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본 장군서 경단원 · 제3절
(홍랑이 올라와서 말한다) 노부인이 저를 시켜 아가씨를 문병 가라 하시며, 이 물건을 전해 주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는 길입니다.(노래한다)
【월조】【두안순】 채필로 시를 짓고, 회문금을 짜 보내느라, 사람을 침상에 눕게 하고, 밥도 잊고 잠도 폐하게 하였네. 시름 많은 반안처럼 머리 세고, 병든 심약처럼 허리 가늘어졌네. 한은 이미 깊고, 병은 이미 중하여, 고마워라 그대 알아주는 이여, 한 장의 편지가 만금이나 되네.
(홍랑이 단영을 만난다)(단영이 말한다) 홍랑, 너 왔느냐?(홍랑이 말한다) 아가씨, 요 이틀 몸은 좀 나으셨습니까?(단영이 말한다) 요 이틀 몸이 좀 불편하구나.(홍랑이 말한다) 아가씨, 마음을 편히 가지소서. 노부인이 저를 시켜 아가씨를 보러 오라 하셨습니다. 여기 편지가 있는데, 장생이 보낸 것입니다.(단영이 편지를 받으며 말한다) 장생의 편지이냐?(노래한다)
【소도홍】 나 여기 봉함을 뜯고 눈물 흘리며 읽어, 자세히 살펴보노라. 이는 친히 쓴 글씨요, 자자 행행이라. "장군서 형은 무사하오" 한 마디에, 벌써 눈물이 여러 줄 흐르네. "헤어진 후 좀 야위었다"는 말, 모양새가 병색을 띠어, 옛날의 낭군 같지 않구나.
(단영이 말한다) 홍랑, 장생은 지금 어디 있느냐?(홍랑이 말한다) 장생은 지금 여관에 머물며, 아가씨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단영이 말한다) 내가 답장을 써 보내마.(편지를 쓰며 말한다) 홍랑, 너는 이 편지를 가져다 장생에게 전하여라.(홍랑이 말한다) 아가씨, 편지에 무어라 쓰셨습니까?(단영이 말한다) 너는 묻지 말고, 다만 가져다 주기만 하여라.(노래한다)
【조소령】 나 여기서 생각하고, 그는 저기서 헤아리리니, 이는 상사병에 약이 없음이라. 오직 아가씨가 친히 써야, 비로소 내 마음이 드러나리. 오늘 손에 붓을 쥐고, 눈물은 종이에 떨어져, 쓰지 못하리, 쓰지 못하리, 이 종이 위의 글자를.
(홍랑이 말한다) 아가씨, 잠시 쉬소서. 제가 곧 가서 전하겠습니다.(홍랑이 내려간다)(단영이 말한다) 홍랑이 갔구나. 나는 방으로 돌아가리라.(노래한다)
【요삼대】 비단 편지를 거두어, 네모 모양으로 접고, 재주 많은 이에게 부치노라. 이는 풍류 빚이요, 상사 빚이라, 모두 한 가지 병폐라. 그대 해원에게 이르노니, 마음 졸이지 말고, 게을러지지도 말라. 다만 그대가 나를 생각할까 염려하노니, 나 여기 정이 넘치도다.
