (잡역이 각본을 가져와 단역에게 주고, 단역이 무릎 꿇고 받는다) (소생) 천년 동안 오직 가무의 즐거움만 있을 뿐, 만사에 어찌 술로 시름을 잊으랴. (잡역이 인도하며 퇴장한다) (단역이 눈물을 감추며) 됐다, 됐다! 이미 깊은 궁중에 들어왔으니, 어찌 다시 나갈 날이 있으랴.

【전강】겹겹이 잠긴 문, 수양버들 석양 까마귀, 성긴 발 너머 푸른 소나무 푸른 기와. 서늘한 바람이 비단 소매를 스치고, 어지러이 매화꽃이 궁중 머리 위에 떨어진다. 생각나네, 나눠진 원앙, 괴로운 이별, 구름 너머 산 너머, 그리움의 고통, 만날 기약 어렵구나. 부채를 부쳐 보내며 도화를 닳게 하였네. 지금에 와서는 인연의 실마리 끊어지고, 향기로운 풀은 하늘가에 있구나.

(한숨을 쉰다) 어찌할 수 없구나. 우선 각본을 외우도록 하자. 혹시라도 하늘의 은혜가 나를 불쌍히 여겨 궁에서 나가게 하여, 다시 후랑과 한 번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미성】이제부터 뼛속 깊이 박힌 시름의 뿌리 뽑기 어렵고, 진실로 광한궁의 항아가 과부가 된 듯하구나. 이 이틀 동안이여! 궁중의 허리는 오직 한 줌만 남았구나.

곡이 끝나고 사람들 흩어지니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전각 모퉁이 쓸쓸하여 홀로 집을 이루었네.

봄바람이 있어도 들어갈 길 없으니,

장문관은 푸른 도화만 가두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