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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제94회 사승연락어화원 일괴공회정욕희

제 94 편

제94회 네 명의 승려가 어화원에서 잔치를 즐기고, 한 요괴가 헛되이 정욕의 기쁨을 품다

손행자가 세 사람이 선포관을 따라 오문 밖에 이르자, 황문관이 즉시 전주하여 그들을 들어오라 명하였다. 그들 셋은 가지런히 섰으나 절을 하지 않았다. 국왕이 묻기를, "그 세 분이 성승 부마의 고제(高弟)들이시오? 성명이 무엇이며, 어디에 살며, 무슨 일로 출가하여, 무슨 경전을 구하러 가시오?" 하였다. 행자가 곧 가까이 다가가며 전각에 오르려 하였다. 곁에 호가하는 자가 소리쳐 말하기를, "움직이지 마시오, 무슨 말이 있거든 그 자리에 서서 아뢰시오." 행자가 웃으며 말하기를, "우리 출가인은 한 걸음 얻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하였다. 뒤이어 팔계와 사화상도 모두 가까이 나아갔다. 장로는 그들이 거칠게 굴어 임금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일어나 부르기를, "제자들아, 폐하께서 너희 내력을 물으시니 곧 아뢰어라." 하였다. 행자가 그 스승이 곁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치기를, "폐하께서는 사람을 가볍게 여기고 자신도 가볍게 여기소서. 이미 저의 스승을 부마로 삼으셨거늘 어찌 그로 하여금 서 있게 하시나이까? 세상에서 사위를 일러 귀인이라 하는데, 어찌 귀인이 앉지 않는 법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국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여, 퇴전하려 하였으나 체면이 손상될까 두려워하였다. 하는 수 없이 용기를 내어 근시에게 수둔(繡墩)을 가져와 당승을 앉게 하였다. 행자가 비로소 아뢰기를,

"노손(老孫)은 본래 동승신주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에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하늘이요 어머니는 땅이었으며, 돌이 갈라져 제가 태어났습니다. 일찍이 지인(至人)을 뵙고 대도를 배워 이루었습니다. 다시 선향(仙鄕)으로 돌아와 동천복지(洞天福地)에 무리를 지어 울부짖었습니다. 바다에 내려가 용을 항복시키고 산에 올라 짐승을 사로잡았습니다. 죽음의 이름을 없애고 삶의 기록에 올라, 관직을 제수받아 제천대성(齊天大聖)이 되었습니다. 경루(瓊樓)를 완상하고 보각(寶閣)을 즐겨 노닐었으며, 천선(天仙)을 만나 날마다 노래하고 기뻐하였고, 성경(聖境)에 머물며 아침마다 즐거웠습니다. 다만 반도회(蟠桃會)를 어지럽히고 천궁(天宮)에 크게 반역한 까닭에 부처님께 사로잡혔습니다. 오행산(五行山) 아래에 갇혀 굶주리면 쇠구슬을 먹고 목마르면 쇳물을 마시며 오백 년 동안 차와 밥을 맛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저의 스승께서 동토(東土)를 떠나 서방(西方)으로 예배하러 가실 때, 관음보살께서 하늘이 내린 재앙을 벗어나고 큰 난리를 떠나 유가문하(瑜伽門下)에 귀의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옛 이름은 오공(悟空)이고, 법명은 행자(行者)라 부릅니다."

국왕이 이와 같이 명성이 높은 것을 듣고, 놀라 용상에서 내려와 걸어가서, 어수(御手)로 장로를 붙잡으며 말하기를, "부마는 또한 짐의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이와 같은 선인(仙人)의 혼인을 만나게 되었소." 하였다. 삼장은 입을 가득 채워 은혜에 사례하고, 국왕께 자리로 오르실 것을 청하였다.

다시 묻기를, "저 분은 둘째 고제(高弟)이시오?" 하였다. 팔계가 주둥이를 내밀고 위세를 부리며 말하기를,

"노저(老猪)는 전세에 사람이었으나, 즐거움을 탐하고 게으름을 좋아하였습니다. 한평생 혼미하여 성정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미혹하게 하였습니다. 하늘의 높고 땅의 두터움을 알지 못하고, 바다의 넓고 산의 아득함을 밝히지 못하였습니다. 한가로이 지내던 중에忽然 한 진인(真人)을 만났습니다. 반 마디 말로 업보의 그물을 풀고, 두세 마디 말로 재앙의 문을 쪼개 열었습니다. 그때 깨달아 즉시 스승에게 나아가, 삼팔(二八)의 공부를 삼가 닦고, 삼삼(三三)의 앞뒤를 공경히 단련하였습니다. 수행이 차서 비상(飛昇)하여 천부(天府)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옥황상제의 후한 은혜를 입어 관직을 제수받아 천봉원수(天蓬元帥)가 되어, 하병(河兵)을 관장하고 한궐(漢闕)에서 소요하였습니다. 다만 반도회에서 술에 취해 항아(嫦娥)를 희롱한 까닭에 관직을 빼앗기고 강등되어 인간계로 내려왔으며, 잘못 태를 써서 돼지의 형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복릉산(福陵山)에 살며 끝없는 악을 저질렀습니다. 관음보살을 만나 선도(善道)를 가리킴을 받고, 불교에 귀의하여 당승(唐僧)을 보호하게 되었습니다. 곧장 서천(西天)으로 가서 묘전(妙典)을 구하여 예배합니다. 법명(法諱)은 오능(悟能)이고, 팔계(八戒)라 부릅니다."

