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출 - 진리를 찾다
제39출 서진(棲真)
【취부귀】(정분 소곤생이 단과 함께 올라온다)(단) 가슴 속 깊이 새겨진 한 가닥 한스러움, 산 높고 물 멀어도 결국은 서로 만나리라. 정근(情根)을 붙잡고 죽어도 놓지 않아, 그를 속여서 신선 꿈을 꾸게 하리라. 이 만 겹 흰 구름이 푸른 소나무를 감싸니, 바로 나의 천태동(天台洞)이로구나.
(부르며) 사부님, 우리 행여나 남전숙 덕분에 서하산(栖霞山)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문득 생각나서 문을 두드리며 거처를 찾다가, 뜻밖에도 변옥경이 이 보진암(葆真庵)의 주지가 되어 저를 잠시 머물게 했으니, 이 또한 하늘이 맺어준 기이한 인연입니다. 다만 후랑(侯郎)을 만나지 못하여 제가 돌아갈 집이 없사오니, 사부님께서 애써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정) 성급히 굴지 마오. 그대 보시오, 온 땅에 연기와 티끌이 가득한데 어디로 가서 찾겠소? 우선 암주(庵主)께서 나오시기를 기다려, 오래 머물 방도를 의논해 봅시다.
(노단 변옥경이 도사 차림으로 올라온다)
【조라포】어느 요천(瑤天)에서 생황 소리 전해져 오는가, 구름 속 학은 아득하고, 옥패는 정욱(丁冬) 소리 내는구나. 꽃과 달의 인연 반평생을 허무하게 보내고, 거의 다시 복숭아꽃을 심을 뻔하였네.
(서로 인사하며) 초라한 암자가 비록 누추하오나, 두 분께서 머물러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단) 받아들여 주심에 감사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정) 한마디 여쭙겠사온데, 강북(江北)은 병란으로 황폐하여 급히 나아가기가 두렵습니다. 늙은이의 피리와 노래는 산중에서 쓸모가 없어, 여러 날 폐만 끼쳐 매우 죄송스럽습니다.
(노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옛 사람이 다시 오니 봉래산(蓬萊山) 길이 통하고, 전생의 인연 끊어지지 않아 무산(巫山)의 한이 깊어, 이부자리 함께 하며 잠시 양왕(襄王)의 꿈을 이야기하세.
(정) 나 소곤생에게 한 가지 생계 방도가 있소.
(신발과 삿갓을 갈아 신고, 도끼와 작대기, 새끼줄을 집으며) 날씨가 맑은 김에, 내 고갯마루와 시내 밑바닥에 가서 솔가지나 좀 주워다가 아침저녁 밥 지을 땔감으로 쓰리다. 가만히 앉아서 밑천만 축내는 것보다 낫지 않소?
(노단) 그건 감히 누를 끼칠 수 없사옵니다.
(정) 함께 사는 세상에 어찌 게으름을 피우겠소.
(짐을 지며) 발 아래 산구름 차갑고, 어깨 위 들풀 향기롭구나.
(내려간다)
(노단이 문을 닫는다)
(단) 한가로이 앉아 무료하니, 낡은 옷과 헌 베를 좀 찾아다가 제게 꿰매게 하여 긴 여름을 보내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노단) 마침 당신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소. 이 중원절(中元節)에 마을 남녀들이 백운암(白雲庵)에 가서 주 황후(周娘娘)를 위해 보배 깃발을 달기로 서원했소. 당신의 솜씨를 빌려 그것을 만들어 주신다면, 이 또한 큰 공덕이 될 것이오.
(단) 이런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사옵니다.
(노단이 깃발 재료를 꺼낸다)
(단) 제가 향을 사르고 손을 씻어 정성껏 꿰매겠사옵니다.
(손을 씻고 깃발을 꿰매며)
【호저매】탄식하노니, 내 전생 업장이 무거워, 열 손가락이 거문고 줄과 생황 구멍에 묶였도다. 바느질에는 게을러, 일찍이 여공(女紅)을 어찌 알았으랴.
(노단) 향군(香君) 아가씨는 마음이 영리하고 손재주가 좋아, 바늘을 집기만 하면 남다르십니다.
(단) 제가 어찌 바느질을 알겠사옵니까, 오직 이 간절한 마음 하나에 의지할 뿐이옵니다. 신선 깃발을 받들어, 뉘우침을 다하기 위해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수 놓은 원앙새는 더욱 정교하리라.
(함께 수를 놓는다)
(부말 늙은 찬례, 축 골경정이 짐을 지고 생을 데리고 올라온다)
【조라포】(생) 칼과 창이 설치는 난리를 피해, 따라가노니 길 위에 시냇물 소리와 솔바람 소리 아득하도다. 구름이 서하산 두세 봉우리를 잠그고, 강 깊은 오월인데도 찬바람 보내오네.
(부말) 여기가 서하산이오. 그대들은 도관을 찾아 아침 일찍 쉬도록 하시오.
(생이 바라보며) 이곳은 보진암이로구나, 문을 두드려 물어보지 않겠소? 돌담에 칡덩굴 문, 바삐 단사(丹砂)를 다스리는 늙은이를 찾고, 사슴 우리와 학이 다니는 길, 급히 도동(道童)을 부르니, 신선세상은 어찌 뜬 인생의 고통을 알리오.
(부말이 문을 두드린다)
(노단이 일어나 묻는다) 누가 문을 두드리시오?
(부말) 저는 남경(南京)에서 왔사온데, 귀암에 잠시 짐을 맡기고자 하옵니다.
(노단) 이곳은 여도사가 주관하는 곳이라, 일찍이 손님을 들인 적이 없소.