(단영이 내려간다)
【净扮郑恒上场开云】나는 성이 정(鄭)이고, 이름은 정항(鄭恒)이며, 자는 백상(伯常)이오. 선친께서는 일찍이 예부상서를 지내셨는데, 불행히도 일찍 돌아가셨소. 몇 년이 지나 어머니도 돌아가셨소. 선친께서 생존하실 때, 일찍이 나의 고모의 딸 영영(鶯鶯)을 아내로 정하셨는데, 뜻밖에도 고모부가 돌아가셔서 영영이 상복을 벗지 못해 혼례를 치르지 못했소. 나의 고모께서는 영구(靈柩)를 모시고 영영을 데리고 박릉(博陵)으로 장사를 지내러 가셨소. 길이 막혀 가지 못했소. 몇 달 전에 편지를 보내어 나더러 함께 영구를 모셔 돌아가자고 하셨소. 집에 사람이 없어 내가 늦게 왔소. 나는 경성을 떠나 하중부(河中府)에 이르러, 손비호(孫飛虎)가 영영을 빼앗아 아내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떤 장군서(張君瑞)가 도적 병사를 물리쳤다오. 나의 고모께서 그에게 영영을 허락하셨다오.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 소식이 없었다면 그녀를 만나러 가도 괜찮았겠지만, 이런 소식이 있으니 내가 억지로 가 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소? 이 일은 모두 홍랑(紅娘)에게 달렸소. 나는 사람을 보내 그녀를 불러, 다만 '오라버니가 경성에서 오셨는데, 감히 아가씨를 뵙지 못하고, 홍랑을 행랑(下處)으로 불러 아가씨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만 전하게 했소. 사람을 보낸 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 오지 않았소. 아가씨를 뵙고 할 말이 있소.【홍랑이 등장하여 운다】정항 오라버니께서 행랑에 계시면서 부인을 뵙지 않으시고, 나를 불러 말씀하신다 하여 부인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실지 보려고 왔습니다.【정항을 보며 인사한다】오라버니, 안녕하십니까? 부인께서 말씀하시길, "오라버니가 오셨는데 어찌 집에 들르지 않느냐?" 하셨습니다.【정항이 말한다】내가 무슨 낯짝으로 고모를 뵙겠느냐? 내가 너를 부른 까닭은 이것이다. 옛날 고모부께서 생존하실 때, 일찍이 이 혼사를 허락하셨다. 내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것은 고모부의 상기가 이미 끝났으므로, 특별히 너에게 부인께 가서 말씀드려 길일을 골라 이 일을 마무리 지어, 아가씨와 함께 장사를 지내러 가고자 함이다. 만약 혼례를 치르지 않는다면, 가는 길에 서로 보기가 어렵다. 만약 부인께서 허락하시도록 하면, 내가 너에게 후하게 상을 주겠다.【홍랑이 말한다】이 말씀은 다시는 꺼내지 마십시오. 영영 아가씨는 이미 다른 분에게 허락되었습니다.【정항이 말한다】'한 필의 말에 두 개의 안장을 얹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 아버지께서 생존하실 때 나에게 허락하셨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어머니께서 도리어 혼사를 파기하려 하시느냐? 이 무슨 도리란 말이냐?【홍랑이 말한다】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손비호가 반만(半萬)의 도적 병사를 거느리고 왔을 때, 오라버니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만약 그 서생(書生)이 아니었다면, 어찌 우리 집안 식구들의 목숨이 있었겠습니까? 오늘날 태평무사해지자 와서 혼인을 다투십니까? 만약 도적에게 빼앗겼다면, 오라버니께서 어떻게 다투셨겠습니까?【정항이 말한다】부잣집에 주었다면 억울하지도 않겠지만, 이 가난뱅이 신랄한 초라한 녀석에게 주다니. 유독 나만 그만 못하단 말이냐? 나는 어질고 능력 있으며, 출신이 높고 귀한 뿌리요, 게다가 친척 간에 더욱 친한 사이이며, 또한 그 아버님의 유언도 있다.【홍랑이 말한다】그가 오라버니만 못하다고요? 닥쳐라! 【월조(越調)】【두안순(斗鵪鶉)】너는 네가 어질고 능하다고 자랑하며, 네 출신이 높고 귀함을 믿는다. 