국왕이 이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여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다. 이 미련퉁이가 더욱 기세를 올려 머리를 흔들고 주둥이를 내밀며 귀를 치켜세우고 하하大笑하였다. 삼장이 또 임금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즉시 꾸짖기를, "팔계, 거두어라!" 하니, 그제야 공손히 손을 모아 서서 억지로 점잔을 빼었다.

또 묻기를, "세 번째 고제는 무슨 일로 귀의하였소?" 하였다. 사화상이 합장하고 말하기를,

"노사(老沙)는 본래 범부(凡夫)였으나, 윤회(輪廻)가 두려워 도를 구하였습니다. 해각(海角)을 구름처럼 떠돌고, 천애(天涯)를 물결처럼 유랑하였습니다. 항상 의발(衣鉢)을 몸에 지니고 다녔으며, 매양 심신(心神)을 집(舍)에서 단련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정성스러워 선려(仙侶)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孩兒)를 길러 양성하고, 차녀(姹女)와 짝을 이루었습니다. 공(功)이 삼천(三千)에 차서 사상(四相)을 조화롭게 하였습니다. 천계(天界)에 올라 현궁(玄穹)에 예배하고, 관직을 제수받아 권렴대장(卷簾大將)이 되어, 봉련(鳳輦)과 용거(龍車)를 모시며 장군(將軍)의 호를 봉(封)받았습니다. 또한 반도회(蟠桃會)에서 실수로 유리잔(瑠璃盞)을 깨뜨린 까닭에 유사하(流沙河)에 귀양 가서, 얼굴을 바꾸고 형상을 고쳐, 업을 짓고 생명을 해쳤습니다. 다행히 보살(菩薩)께서 동토(東土)를 멀리 유람하시다가 저에게 귀의하기를 권하시며, 당나라의 불자(佛子)를 기다려 서천(西天)으로 가서 경(經)을 구하여 과정(果正)하라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스스로 새로워져 다시 대각(大覺)을 닦았습니다. 하(河)를 따라 성(姓)을 삼았으며, 법명(法諱)은 오정(悟淨)이고, 화상(和尙)이라 부릅니다."

국왕이 말을 듣고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였다: 기쁜 것은 딸이 활불(活佛)을 맞이한 것이요, 놀란 것은 세 사람이 실로 요신(妖神)임이었다. 바로 기쁘고 놀라는 사이에, 홀연 정대(正臺)의 음양관(陰陽官)이 아뢰기를, "혼기가 이미 올해 이 달 12일 임자진(壬子辰) 좋은 날에 정해졌으며, 주당(周堂)이 통리(通利)하여 혼인을 배합하기에 마땅합니다." 하였다. 국왕이 묻기를, "오늘은 무슨 날과 때이오?" 하니, 음양관이 아뢰기를, "오늘은 초팔일로서 무신(戊申)의 날이니, 원숭이가 과일을 바치는 격이라, 현인을 들이고 일을 받아들이기에 마땅합니다." 하였다. 국왕이 크게 기뻐하여 즉시 당가관(當駕官)에게 어화원(御花園)의 관각(館閣) 누정(樓亭)을 청소하게 하고, 우선 부마와 세 분 고제(高弟)를 모셔 쉬게 하되, 뒤에 합근(合巹)의 좋은 잔치를 마련하여 공주로 하여금 배필을 정하게 하라 명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삼가 명을 따르고, 국왕이 조회를 물리치니, 여러 관원들이 모두 흩어졌다.