【호저매】보시오, 돌담은 사면으로 높이 솟았고, 낮에도 거듭된 문은 틈 없이 닫혔소. 수진(修真)하는 여도사는 속객(俗客)의 소란을 꺼리오.
(축) 우리는 떠도는 중이나 도사가 아니니, 잠시 머물러도 괜찮지 않소?
(노단) 진경(眞經)을 염송하며, 삼가 조사의 청규(淸規)를 받들어 지키니, 처녀의 규방과 같소.
(단) 말씀이 옳사옵니다, 청루(靑樓)에 있을 때와는 다르지요.
(노단) 이것이 저희 도 닦는 본분이오. 상대할 것 없소. 향주(香廚)로 가서 공양(供養)을 드십시다.
(함께 내려간다)
(부말이 다시 문을 두드린다)
(생) 그가 청규를 엄격히 지키려 하니, 우리도 억지로 달라붙을 필요 없겠소.
(부말) 앞에 암자와 관이 더 많을 터이니, 제가 다시 찾아보리다.
(걸어간다)
(부정 정계지가 도사 차림으로 약 바구니를 들고 올라온다)
【조라포】깊은 산 옛 동굴에서 약초를 캐며, 짚신과 대지팡이로 꽃숲 두루 밟았네. 석양은 싸늘하고 나무는 영롱하며, 숲속 죽순과 고사리로 청정한 공양을 대신하네.
(부말이 기뻐하며) 저쪽에 도인 한 분이 오시니, 내가 가서 여쭈어 보리다.
(공손히 인사하며) 늙은 신선님, 저희는 산에 올라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인데, 도관에 잠시 짐을 맡기고자 하오니, 부디 편의를 좀 봐주십시오!
(부정이 알아보며) 이 도련님은 아마 하남(河南) 후공자(侯公子) 같소.
(축) 후공자가 아니면 누구겠소?
(부정이 다시 알아보며) 그대는 유경정(柳敬亭)이 아니오?
(축) 바로 그렇소.
(생이 알아보며) 아이고! 정계 노형(丁繼老), 그대는 어찌하여 출가하였소?
(부정) 후공자께서는 모르시는군요. 저는 선재(善才)도 늦어져서 옛 궁중에 들어가기 부끄럽고, 구년(龜年)도 게을러져서 묘한 기예를 따르기 어려워, 집을 떠나 마침내 선록(仙籙)을 외웠소.
(생) 그래서 출가하였군요.
(축) 주지는 어느 산에 계십니까?
(부정) 앞에 멀지 않은 곳에 채진관(采真觀)이라는 곳이 있소, 그곳이 내가 수련하는 곳이오. 누추하다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잠시 머무시는 것이 어떻겠소?
(생) 아주 좋소.
(부말) 두 분이 옛 친구를 만나셨으니, 이미 거처할 곳이 있으셨소. 나는 백운암에 올라가 재사(齋事)를 의논하러 가겠소.
(생)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말) 서로 그러하오.
(작별하며) 인간에서는 업고(業苦)의 바다를 씻고, 하늘에서는 선단(仙壇)에 예를 올리네.
(내려간다)
(부정이 생과 축을 데리고 간다) 백천(白泉)을 건너고, 다시 자각(紫閣)에 오르니, 눈 구멍에는 바람이 불고, 구름 당에는 비가 내리네.
(생이 놀라며) 앞에 시냇물 하나가 남산을 가로막고 있으니, 어떻게 건너가겠소?
(부정) 괜찮소. 기슭에 낚싯배 한 척이 있으니, 우리 배에 앉아 이야기나 하며, 어부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저어 가기를 청합시다. 반 리도 못 가면 채진관이오.
(함께 배에 오르며)
(축) 나 늙은이는 젊었을 때 태주(泰州) 북만(北灣)에서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았소. 이 낚싯배는 다루는 데 익숙하니, 내가 저어 가겠소.
(생) 좋소, 좋소.
(축이 배를 젓는다)
(생이 부정에게 묻는다) 향군(香君)을 비녀 꽂아주고 나서, 그대가 와서 자리를 빛내주었는데, 그때부터 석 달이 지난 줄도 몰랐소.
(부정) 그렇소. 그런데 향군이 입궁한 후로 소식이 있던가?
(생) 무슨 소식이 있겠소.
(부채를 꺼내어 가리키며) 이 복숭아꽃 부채는 우리 정혼(定婚)의 물건인데, 소생이 항상 손에 쥐고 있소.
【호저매】그 복숭아꽃 부채를 끌어안고, 다시 청루의 옛 꿈을 떠올리네. 하늘도 땅도 늙어 없어져도, 이 정은 다함이 없어라. 나는 듯이 흩어져, 아득히 만 겹 산이 난새와 봉황을 가로막으니, 아름다운 좋은 연인은 반달 동안 함께 하였네.
(축) 지난날 황제께서 사사로이 도망가시고, 빈비(嬪妃)들은 흩어졌으니, 아마 향군도 궁문을 나왔을 것이오. 남경이 평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찾아보는 게 좋겠소.
(생) 아마 병마(兵馬)에 흩어져서 다시 만나지 못할까 두렵소.
(눈물을 닦는다)
(부정이 가리키며) 저 대나무 울타리 안이 바로 나의 채진관이오. 배를 대고 올라갑시다.
(축이 배를 잡아당기고, 함께 올라간다)
(부정이 부르며) 도동(道童)아, 먼 곳에서 손님이 왔으니, 어서 짐을 옮겨라.
(안에서 대답한다)
(부정) 어서 들어오시오.
(안으로 인도하며)
(생) 문 안의 단대(丹臺)는 더욱 다르구나,
(부정) 적막한 소나무 아래 늙은이를 기르네,
(축) 한 굽이 시내 물에 배는 천 번을 돈다,
(생) 호로(壺盧) 속에 뛰어드니 꿈속 같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