네가 벼슬 위에 벼슬을 더한다 한들, 친척 간에 더욱 친한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양과 기러기를 잡아 중매인을 청하지도 않았고, 재물을 바쳐 혼사를 청하지도 않았다. 겨우 먼지나 털고 나서, 곧바로 시집가려 하다니. 헛되이 그의 금으로 된 집과 은으로 된 병풍을 더럽히고, 헛되이 그의 비단 이불과 수놓은 요를 더럽히는구나. 【자화아서(紫花兒序)】헛되이 어리석게 그의 빗질하여 구름을 스치고 달을 쓸어내는 듯한 아름다움을 더럽히고, 헛되이 부끄럽게 그의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더럽히고, 헛되이 거칠게 그의 비와 구름을 탐하는 정을 더럽히는구나. 옛날 삼재(三才)가 처음 나뉘고, 양의(兩儀)가 비로소 나뉘었을 때, 건곤(乾坤)은 맑은 것은 건(乾)이 되고, 탁한 것은 곤(坤)이 되었으며, 사람은 그 사이에 섞여 있었다. 군서(君瑞)는 군자(君子)로 맑고 어질며, 정항(鄭恒)은 소인(小人)으로 탁하고 천하다. 【정항이 말한다】도적 병사가 왔는데, 어떻게 그 혼자서 물리칠 수 있었겠느냐? 모두 헛소리다! 【홍랑이 말한다】내가 너에게 말해 주마. 【천정사(天淨沙)】하교(河橋)의 비호(飛虎) 장군을 보라. 반란을 일으켜 보동(蒲東)에서 백성을 약탈하고, 반만의 도적 병사가 절문 앞에 모여들었으며, 손에는 서슬 퍼런 칼을 비껴 쥐고, 높이 소리쳐 영영을 압채부인(壓寨夫人)으로 삼겠다고 외쳤다. 【정항이 말한다】반만의 도적 병사를, 그 혼자서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이냐? 【홍랑이 말한다】도적 병사의 포위가 매우 긴박해지자, 부인께서 당황하시어 장로와 의논하시고, 손뼉을 치며 높이 외치셨다. "두 행랑의 승려나 속인을 막론하고, 만약 도적 병사를 물리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곧 영영을 그의 아내로 주리라." 갑자기 유람 중이던 장생(張生)이 나서서 말하기를, "제게 퇴병(退兵)의 계책이 있사오니, 어찌하여 저에게 묻지 않으십니까?" 하였다. 부인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그의 계책이 무엇인지 물으셨다. 장생이 말하기를, "제게 백마장군(白馬將軍)이라는 옛 친구가 있는데, 지금 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포관(蒲關)을 지키고 있습니다. 제가 편지를 써서 사람을 보내 전하게 하면, 반드시 와서 구원할 것입니다." 하였다. 뜻밖에도 편지가 가고 병사가 이르러, 포위가 곧 풀렸다. 【소도홍(小桃紅)】낙양(洛陽)의 재자는 글 짓기에 능하여, 불같이 급히 편지를 썼네. 백마장군이 도착하자, 연기와 먼지가 사라졌네. 부인과 아가씨가 마음으로부터 복종하였으니, 오직 그가 위엄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고, 말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 이 때문에 사람을 소홀히 대하지 못하였네. 【정항이 말한다】나는 지금껏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가 무슨 수를 쓸지 알겠느냐! 이 계집종이, 그를 이렇게나 자랑하고 다니느냐! 【홍랑이 말한다】또 나를 꾸짖는구나! 【금초엽(金蕉葉)】그는 성리(性理)를 강론하는 《제론(齊論)》《노론(魯論)》에 의지하고, 사부(詞賦)를 지음은 한문(韓文) 유문(柳文)에 의지하며, 그는 도리를 알아 사람을 공경하고 남에게 존경받으며, 우리 집에는 믿음과 행실이 있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 【조소령(調笑令)】너는 한 푼어치요, 그는 백 푼, 천 푼어치라. 반딧불이 어찌 달에 비길 수 있겠느냐? 높고 낮고 가깝고 먼 것을 따질 것도 없이, 내가 글자를 쪼개고 말을 풀어 그대에게 맑고 흐림을 분별해 주리라. 【정항이 말한다】이 계집종이 무엇을 알겠느냐, 글자를 쪼개고 말을 푸는 것을? 네가 쪼개서 내가 듣게 해 보아라.【홍랑이 노래한다】군서(君瑞)는 '초(肖)' 자 옆에 '입립(立人)'을 더한 것이요, 너는 '목촌(木寸)' '마호(馬户)' '시건(尸巾)'이로다.