화제는 그만두고, 삼장과 제자들이 모두 어화원에 이르렀는데, 하늘이 차차 어두워져 소찬(素膳)을 차렸다. 팔계가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날도 밥을 먹어야겠다." 하였다. 관리하는 사람이 즉시 소미반(素米飯)·면반(麵飯) 등의 물건을 한 짐 가득 메어 왔다. 그 팔계가 먹고는 또 더하고, 더하고는 또 먹어, 배가 부르도록 꽉 채우고서야 그쳤다. 조금 뒤에 다시 등불을 켜고 침구를 마련하여,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장로는 좌우에 사람이 없음을 보고, 노하여 행자를 꾸짖으며 성난 목소리로 외치기를, "오공, 이 원숭이야, 번번이 나를 해치느니라. 내가 말하기를 단지 도환관문(倒換關文)만 하러 가고, 채루(綵樓) 앞으로 가지 말자 하였거늘, 네가 어찌 나를 끌고 가서 보게 하였느냐? 이제 보니 좋으냐, 이와 같은 일을 불러일으켰으니, 어찌 하면 좋겠느냐?" 하였다. 행자가 웃으며 대답하기를,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또한 수구(繡毬)를 던져 옛 인연을 만나 부부가 되셨다.' 하시며 옛날을 사모하는 뜻이 있으신 듯하여, 노손이 감히 스님을 인도한 것입니다. 또 생각건대, 저 급고독포금사(給孤獨布金寺) 장로의 말에 따라, 이 자리에서 진위(眞僞)를 살펴보려 한 것입니다. 방금 저 황제의 얼굴을 보니, 약간 침침하고 어두운 기색이 있었으나, 다만 공주가 어떠한지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장로가 말하기를, "네가 공주를 보면 어찌하려느냐?" 하니, 행자가 말하기를, "노손의 화안금정(火眼金睛)은 얼굴만 보면 진위(眞僞)와 선악(善惡), 부귀(富貴) 빈천(貧賤)을 알아보니, 그제야 잘 처치하여 사특함과 바름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사화상과 팔계가 웃으며 말하기를, "형님은 요즘 또 관상 보는 법을 배우셨소." 하였다. 행자가 말하기를, "관상쟁이 따위는 내 손자도 못 된다." 하였다. 삼장이 꾸짖기를, "그만 말대꾸를 하여라. 다만 그가 지금 반드시 나를 사위로 삼으려 하니, 과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하였다. 행자가 말하기를, "우선 12일 혼례를 거행하는 날까지 기다리면, 반드시 그 공주가 나와서 부모에게 절할 터이니, 노손이 곁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진짜 여자라면, 스님께서 부마가 되어 나라 안의 영화를 누리셔도 좋습니다." 하였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더욱 성을 내어 꾸짖기를, "이 망할 원숭이야! 네가 아직도 나를 해치려 드느냐. 바로 오능이 말한 대로, 우리의 십 할(十節) 중 아홉 할 칠팔 푼(九節七八分)은 이미 다 지나갔거늘, 네가 아직도 뜨거운 혀로 나를 찌르느냐. 빨리 입을 다물고, 그 더러운 입을 놀리지 마라. 만약 다시 무례하게 굴면, 내가 곧 주문을 외워, 너로 하여금 견디지 못하게 하리라." 하였다. 행자가 주문을 외운다는 말을 듣고, 놀라서 앞에 꿇어 엎드리며 말하기를, "외우지 마소서, 외우지 마소서. 만약 진짜 여자라면, 혼례를 올릴 때에 우리가 함께 대궐에서 크게 소란을 피워, 스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사제(師弟)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덧 이미 초경(初更)이 되었다. 참으로:

깊은 궁중의 물시계는 적막하고, 그윽한 꽃향기는 짙게 풍기네. 수 놓은 문에는 주렴이 드리우고, 한가한 뜰에는 불빛이 끊겼네. 그네 줄은 차갑게 빈 그림자만 남기고, 강적(羌笛) 소리는 잦아들어 사방이 고요하네. 집 둘레에는 꽃이 달빛에 비쳐 찬란하고, 하늘에는 나무 없이 별빛이 드러나네. 두견새는 울음을 그치고, 나비는 꿈이 기네. 은하(銀河)는 하늘에 가로질러 있고, 흰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네. 바로 이별한 사람의 마음 간절한 곳에, 바람이 연한 버들을 흔드니 더욱 처량하구나.

팔계가 말하기를, "스님, 밤이 깊었습니다. 일이 있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의논하고, 주무십시오, 주무십시오." 하였다. 사제(師弟)들이 과연 하룻밤을 편히 쉬었다.

이른 아침에 또 금계(金鷄)가 새벽을 알렸다. 국왕이 즉시 전각에 올라 조회를 열었다. 보건대:

궁전 문 열리니 자기(紫氣)가 높이 떠오르고, 바람이 어악(御樂)을 불어 푸른 하늘로 스며드네. 구름이 표미(豹尾) 깃발을 옮기니 움직이고, 해가 치수(螭首) 옥패(玉珮)를 비추니 흔들리네. 향기로운 안개는 가늘게 궁중 버들 푸르름을 더하고, 이슬방울은 가볍게 원림(園林)의 꽃 아름다움을 적시네. 산호(山呼)하며 춤추는 천관(千官)이 늘어서니, 바다는 잔잔하고 강은 맑아 하나로 통일된 조정이로다.

