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검 제30
옛날 조문왕이 검술을 좋아하자, 검사들이 문하에 모여들어 빈객이 무려 삼천여 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밤낮으로 조문왕 앞에서 서로 검을 겨루었고, 해마다 죽거나 다치는 자가 백여 명이나 되었다. 조문왕은 이러한 일을 좋아하여 싫증 내지 않았다. 이렇게 삼 년이 지나자 나라는 날로 쇠약해졌다. 여러 제후국들은 모두 조나라를 칠 계획을 꾸몄다.
태자 이유는 이를 매우 근심하여 측근 신하들을 불러 말했다. “누가 대왕을 설득하여 검사들을 좋아하는 일을 그치게 할 수 있다면, 천금을 상으로 주겠다.” 측근 신하들이 말했다. “장자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태자는 이에 사람을 보내 천금을 가지고 가서 장자에게 드리게 했다. 장자는 받지 않고 사자와 함께 가서 태자를 알현하며 말했다. “태자께서 무엇을 가르치려 하시기에 천금을 내게 주려 하십니까?”
태자가 말했다. “선생께서 지혜롭고 성스럽다고 들었기에, 공경히 천금을 올려 수행하는 이들의 상금으로 삼고자 합니다. 선생께서 받지 않으시니,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듣자하니 태자께서 나를 쓰려 하시는 것은, 대왕의 검술에 대한 좋아함을 끊고자 하심입니다. 만약 내가 위로 대왕을 간하여 대왕의 뜻을 거스르고, 아래로 태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몸이 형벌을 받아 죽을 터인데, 내가 어찌 이 천금을 쓸 수 있겠습니까? 만약 내가 위로 대왕을 간하여 뜻을 맞추고, 아래로 태자의 기대에 부합한다면, 내가 조나라에서 무엇을 얻지 못하겠습니까!”
태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 대왕께서 접견하시는 분은 오직 검사들뿐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좋습니다. 나는 검술을 잘합니다.”
태자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 대왕께서 접견하시는 검사들은, 모두 머리털이 헝클어지고 구레나룻이 치솟으며, 갓이 낮게 드리워지고 갓끈이 굵으며, 옷자락이 짧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는 자들이어야 대왕께서 좋아하십니다. 지금 선생께서 반드시 유생의 옷을 입고 대왕을 알현하신다면, 일이 반드시 순조롭지 않을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검사의 옷을 준비하게 해 주십시오.” 사흘 동안 검복을 준비하고 나서 태자를 알현했다. 태자가 곧 그와 함께 조문왕을 알현하러 갔는데, 조문왕은 날카로운 검을 빼어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자가 전각 문으로 들어서면서도 빨리 나아가지 않았고, 조문왕을 알현하면서도 절을 하지 않았다. 조문왕이 말했다.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 하기에, 태자로 하여금 먼저 알리게 하였는가?”
장자가 말했다. “제가 듣자하니 대왕께서 검술을 좋아하신다 하여, 검술로 대왕을 알현하고자 왔습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그대의 검술에는 어떤 금기와 제압하는 방법이 있는가?”
장자가 말했다. “저의 검술은, 열 걸음 안에서 한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천 리를 가도 막히는 일이 없습니다.”
조문왕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천하에 적수가 없겠구나.”
장자가 말했다. “검을 쓰는 자는, 일부러 허점을 드러내어 상대에게 틈을 주고, 상대보다 나중에 발동하지만 먼저 적중시킵니다. 기회를 주셔서 시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우선 객사에 가서 쉬소서. 내가 겨루기를 준비한 뒤에 선생을 청하겠소.”
이에 조문왕은 검사들에게 칠 일 동안 겨루게 하였는데, 죽고 다친 자가 예순여 명이었다. 그중에서 대여섯 명을 뽑아 칼을 받들고 전각 아래에서 명령을 기다리게 한 뒤, 장자를 불렀다. 조문왕이 말했다. “오늘 청컨대 검사들로 하여금 검을 겨루게 해 보시오.”
장자가 말했다. “저는 이미 오래도록 기다려 왔습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쓰시는 검은, 길이가 어떠하오?”
장자가 말했다. “제가 쓰는 검은, 길고 짧음에 모두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세 가지 검이 있사오니, 대왕께서 골라 쓰시기를 바랍니다. 청컨대 먼저 이 세 가지 검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런 뒤에 겨루어 보겠습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이 세 가지 검에 대해 듣기를 원하오.”
장자가 말했다. “천자의 검이 있고, 제후의 검이 있으며, 서인의 검이 있습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천자의 검은 어떤 것인가?”
장자가 말했다. “천자의 검은, 연계와 석성을 칼날로 삼고, 제나라와 태산을 칼등으로 삼으며, 진나라와 위나라를 칼등 중앙으로 삼고, 주나라와 송나라를 칼고리로 삼으며, 한나라와 위나라를 칼자루로 삼습니다. 사방의 오랑캐로 싸고, 사시로 두르며, 발해로 감고, 상산으로 띠를 삼습니다. 오행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덕교로 판단하며, 음양으로 열고, 봄과 여름으로 지키며, 가을과 겨울로 운행합니다. 이러한 검은, 곧게 찌를 때 막는 것이 없고, 위로 들 때 넘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누를 때 당해내는 것이 없고, 휘두를 때 가로막는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뜬구름을 끊고, 아래로는 땅의 맥을 끊습니다. 이러한 검이 한 번 쓰이면, 제후를 바로잡고 천하를 복종시킵니다. 이것이 천자의 검입니다.”
조문왕이 멍하니 넋을 잃고 말했다. “제후의 검은 어떤 것인가?”
장자가 말했다. “제후의 검은, 지혜롭고 용맹한 자를 칼날로 삼고, 청렴한 자를 칼등으로 삼으며, 어질고 착한 자를 칼등 중앙으로 삼고, 충성스럽고 성스러운 자를 칼고리로 삼으며, 호걸을 칼자루로 삼습니다. 이러한 검은, 곧게 찌를 때 또한 막는 것이 없고, 위로 들 때 넘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누를 때 당해내는 것이 없고, 휘두를 때 가로막는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본받아 해와 달과 별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네모난 땅을 본받아 사시에 순응하며, 가운데로는 백성의 뜻을 화합시켜 사방을 안정시킵니다. 이러한 검이 한 번 쓰이면, 마치 우레가 진동하는 것과 같아서, 사경 안에 있는 자들이 복종하지 않고 군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후의 검입니다.”
조문왕이 말했다. “서인의 검은 어떤 것인가?”
장자가 말했다. “서인의 검은, 머리털이 헝클어지고 구레나룻이 치솟으며, 갓이 낮게 드리워지고 갓끈이 굵으며, 옷자락이 짧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으며, 서로 앞에서 쳐서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가릅니다. 이것은 서인의 검으로, 싸우는 닭과 다를 바 없어서, 한 번 목숨이 끝나면 나라의 큰일에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천자의 지위를 가지시고서도 서인의 검을 좋아하시니, 제가 사사로이 대왕을 위하여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조문왕이 이에 장자를 끌어 전각으로 올라갔다. 요리사가 음식을 올리자, 조문왕은 자리를 세 바퀴 돌았다. 장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편안히 앉아 숨을 가라앉히소서. 검에 관한 일은 제가 이미 모두 아뢰었습니다!”
이에 조문왕은 석 달 동안 궁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그 검사들은 모두 자신의 거처에서 분개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