【정항이 말한다】목촌(木寸)과 마호(馬户)와 시건(尸巾)이라, 네가 나를 '촌려도(村驢屌)'라 한다는 말이냐? 내 조상은 재상(相國) 가문인데, 어찌 네가 벼슬 없는 굶주린 선비와 같겠느냐? 벼슬하는 자는 마땅히 벼슬하는 것이다!【홍랑이 노래한다】 【독사아(禿廝兒)】그는 스승과 벗에게 의지하여 군자가 근본에 힘쓰는 것이요, 너는 아비와 형을 믿고 세력을 믿어 남을 업신여긴다. 소금과 나물로 세월을 보내며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백성을 다스리고 새롭게 하여 소문이 난다. 【성약왕(聖藥王)】이 놈이 함부로 논하며 치우침이 있도다. 네가 말하기를 '벼슬아치는 마땅히 벼슬아치로만 있어야 한다' 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으며 본분을 지키지 않는다. 네 말이 '가난한 백성은 늙도록 가난한 백성일 뿐'이라 하나, '장상(將相)은 한미한 집에서 나온다'는 말을 알지 못하는가!【정항이 말한다】이 일은 모두 그 장로(長老)라는 놈의 제자년 놈 때문이다. 내일 천천히 그놈과 따져 보겠다.【홍랑이 노래한다】 【마아랑(麻兒郎)】그는 출가인(出家人)으로 자비(慈悲)를 근본으로 하고, 방편(方便)을 문(門)으로 삼는다. 죽을 눈으로 착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화를 부르는 입으로 분수를 모른다.【정항이 말한다】이것은 고모부의 유언이시다. 내가 길일을 골라 양을 끌고 술을 가지고 문 앞에 가서, 고모께서 나를 어떻게 대하시는지 보겠다!【홍랑이 노래한다】 【요편(幺篇)】얼굴을 바꾸고, 성을 내고, 모질게 굴며, 어디가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인가. 억지로 밀어붙여 강제로 혼인을 맺으려 하고, 일을 모르고 억지로 진진(秦晉)의 좋은 인연을 맺으려 한다.【정항이 말한다】고모께서 만약 허락하지 않으시면, 이삼십 명의 종자들을 불러 들것에 태워 행랑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쫓아가서, 너에게 하나의 여편네를 만들어 주마!【홍랑이 노래한다】 【락사낭(絡絲娘)】너는 정(鄭) 재상가의 적자(嫡子)일 뿐이요, 손비호 집안에서 태어난 무식한 군졸이 아니다. 추한 낯짝, 더러운 몸뚱이, 죽은 듯한 신분으로, 필경 집에 돌아가기 어려우리라.【정항이 말한다】저 계집종아, 눈에 띄게 이미 꼬드겨졌구나.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겠다. 내일 장가들리라, 내 장가들리라!【홍랑이 말한다】시집보내지 않는다, 시집보내지 않는다! 【수미(收尾)】아름다운 여인은 준수한 낭군을 마음에 두니, 내가 찬사를 하지 않으려 해도 어찌 참으랴.【정항이 말한다】네가 한 번 찬사를 해 보아라.【홍랑이 웃으며 말한다】네가 이렇게 추한 낯짝이니, 마땅히 한수(韓壽)의 바람 아래쪽 향기나 훔치고, 하랑(何郎)의 왼쪽 벽에 붙은 분이나 바르렴.【퇴장한다】【정항이 옷을 벗으며 말한다】이 계집종은 반드시 저 신랄한 녀석과 모두 정을 통했을 것이다! 내일 내가 직접 가서 우리 고모를 뵙고, 그냥 모르는 척만 하리라. 나는 다만 말하기를, "장생이 위상서(衛尚書) 집에 장가들어 사위가 되었습니다." 하리라. 우리 고모는 시비를 가장 좋아하시고, 어려서부터 나를 귀여워하셨으니, 반드시 할 말이 있으실 것이다.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옷 한 벌만으로도 그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경성에서 함께 살며, 글귀를 찾고 글자를 뽑는 데 능숙하다. 고모부께서 나에게 혼인을 허락하셨으니, 누가 감히 말을 꺼내 거절하겠는가? 내가 만약 심하게 굴기 시작하면, 영영이 어디로 갈지 두고 보자! 잠시 착한 사람을 누르고 어진 이를 속이는 마음을 거두어, 비와 구름을 즐기고 탐하는 마음으로 삼겠다.【퇴장한다】【부인이 등장하여 말한다】어젯밤 정항이 왔는데, 나를 보지 않고 홍랑을 보내 혼사를 묻더라. 내 마음으로는, 역시 아이와 혼인을 맺는 것이 옳다. 