문무백관이 조하를 마치자, 국왕이 다시 전지를 내려 말했다: “광록시(光祿寺)로 하여금 열이틀 동안의 희연(喜宴)을 준비하게 하라. 오늘은 먼저 춘주(春酒)를 올려, 부마(駙馬)로 하여금 어화원(御花園)에서 유람하며 감상하게 하라.” 또 의제사(儀制司) 관원에게 명하여 세 분 현친(賢親)을 인도하여 회동관(會同館)에 잠시 앉게 하고, 광록시로 하여금 소반 세 상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시중들게 하라. 두 곳 모두 교방사(教坊司)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여, 봄 경치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도록 하라. 팔계(八戒)가 듣고는 소리 내어 말했다: “폐하, 저희 사제(師弟)는 서로 만난 이후로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오늘 어화원에서 연회를 베푸신다면, 저희를 데리고 이틀 동안 놀게 하시어, 스승님께서 폐하의 부마가 되시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장사는 성사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국왕이 그의 생김새가 추하고 말투가 거칠며, 또 목을 비틀고 머리를 움츠리며 입을 내밀고 귀를 흔드는 등 다소 미친 듯한 모습을 보고, 혼례를 어지럽힐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이에 분부했다: “영진화이각(永鎮華夷閣)에 두 상을 마련하여, 짐과 부마가 함께 앉겠다. 유춘정(留春亭)에 세 상을 마련하여, 세 분께 따로 앉게 하여, 그들 사제가 함께 앉아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 그 바보(呆子)가 비로소 조정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각자 물러났다. 또 전지를 내려 내궁 관원으로 하여금 연석을 마련하게 하고, 삼궁육원(三宮六院)의 후비(后妃)와 공주(公主)가 머리를 장식하여, 이른바 첨장(添粧)과 송행(送行)을 하여 열이틀 길일(吉日)의 좋은 짝을 기다리게 하였다.

대략 사시(巳時) 무렵, 그 국왕이 의장(儀仗)을 펼치고, 당승(唐僧) 등 사람들을 청하여 모두 어화원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게 하였다.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작은 길은 채색 돌을 깔고, 난간은 꽃무늬를 새겼네.

작은 길은 채색 돌을 깔아, 길가 돌 옆에는 진기한 꽃이 자라고;

난간은 꽃무늬를 새겨, 난간 안팎에는 이상한 풀이 나네.

활짝 핀 복숭아꽃은 비취새를 홀리고, 푸른 버들가지 위에는 꾀꼬리가 번쩍이네.

한 걸음 옮기면 그윽한 향기가 소매에 가득하고, 한 길 가면 맑은 맛이 옷에 스미네.

봉황대(鳳凰臺), 용소지(龍沼池), 죽각(竹閣)과 송헌(松軒).

봉황대 위에서는, 피리를 불어 봉황을 불러 춤추게 하고;

용소 사이에서는, 물고기를 길러 용이 되어 날아가게 하네.

죽각에는 시가 있어, 백설(白雪) 같은 시구를 짜내느라 마음을 다하고;

송헌에는 문집이 있어, 푸른 책에 주옥같은 문장을 연구하여 실었네.

가산(假山)은 덩굴져 푸르고, 굽은 물은 깊고 맑네.

모란정(牡丹亭), 장미가(薔薇架)는 비단을 겹치고 솜을 두른 듯 하고,

말리울(茉莉檻), 해당지(海棠畦)는 노을을 쌓고 옥을 깎은 듯 하네.

작약은 기이한 향기가 있고, 아욱은 기이한 고운 빛이 있네.

흰 배와 붉은 살구는 다투어 향기롭고, 보라 혜초와 금빛 원추리는 다투어 화려하네.

여춘화(麗春花), 목필화(木筆花), 두견화(杜鵑花)는 눈부시게 고우며,

함소화(含笑花), 봉선화(鳳仙花), 옥잠화(玉簪花)는 여리게 흔들리네.

곳곳마다 붉기가 연지처럼 윤택하고, 떼 지어 향기롭기가 비단처럼 둘러싸였네.

더욱 기쁜 것은 봄바람이 따뜻한 해를 돌아오게 하여, 정원 가득 아리따움이 빛을 발하는구나.

一行 사람 몇몇 군왕이 오래도록 감상하였다. 일찍이 의제사 관원이 행자(行者) 세 사람을 청하여 유춘정에 들어가게 하고, 국왕은 당승을 붙잡고 화이각에 올라 각자 연회를 베풀었다. 그 가무와 취타, 펼쳐진 진열은 참으로:

위풍당당한 궁문(宮門)에 새벽 빛이 나고, 봉각(鳳閣) 용루(龍樓)에 서기(瑞氣)가 가로질러 있네.

봄빛은 가늘게 꽃 수놓은 비단 위에 깔리고, 하늘 빛은 멀리 비단옷 위에 환히 비치네.

생황과 피리 소리 어우러져 신선의 잔치 같고, 잔과 술잔 날아 맑은 옥액(玉液)이 흐르네.

임금은 기뻐하고 신하는 즐거워 함께 감상하니, 화이(華夷)는 영원히 지켜 세상이 편안하리.

이때 장로(長老)는 국왕이 이렇게 자신을 존중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따라 즐기나, 실은 겉은 기쁘고 속은 근심이었다. 앉아 있을 때 벽에 네 폭 금병풍(金屏風)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병풍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경치가 그려져 있고, 모두 제시(題詩)가 있었으며, 모두 한림 명사(翰林名士)의 시였다:

《춘경시(春景詩)》는 말하기를:

주천(周天)의 한 기운이 움직여 큰 조화를 돌리고, 대지가 화락하니 만물이 새로워지네.

복숭아와 자두 다투어 피어 꽃이 난만하고, 제비가 날아와 채색 들보에 향 먼지 쌓이네.

《하경시(夏景詩)》는 말하기를:

화풍(和風)이 불어오니 생각이 더디고, 궁원(宮院)의 석류와 규화(葵花)가 해에 비치어 빛나네.

옥피리 소리가 오후의 꿈을 깨우고, 능하(菱荷) 향기가 정원 휘장에 흩어지네.

《추경시(秋景詩)》는 말하기를:

금정(金井) 오동나무 잎 하나 누렇게 지니, 주렴(珠簾) 걷지 않아도 밤서리 오네.

제비는 사직(社日)을 알아 둥지를 떠나 날아가고, 기러기는 갈대 꺾어 다른 고장을 지나가네.

《동경시(冬景詩)》는 말하기를:

하늘에 비 내리고 구름 날아 쓸쓸하고 차가우니, 북풍이 눈을 불어 천산(千山)에 쌓이네.

깊은 궁궐에는 스스로 홍로(紅爐)가 있어 따뜻하게 하고, 매화가 옥난간에 가득 피었다고 전하네.

그 국왕이 당승이 마음대로 시를 감상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부마께서 시의 뜻을 즐겨 음미하시니, 반드시 시 짓기에 능하시리다. 만약 좋은 작품을 아끼지 않으신다면, 원운(原韻)에 따라 각각 한 수씩 화답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로는 경치를 보고 자신을 잊고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는 사람이었다. 국왕이 그를 존중하며 원운에 화답할 것을 명하자, 그는 무심결에 갑자기 한 구를 읊었다: “해가 따뜻하니 얼음 녹고 땅이 크게 조화롭네.” 국왕이 크게 기뻐하여 바로 시위관(侍衛官)을 불러: “문방사보(文房四寶)를 가져와, 부마께서 시를 다 화답하신 후 베껴 기록하게 하여, 짐이 천천히 음미하게 하라.” 장로는 기꺼이 사양하지 않고 붓을 들어 화시(和詩)하였다:

《화춘경시(和春景詩)》는 말하기를:

해가 따뜻하니 얼음 녹고 땅이 크게 조화로우니, 어원(御園)의 화초가 다시 새로워지네.

화풍과 단비에 백성들이 은택을 입고, 바다 잔잔하고 강 맑아 속진(俗塵)이 끊어지네.

《화하경시(和夏景詩)》는 말하기를:

북두의 자루가 남쪽을 가리키니 낮이 길고, 회나무 구름과 석류 불꽃이 빛을 다투네.

누런 꾀고리와 보라 제비가 궁중 버들에서 울고, 부드럽게 쌍성을 섞어 붉은 휘장으로 드네.

《화추경시(和秋景詩)》는 말하기를:

향기는 귤 푸르름과 등황색 사이에 떠돌고, 소나무와 잣나무 푸르러 서리 내림을 기뻐하네.

울타리 국화 반쯤 피어 비단 같고, 생황과 노래 소리 물과 구름 고을에 가득하네.

《화동경시(和冬景詩)》는 말하기를:

서설(瑞雪)이 갠 지 얼마 안 되어 기운이 차갑고, 기이한 봉우리와 교묘한 돌이 옥처럼 산에 쌓였네.

화로에 숯불 사르고 사라(酥酪)를 따뜻하게 하여, 소매 속에 손 넣고 높이 노래하며 푸른 난간에 기대네.