게다가 재상께서 생존하실 때 이미 허락하셨다. 내가 만약 선대의 말씀을 어기면, 나 같은 집안 주인이 마땅치 않게 되어, 이 놈들이 일을 저지를 것이다. 반드시 정항에게만 주어야 한다. 그가 할 말이 있다 해도, 그를 탓할 수는 없다. 술과 음식을 준비해 두어라, 오늘 그가 감히 나를 보러 오겠지.【정항이 등장하여 말한다】도착했다. 아뢸 것 없이, 직접 들어가 부인을 뵙겠다.【부인에게 절하고 울며 인사한다】 【부인이 말한다】얘야,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서, 어찌 나를 보러 오지 않았느냐?【정항이 말한다】아이가 무슨 낯짝으로 고모를 뵙겠습니까!【부인이 말한다】영영이 손비호 사건 때문에, 네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아 풀 방법이 없어, 장생에게 허락하였다.【정항이 말한다】어느 장생 말씀이십니까? 혹시 장원(壯元) 말씀이십니까? 제가 경성에서 방목(榜目)을 보았는데, 나이가 이십사오 세쯤 되고, 낙양(洛陽)의 장공(張珙)이라, 벼슬을 자랑하며 사흘 동안 거리를 행차하였습니다. 이튿날, 행차가 마침 위상서(衛尚書) 집 문 앞에 이르렀는데, 상서의 따님 열여덟 살이 채루(綵樓)를 세우고, 그 어가(御街) 위에서, 단 한 번 공(毬)을 던져 정통으로 그를 맞혔습니다. 저도 말을 타고 구경하다가, 거의 저를 맞힐 뻔했습니다. 그 집에서 부린 거친 매향(梅香) 열 명 남짓이, 그 장생을 가로로 끌고 세로로 끌어다가 안으로 잡아끌었습니다. 그는 입으로 외치기를, "저에게 아내가 있습니다. 저는 최(崔) 재상가의 사위입니다!" 하였습니다. 그 상서께서는 권세와 기품이 있으셔서, 어찌 듣겠습니까? 그냥 끌어들였습니다. 이 일이야말로 바로 그의 본분이며, 어쩔 수 없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상서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딸은 성지(聖旨)를 받들어 채루를 세웠는데, 그대는 최 아가씨를 둘째 아내로 삼으시오. 그는 먼저 간통하고 나중에 장가든 자이니, 그녀를 아내로 삼는 것은 마땅치 않소." 하였습니다. 경성이 떠들썩했기에, 그래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부인이 노하여 말한다】내가 이 선비가 도무지 받들어 줄 만하지 않다고 여겼더니, 오늘날 과연 우리 집을 저버렸구나. 우리 재상가(相國家)는 대대로 남의 둘째 아내가 되는 법이 없다. 이미 장생이 성지를 받들어 아내를 맞이하였으니, 얘야, 너는 길일과 좋은 시일을 골라 고모부의 말씀에 따라, 예전처럼 사위가 되어라.【정항이 말한다】만약 장생이 할 말이 있으면, 어찌합니까?【부인이 말한다】나에게 달렸다. 내일 길일과 좋은 시일을 골라, 곧장 시집오너라.【퇴장한다】【정항이 말한다】내 계략이 먹혔다. 연회와 다과(茶果) 예물(禮物) 꽃과 비단을 준비하여, 기일을 정해 시집가자.【퇴장한다】【결(潔: 스님)이 등장하여 말한다】노승이 어제 등과기(登科記)를 사 보았는데, 장생이 장원(壯元)으로 급제하여 하중부윤(河中府尹)에 임명되었구나. 누가 알았으랴, 부인께서 주관이 없으셔서, 또 정항의 혼사를 허락하셨다. 노부인께서 가서 맞이하려 하지 않으시니, 내가 안주(菜饌)를 가지고 십리장정(十里長亭)까지 바로 가서, 관리를 맞이하는 길을 한 번 가겠다.【퇴장한다】【두장군(杜將軍)이 등장하여 말한다】성지(聖旨)를 받들어, 소관(小官)이 포관(蒲關)의 병사를 주관하고 하중부(河中府)의 일을 조발(調發)하며, 말 위에서는 군사를 다스리고 말 아래에서는 백성을 다스리게 되었다. 누가 알았으랴, 군서(君瑞) 아우가 한 번에 급제하여 정식으로 하중부윤(河中府尹)이 되었는데, 아직 맞이하지 못했다. 눈에 띄게 노부인 댁에 머물고 있으니, 반드시 이 기회를 틈타 혼례를 치를 것이다. 소관이 양을 끌고 술을 가지고, 바로 노부인 댁으로 가서, 첫째는 장원을 축하하고, 둘째는 주혼(主婚)이 되어 아우와 이 큰일을 이루려 한다. 좌우(左右)들아, 어디 있느냐? 말을 끌어오너라. 하중부로 한 번 가겠다.【퇴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