국왕이 화시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칭송하여 읊었다: “참으로 좋구나, ‘소매 속에 손 넣고 높이 노래하며 푸른 난간에 기대네’!” 이에 교방사로 하여금 새 시에 맞춰 음악을 편곡하게 하고, 흥이 다할 때까지 하루를 즐기다가 흩어졌다.

행자 세 사람은 유춘정에서도 마음껏 즐기며, 각자 몇 잔씩 마셔 모두 취기가 있었다. 마침 장로를 찾으려는데, 장로가 이미 국왕과 함께 한 누각에 있었다. 팔계의 바보 같은 성미가 발동하여, 소리 내어 말했다: “참으로 즐겁고 편안하구나, 오늘 이렇게 한 번 누렸다. 이제 배불리 먹었으니 자러 가야겠다.” 사승(沙僧)이 웃으며 말했다: “이형(二哥)은 너무 수양이 없소. 이렇게 기운차게 배불리 먹었는데, 어떻게 자려 하오?” 팔계가 말했다: “네가 어찌 알겠느냐, 속담에 ‘밥 먹고 누워 있지 않으면, 뱃속에 기름기가 없다’고 했느니라.”

당승이 국왕과 작별하고 정자 안으로 들어와, 팔계를 꾸짖으며 말했다: “이 둔한 놈아, 점점 더 상스러워지는구나. 이게 무슨 곳인데, 함부로 큰 소리치느냐? 만약 국왕을 성나게 하면, 어찌 목숨을 해치지 않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우리는 그와 사돈 간에 예의를 갖추고 있으니, 그도 괘념치 않을 것이오. 항간에 말하기를 ‘때려도 끊어지지 않는 친척, 꾸짖어도 끊어지지 않는 이웃’이라 하였소. 다들 놀고 있는데, 그를 무서워할 게 무엇이오?” 장로가 그를 꾸짖고, 사람을 시켜 바보를 잡아당겨와 이십 선장(禪杖)을 때리려 하였다. 행자가 과연 한 번에 그를 붙잡아 넘어뜨리자, 장로가 선장을 들어 때리려 하였다. 바보가 소리 질러 말했다: “부마 대인(大人),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옆에 있던 배연관(陪宴官)이 말려서 그쳤다. 바보가 일어나며 중얼거려 말했다: “참 좋은 귀인(貴人)이요, 좋은 부마로다, 혼인도 아직 안 했는데, 벌써 왕법(王法)을 쓰기 시작하는구나.” 행자가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라, 헛소리 하지 마라, 얼른 가서 자거라.”

그들은 또 유춘정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연회와 즐거움을 이어갔다.

어느덧 사흘 나흘을 즐기니, 마침 열이틀 길일이 되었다. 광록시 삼부(三部)의 각 관원이 복명하여 아뢰었다: “신 등이 팔일(八日)에 성지를 받들어, 부마부(駙馬府)를 이미 수리하여 마쳤으며, 전적으로 화장(妝奩)과 포설(鋪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합근연(合卺宴)도 이미 준비하여, 소찬(素饌)과 육찬(肉饌) 합하여 오백여 석(席)입니다.” 국왕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부마를 청하여 석상에 나가려 하였는데, 갑자기 내궁관(內宮官)이 어전(御前)에 와서 아뢰었다: “만세(萬歲), 정궁낭랑(正宮娘娘)께서 청하십니다.” 국왕이 이에 내궁(內宮)으로 물러나니, 그 삼궁 황후(三宮皇后)와 육원 빈비(六院嬪妃)가 공주를 인솔하여, 모두 소양궁(昭陽宮)에서 담소하고 있었다. 참으로 꽃과 비단이 모인 듯, 그 한 조각 부귀영화와 요염함이, 진실로 천당(天堂) 월전(月殿)을 능가하고, 선부(仙府) 요궁(瑤宮)에 뒤지지 않았다. 희회가인(喜會佳姻) 신사(新詞) 네 수를 증거로 삼는다.

《희사(喜詞)》는 말하기를:

기쁘고 기쁘고 기쁘도다, 즐겁고 기쁘구나.

혼인을 맺으니, 사랑하고 아름답구나.

교묘한 양식의 궁중 화장은, 항아(嫦娥)가 어찌 비길쏘냐.

용잠(龍釵)과 봉잠(鳳釵)은, 곱게 빛나며 금실(金縷)을 날리네.

앵두 같은 작은 입과 흰 이와 붉은 얼굴, 나풀거리며 꽃처럼 가벼운 몸이여.

비단 무겁게, 오채(五彩) 무리 속에; 향기 그윽하게, 천금(千金) 떼 가운데.

《회사(會詞)》는 말하기를:

만나고 만나고 만나도다, 요염하고 아리땁구나.

모강(毛嬙)을 능가하고, 초녀(楚女)를 이기네.

경국경성(傾國傾城)이요, 꽃에 비기고 옥에 비기네.

화장은 더욱 선명하고, 비녀와 고리는 많아 곱디곱구나.

난심혜성(蘭心蕙性)은 맑고 높으며, 분가루 얼굴과 얼음 살결은 영귀(榮貴)하구나.

눈썹은 한 줄기 먼 산처럼 가냘프고, 예쁘고 아리따워 비단 무리를 모았구나.

《가사(佳詞)》는 말하기를:

아름답고 아름다우며, 옥녀와 선녀 같은 이들. 깊이 사랑할 만하고, 진실로 칭송할 만하다. 기이한 향기 그윽하고, 지분과 고운 빛이 어우러졌다. 천태산 복지가 아득히 멀다 해도, 어찌 왕의 집과 비교하랴. 웃음과 말소리 어지럽고 고운 태도, 생황과 노래 소리 뒤섞여 시끌벅적하다. 꽃 무더기 비단 쌓아 온갖 아름다움, 인간 세상 두루 보아도 어찌 이것과 같으랴.

《인사(姻詞)》에 이르길:

인연, 인연, 인연이여. 난초와 사향 향기 뿜어지네. 신선 무리와 미인 떼. 빈과 후궁은 채색 옷 갈아입고, 공주는 새로 단장하네. 구름 같은 머리 쪽진 상투, 무지개 옷은 봉황 치마 누르네. 한 줄기 신선 음악 맑고 높으며, 두 줄기 붉고 자줏빛이 어지럽네. 옛날에 봉황 타고 맺은 약속, 오늘 즐겁게 좋은 인연 만나네.

왕이 도착하자, 후비들이 공주를 데리고 채녀와 궁녀들까지 모두 나와 맞이했다. 왕은 기쁘게 빛나는 얼굴로 소양궁에 들어가 앉았다. 후비들이 조하를 마치자 왕이 말했다. “공주 현녀(賢女)여, 초팔일에 채색 실을 던져 복을 빌며 성승(聖僧)을 만나게 되었으니, 생각건대 소원을 이미 이루었으리라. 각 관청의 관리들도 짐의 뜻을 잘 헤아려 모든 일을 이미 갖추었다. 오늘이 바로 좋은 날이니, 어서 합근연(合卺宴)을 올려 때를 놓치지 말라.” 그 공주가 앞으로 나아가 엎드려 절하며 아뢰었다. “아버님 폐하, 소녀의 만 가지 죄를 용서하시고, 한 말씀 아뢰옵니다. 요 며칠 동안 궁관의 전하는 말을 들으니, 당나라 성승(聖僧)에게 세 명의 제자가 있는데, 생김새가 심히 추악하다 하옵니다. 소녀가 감히 그들을 뵙지 못하오니, 보면 반드시 마음에 두려움이 생길까 두렵나이다. 원하옵건대 아버님 폐하께서 그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시어, 이 약한 몸이 놀라고 상하여 도리어 화가 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옵소서.” 왕이 말했다. “아이가 말하지 않았으면 짐이 거의 잊을 뻔했구나. 과연 생김새가 조금 추악하여, 여러 날 동안 어화원(御花園) 유춘정(留春亭)에서 대접하게 하였다. 오늘 그들을 전상(殿上)에 불러 관문(關文)을 받아 들고 성 밖으로 가게 하여, 연회를 열면 좋겠다.” 공주가 머리를 조아려 사은했다. 왕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전상에 올라가 전지를 내려, 부마(駙馬)와 그의 세 제자를 청하게 하였다.

원래 그 당나라 승은 손가락으로 날을 헤아리며 열이틀을 기다리다가, 날이 밝기도 전에 그 세 사람과 상의했다. “오늘이 벌써 열이틀이니, 이 일을 어찌 처리할꼬?” 행자가 말했다. “저 왕은 내가 보기에 이미 재수가 좀 없어 보이나, 아직 몸에 달라붙지 않았으니 큰 해는 아닙니다. 다만 공주를 만나지 못했으니, 만약 나올 수 있다면 늙은 손(老孫)이 한번 보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안 뒤에 행동할 것입니다. 그대는 마음 놓으시오. 지금 반드시 와서 청하여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낼 것입니다. 그대는 그저 응낙하고 두려워 마시오. 내가 몸을 숨겼다가 바로 따라가서, 바짝 붙어 그대를 보호하겠소.”

사제(師弟)들이 말하고 있는데, 과연 당가관(當駕官)과 의제사(儀制司)가 와서 청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가세, 가세. 반드시 우리를 전송하여 스승님을 남겨 혼인하게 하려는 것이오.” 팔계가 말했다. “전송하면 반드시 천 냥 백 금의 황금과 은을 주리니, 우리도 좋은 선물을 좀 사서 가지고 갑시다. 내 장인 댁에 가서 다시 만나 놀기도 하고요.”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 입을 다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큰형님의 의견만 따르도록 하시오.”

이에 그들은 행장과 말을 모두 그 관원들을 따라 단계(丹墀) 아래에 이르렀다. 왕이 보고, 행자 세 사람을 앞으로 청하여 말했다. “그대들은 관문을 올려라. 짐이 인(印)을 찍고 화압(畫押)하여 주고, 별도로 노자(路資)를 많이 준비하여 그대들 세 분을 일찍 영산(靈山)으로 보내 부처님을 뵙게 하겠다. 만약 경문을 취하여 돌아오면 또 후히 사례하겠다. 부마는 여기에 머물게 하여 염려하지 말라.” 행자가 사례했다. 사승에게 시켜 관문을 꺼내어 올리게 했다. 왕이 보고 인을 찍고 화압한 후, 또 황금 열 덩이, 백은 스무 덩이를 취하여, 친척 예의를 간략히 표시했다. 팔계는 원래 재물과 여색에 마음이 무거워 앞으로 나서서 받았다. 행자가 조정을 향해 창녜(唱喏)하고 말했다. “폐 끼쳤습니다, 폐 끼쳤습니다.” 하고는 곧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황급히 삼장이 벌떡 일어나 행자의 옷자락을 붙잡고, 이빨을 악물며 말했다. “너희들이 나를 돌보지 않고 그냥 가려느냐?” 행자가 손으로 삼장의 손바닥을 꼭 쥐며 눈짓을 했다. “그대는 여기서 마음 편히 즐기시오, 우리가 경문을 취하고 돌아와 그대를 보러 오겠소.” 그 장로(長老)는 반신반의하며 손을 놓지 않았다. 많은 관원들이 모두 보았으나 진짜 작별하여 가는 줄로만 알았다. 얼마 후 왕이 다시 부마를 전상에 청하고, 여러 관원들에게 세 분을 성 밖으로 전송하게 하였다. 장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전상에 올랐다.

행자 세 사람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조문(朝門)을 나와 각자 작별했다. 팔계가 말했다. “우리 정말 가는 거요?” 행자는 말없이 그저 역관(驛館)으로 걸어갔다. 역승(驛丞)이 맞아들여 차를 따르고 밥을 차렸다. 행자가 팔계와 사승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여기만 있으시오, 절대 밖에 나오지 마시오. 만약 역승이 무슨 일을 묻거든 얼버무려 대답하고, 나와 말하지 마시오. 나는 가서 스승님을 보호하겠소.”

훌륭한 대성(大聖)이여, 털 하나를 뽑아 입김을 불어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자기 모습으로 변하여 팔계와 사승과 함께 역관 안에 있게 했다. 진짜 몸은 한바탕 허공으로 솟아올라 벌 한 마리로 변했다. 보라:

날개 누렇고, 입은 달콤하며, 꼬리는 날카로워, 바람 따라 나부끼며 어지럽게 춤추네. 가장 잘 꽃술을 따고 향기를 훔치네. 버드나무 뚫고 꽃 사이로 흔들리며 오가네.

몇 번이고 고생스레 물들여 거두었으나, 날아다니며 부질없이 바쁘기만 하네. 진하고 아름다운 것을 빚었건만 제 스스로는 맛본 적이 없네. 그저 이름만 남길 뿐이네.

그가 가볍게 조정 안으로 날아들어, 멀리서 저 당나라 승이 왕의 왼쪽 수의(繡墩)에 앉아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마음 졸이는 것을 보았다. 곧장 그의 비로(毘盧) 모자 위로 날아가, 살며시 귀에 기어들어 말했다. “스승님, 제가 왔습니다, 결코 근심하지 마십시오.” 이 말은 오직 당나라 승만 들었고, 그 무리 평범한 사람들은 어찌 알았으랴. 당나라 승이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 후 궁관이 와서 청했다. “폐하, 합근(合卺) 희연(喜宴)이 이미 준작궁(𫛛鵲宮)에 차려졌고, 낭자(娘娘)와 공주께서 모두 궁중에서 기다리시며, 특별히 폐하께서 귀인(貴人)과 함께 친척을 만나시기를 기다리나이다.” 왕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곧 부마와 함께 궁중으로 들어갔다. 이르되,

사특한 임금은 꽃을 사랑하여 꽃이 화를 만들고, 선(禪) 마음은 생각을 움직여 근심을 낳도다.

과연 당나라 승이 내궁에서 어떻게 해탈하는지, 다음 회에 풀리기를 기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